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지연기자] 국가정보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2012년 '댓글 부대'를 통해 여론조작을 하고 야권 인사의 동향을 파악하는 등 국내 정치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진 가운데, 불똥은 정치권으로도 튀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은 진실규명을 촉구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안보 문제 난맥상을 돌파하려는 '물타기'라고 반발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국정원, 민간인 3천500명 이용해 여론조작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팀(TF)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은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하며 정권에 도움이 될 만한 광범위한 여론조사·여론조작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적극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국정원장에 취임한 이후 같은 해 5월 다음 아고라 대응팀을 신설한 데 이어 이를 지속적으로 확대, 2011년 1월 24개팀을 운영했으며 3월에는 트위터 외곽팀을 신설했다.
인원은 3천500명에 달했으며 회사원·주부·학생·자영업자·예비역 등 보수·친여 성향 인사들로 구성됐다. 한 달 인건비는 2척5천만~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2012년 한 해 지급된 돈만 30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외곽팀은 네이버, 다음, 네이트, 야후 등 4대 포털사이트와 트위터에 친정부 성향의 글을 게재해 국정 지지 여론을 확대하는 한편 사이버 공간의 정부 비판 글들을 '종북세력의 국정방해' 책동으로 규정하는 등 반정부 여론을 제압하기 위한 활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TF는 향후 각종 자료를 정밀 분석해 관련자를 조사하고 2012년 12월 이후 운영 현황 등을 비롯한 사이버 외곽팀 세부 활동 내용을 파악할 것"이라며 "외곽팀 운영 이외 심리전단의 '온라인 여론 조작 사건'의 전모에 대해서도 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뒤숭숭한 정치권…한국당, 반발 속 '불똥' 우려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는 중대 사안인 만큼 정치권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명박 정권을 창출했던 자유한국당은 "정치적 의도"라고 반발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국정원법에 저촉됨에도 여론을 조작하고 민심을 호도한 내용의 일부가 드러났다"며 "이 전 대통령, 원 전 원장 등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관계자들은 무슨 일인지 모른다고 발뺌하지 말고 더 늦기 전에 진실을 고백하라"고 촉구했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반(反)정부 여론에 족쇄를 채우고 민심을 조작하기 위해 이명박 청와대가 지시하고 국가정보원이 행동대장으로 나선 것"이라며 "이는 명백히 국정원의 탈법적인 정치개입이자 선거개입이다. 국정원은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당시 대선 개입은 국정원만이 아니고 군을 비롯해 국가기관 전방위적으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들의 대선개입 진상을 모조리 밝히고 관련자들과 그 배후를 모두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광림 한국당 정책위의장 권한대행은 기자드로가 만나 "언론플레이 하지 말고 국정원 내부에서 (조사를) 해야 한다"며 "안보·대북 문제가 전면에 나와야지, 중요한 게 뒤로 쳐지면 본말이 전도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효상 대변인도 "정치적 의도가 보인다"며 "정부 여당이 안보 문제 등에서 난맥상을 보이니 시선을 돌리려는 물타기 아니냐는 의심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지연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조성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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