[아이뉴스24 민혜정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회사 지배구조에 규제 칼끝을 겨누고 나서자 네이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해진 창업자가 이른바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네이버는 준 대기업으로 지정 되더라도 지분이 4%대에 불과한 이 창업자가 아닌 법인이 동일인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직접 나서 공정위에 준 대기업(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시 법적 동일인을 개인이 아닌 법인으로 해달라고 요청해 공정위 판단이 주목된다.
16일 네이버 등에 따르면 이해진 창업자는 지난 14일 공정위를 방문해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
이날 이해진 창업자는 김상조 공정위장, 신동권 사무처장, 남동일 기업집단과장 등과 만나 내달로 예정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과 관련 네이버의 동일인을 개인이 아닌 법인으로 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은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이다. 지난해 네이버의 자산총액은 6조원대, 해외자산을 제외하면 5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올해 공정위가 지정하는 준 대기업에 집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해당 기업집단에 지정되면 공시의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 등 규제를 받는다.
동일인은 회사 잘못에 법적 책임을 지고, 친인척들의 사익 편취 규제와 공시 의무도 부여된다.
관건은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되면 동일인을 공정위에 신고해야 한다는 점. 현재 네이버의 최대 주주는 10%대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이다. 이해진 창업자의 지분은 4%대에 불과하다.
공정위가 이해진 창업자를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안을 검토하고 나서면서 네이버가 곤혹스러워 하는 이유다. 이해진 창업자가 직접 나서 개인이 아닌 법인을 동일인으로 해 줄 것을 요청하고 나선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해진 총수 지정 가능성 '곤혹' …"글로벌 전략 차질"
현행 법상 이 같은 기업집단의 동일인은 사람과 같은 자연인이 될 수도 있고, 회사 같은 법인이 될 수도 있다.
다만 국내 기업집단 중 포스코, KT 등 민영화 기업들을 제외하고 모두 최대주주 등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네이버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립돼 있고, 이해진 창업자나 가족이 계열사에 갖고 있는 지분이 없다는 점에서 기존 재벌기업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는 순환출자 등 복잡한 지배구조를 통해 특정 개인, 혹은 그 일가가 그룹을 소유하며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는 재벌그룹과는 다르다"며 "계열사도 모기업이 거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어, 특정 개인이 아닌 네이버 주식회사가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또 네이버가 아시아에 이어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총수가 지정되면 1인 오너 기업이라는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네이버는 모범적으로 지분 분산을 이루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나아가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며 "특정 개인이 지배하는 기업처럼 규정되면, 이는 네이버의 글로벌 IT시장 진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해진 창업자가 직접 공정위를 찾아 '총수없는 기업'이라는 대안을 제안했다는 자체가 이 창업자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동일인 지정엔 지분율 외에도 인사, 투자 등 사업방향에 결정을 미치는 영향력도 고려된다.
이해진 창업자는 PC 시대 검색, 모바일 메신저 라인, 최근 유럽 진출까지 네이버 캐시카우에 밑그림을 그려왔던 인물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해진 창업자는 지분율이 낮아 경영권 방어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규제까지 받게 되니 어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공정위가 이해진 창업자의 영향력을 어디까지로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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