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승마협회건으로 잘못했다고 불이익을 받겠는가", "JTBC와 관련해서는 불이익 정도가 아니라 정치적 오해를 받으면 보복받겠다 위기의식 느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속개로 열린 51차 공판에 피고인 신문에 나서 이같이 답했다. 앞서 재판부는 이 사건의 중요한 문제라고 표현하며 “피고인이 생각하기에 대통령에게 잘보이거나 밉보이거나 했을때 피고인이나 삼성이 얻을 수 있는 이익, 잃을 수 있는 불이익이 어떤게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재판부와 이 부회장의 문답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3차례 이어진 독대 내용을 기반으로 한다. 지난 2014년 9월 15일에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5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동안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승마 지원을 요청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후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지난 2015년 7월 25일과 2016년 2월 15일 독대했다. 대략 30분간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 독대가 이번 재판의 주요 쟁점이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이 자리에서 부정청탁이 오고 갔는지가 핵심사안이다. 그간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의 증인 불출석 등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주변의 정황 증거를 통해 독대 사실을 입증하고자 노력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직접 독대 사실을 듣기 위해 여러 질문을 쏟아냈다. 이 부회장의 증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서두에서는 좋은 내용을 말하고, 이후에는 짜증 섞인 말투로 주로 얘기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2차 독대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의 건강을 묻고, 갤럭시S6 판매와 삼성물산이 투자한 발하쉬 등에 대한 대화들이 이어졌다. 동계옴릭픽 메달리스트들이 하는 단체를 지원해달라는 말과 함께 승마협회 건이 다뤄졌다. 이 때부터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나무라면서 삼성이 한화보다 승마협회 운영을 잘 못한다고 질책했다고 진술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수첩에 담긴 삼성그룹 지배구조 안정화에 따라 정부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을 지원하겠다는 발언은 없었다고 답했다. 승계 작업을 도와주겠다는 언급도 없었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성사를 도와준 것을 포함해 승계작업 관련 현안을 도와주는 대가로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승마지원을 요구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승마지원과 관련해서도 박 전 대통령이 꼭 집어서 얘기한 사안이기 때문에 그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게 이 부회장의 증언이다. 이 부회장은 “얘기하신 게 사람을 바꿔라, 올림픽 지원을 더 잘해라, 한화보다 잘해야 한다였고, 한화보다 잘하는게 어려울 것 같지도 않고 관심을 안가지기도 했다. 그거 갖고 피해받는다는 생각은 그 때 한 적 없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2차 독대때보다 3차 독대때가 더 무거운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에 대해 주제를 유도하고 바꾸고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3차 독대와 관련해 당시 대화 분위기가 JTBC에 대해 언급하기 전과 후로 극명하게 나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질문하자 이 부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3차 독대가 2차 독대때와는 달리 “비교가 안되게 2월달(3차독대)이 무거웠다. (2차 독대 때) 승마협회는 본인도 사람이름 기억 못하고 메모지 보면서 한화보다 못하냐 이런 얘기는 본인얘기로 했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이건 누가 써줬는지 얘기를 해줬던지 전달하는 거였다”라며, “(3차 독대 때) JTBC는 읽고 보는게 아니라 마음 속에서 상각했던게 갑자기 터져나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말하는 박 전 대통령의 얼굴이 상기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의 밉보이거나 했을 때 피고인이나 삼성이 얻을 수 있는 불이익에 관련해 질문하자 이 부회장은 “JTBC 갖고는 불이익 정도가 아니라 정치적 오해를 받으면 보복받겠다 정도의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언급해가며 JTBC가 왜 이렇게 정부를 비판하는지, 나라사랑하는 분은 이럴 수 없다고 질책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이에 대해 중앙일보는 계열분리된지 오래됐고 손위분이고 자주 만나지 않아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재차 해명했으나 답을 하면 할수록 박 전 대통령의 질책 강도가 점점 강해져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고 회상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특별한 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이 무관심이 아니라 임원진과 실무진을 신뢰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과 관련해 "회사 의사 결정을 제일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업에 경험도 많고 회사 이해하고 비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있는 분이 해야 한다. 지분이 높고 낮고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합병추진한 사장들이 고심해서 결정했고 미전실에서 계열사가 놓친데가 있는가 점검했고, 그런 것들을 신뢰했다"고 답했다.
금융지주사 건과 관련해서도 "좋은 경영진들이 있어서 미래를 걱정해 사업환경 분석이나 회계규정 고려해 온 판단이라고 믿어서 방관했다기 보다는 저보다 더 훌륭하고 지식 있는 분 의견을 따랐다고 이해해주시는게 맞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문기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조성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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