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도민선기자] SK텔레콤이 양자난수생성기 개발에 성공하는 등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3일 SK텔레콤(대표 박정호)은 칩 형태의 양자난수생성기(QRNG, 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양자난수생성기는 양자의 특성을 이용해 예측이 불가능하고 패턴이 없는 '순수 난수(True Random Number)'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주는 장치다.
또 양자(量子)는 상호작용하는 물리량의 최소 단위로, 빛의 양자를 광자라고 부른다.
양자가 미시세계에서 관찰되는 것을 양자현상이라 부르는데, 어떤 두 가지 정보를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불확정성', 여러가지 상태가 공존하는 '중첩', 중첩된 양자상태가 복제될 수 없다는 '복제불가능성', 아무리 멀리 떨어진 두 양자상태라도 강한 상관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양자 얽힘' 등이 특성이다.
양자암호통신은 이런 특성을 이용, 송수진자 간에 양자암호키를 안전하게 생성하고, 이를 이용해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기술이다. 현존하는 기술로는 전송구간에서 해킹할 수 없는 통신 보안 체계로 알려졌다.
이론적으로 해킹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셈이다. 그 만큼 양자암호통신에 대한 관심은 물론 관련 시장 전망도 밝다.
양자암호통신은 강한 보안성으로 인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전망인데, 마켓 리서치 미디어에 따르면 오는 2025년 국내 시장은 약 1조4천억원, 글로벌 시장은 약 26조9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양자난수생성기 개발 성공, 상용화 박차
그동안 상용화된 양자난수생성기는 사이즈가 크고 가격대도 높아 일반 대중제품에는 탑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SK텔레콤이 개발한 칩은 5x5㎜ 크기로 자율주행차나 스마트폰·드론 등 다양한 IoT 제품에 양자난수생성기를 손쉽게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의 암호체계는 '유사 난수'를 활용한다. 유사 난수란 무작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는 숫자를 말한다. 이때문에 패턴을 읽어내는 연산 능력이 뛰어난 슈퍼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기존 암호체계의 해킹 위험성이 높아졌다.
이에 반해 양자난수생성기로 만들어지는 난수(Random Number)는 패턴이 없는 불규칙한 숫자다. 이를 이용하면 보다 안전한 암호를 만들 수 있고, 해킹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아진다. 양자 난수의 뛰어난 보안성을 인지한 해외 각국에서 양자난수생성기를 개발하며, 군사 등 특수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산업용 드론과 같은 주요 IoT 제품은 통신 인증을 위해 자신의 고유값을 기지국에 알려준다. 이 과정에서 고유값이 외부에 노출되면 안되기에 반드시 암호화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패턴이 있는 유사난수를 이용해 암호화하면, 해커가 이 약점을 찾아 고유값을 탈취할 수 있다. 하지만 암호화를 위해 양자 난수를 활용하면, 해커가 난수를 탈취하더라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보안 능력이 우수함에도 양자난수생성기가 대량으로 상용화되지 못한 이유는 크기와 가격 때문이다. 대부분의 양자난수생성기가 신용카드보다 크고, 가격대도 수백에서 수천 달러 수준인 것.
SK텔레콤이 개발한 비메모리 반도체 칩 형태의 양자난수생성기는 손톱 보다 작은 크기다. SK텔레콤은 양자난수생성기가 자율주행차·스마트폰 등 다양한 IoT 제품에 적용될 수 있도록 가격도 수 달러 수준으로 낮게 책정할 방침이다.
이밖에 소형 칩을 설치할 수 없는 전자기기에 활용처를 넓히기 위해 USB 형태의 양자난수생성기도 개발했다.
◆중소기업과 협력 '결실' …글로벌 진출도 타진
SK텔레콤은 지난 2011년부터 양자기술연구소(Quantum Tech. Lab)를 설립하고 50여개의 관련 특허를 보유하는 등 양자암호 원천기술을 개발해왔다. 양자기술연구소에서는 현재 10여 명의 연구원이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복수의 보안 업체와 손잡고 양자난수생성 칩의 글로벌 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사용자의 안전을 위해 보안이 필수인 자율주행차 등에서 양자난수생성기의 활용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양자암호통신 시스템의 해외 광통신 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는 노키아와 양자암호기술 기반의 '퀀텀 전송 시스템'을 공동 개발, 차세대 광전송 장비에 양자암호기술을 탑재했다.
중소기업과의 협력도 결실을 맺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013년 미래부와 함께 15개 회원사가 있는 '퀀텀정보통신연구조합'의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15개 기업 중 12곳이 중소기업인데, SK텔레콤은 이들과 지난 4년 간 한국산 양자암호통신 원천 기술 개발에 노력했다.
중소기업인 우리로와는 단일광자검출 핵심소자를 지난 2013년부터 공동 개발해왔다. 이 장비는 빛의 최소 단위인 '단일광자'를 검출하는 광학센서다. 단일광자는 양자암호통신에서 암호키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SK텔레콤은 또 우리넷·코위버·쏠리드·에치에프알 등과 국산암호 알고리즘이 탑재된 양자암호통신 전송 장비도 함께 만들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분당 사옥에 양자암호통신 국가시험망을 개소, 양자암호 장거리 통신을 위한 전용 중계장치를 중소기업과 함께 개발해 미래부 과제 주요 실적으로 제출하는 등 구체적인 결실을 맺었다.
박진효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장은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등에서 데이터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올 것을 예측했고, 이런 중요한 데이터 송수신을 위한 암호의 중요성이 더 높아져 양자암호 기술개발에 집중했다"며, "향후 중소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양자암호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도민선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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