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식품 제조사들이 주도했던 포장김치 시장이 호텔과 유통업체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포장김치 시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집에서 김장을 담그는 이들이 많아 크게 각광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폭염과 가뭄, 장마 등 급변하는 날씨 탓에 배춧값과 김장 부재료에 들어가는 채솟값이 급등하면서 매년 김장을 담그지 않는 주부들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1~2인 가구 증가로 소용량 포장김치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장이 급성장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포장김치 시장은 링크 아즈텍 기준으로 지난 2014년 1천325억원에서 지난해 1천689억원으로 27.5% 증가했다. 이마트에서도 지난해 포장김치 매출은 전년 대비 25.1% 신장했으며 올해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9%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소포장김치 수요가 높은 편의점에서도 김치 매출은 꾸준히 증가했다. CU가 김치 연도별 매출신장률을 분석한 결과 2015년에는 전년 대비 6.4% 늘었으나 지난해 2배 이상 껑충 뛰어 14.2%나 매출이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역시 11.2%의 매출신장세를 보였다.
이처럼 포장김치 시장이 점차 커지자 식품업체뿐만 아니라 호텔, 유통업체들도 김치 판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신세계푸드는 올해 1월 '올반 김치'를 내놓으며 시장에 진입했고 롯데마트는 지난 5월 롯데호텔 셰프와 김치 명인이 함께 만든 호텔 김치 '요리하다 롯데호텔 김치'를 홈쇼핑을 통해 첫 선을 보였다. 또 이마트, 홈플러스 등에서도 각각 PB브랜드를 붙인 김치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현대그린푸드는 프리미엄 전통 김치 '숭침채'를 공동 개발해 현대홈쇼핑을 통해 이날 첫 판매에 나섰다.
호텔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워 이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2003년부터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등에서 김치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 가량 성장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비스타 워커힐 서울 역시 시중에 나와 있는 프리미엄 김치 중 가장 비싼 '수펙스 명품김치'를 1kg당 2만4천원에 선보이고 있다.
◆"종가집 잡아라"…커지는 김치 시장, 충성고객 확보 주력
현재 이 시장에서 꾸준히 1위 자리를 유지해 오고 있는 곳은 대상의 '종가집'으로, 올해 5월 기준 46.1%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종가집은 2015년까지 6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해왔으나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 데다 신규업체들의 등장으로 점유율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매출은 꾸준히 늘어 지난 2014년 811억원에서 2015년 833억원, 2016년 907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1~5월에만 3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대상 관계자는 "신세계푸드 등 후발업체들이 진입하면서 점유율 분산 효과가 있었으나 종가집 김치 매출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며 "여름철 본격적인 포장김치 성수기를 맞아 종가집 충성고객의 구매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시장점유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종가집과 달리 2000년부터 김치 사업을 시작한 CJ제일제당은 기존에 선보였던 '하선정 김치' 외에 작년 6월 '비비고 김치'를 론칭하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포장김치로 지난 2014년, 2015년 각각 125억원, 18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던 CJ는 비비고 김치 론칭 후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지난해 매출이 362억원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올해 역시 매출이 꾸준히 늘어 올해 1~5월동안 186억원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한울, 동원F&B, 풀무원, 아워홈 등도 김치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이들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미미하다. 다만 풀무원은 인사동에 김치박물관 '뮤지엄김치간'을 운영하며 김치 문화를 적극 알리는 데 앞장 서고 있고 동원F&B는 통조림 카테고리에 김치를 적용한 '양반 캔김치'를 선보여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의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신규 소비자 유입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면서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업체들의 고민도 더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업체뿐만 아니라 신규업체들의 시장 진입이 활발해지면서 앞으로 선두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치 시장 1등을 노리고 있는 CJ의 적극적인 공세가 올 하반기부터 이어질 것으로 보여 업계 순위가 조만간 뒤바뀔 수 있을 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먼저 업계 1위인 대상은 다양한 맞춤형 김치 서비스와 함께 해외 시장 수출에 좀 더 집중해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특히 올해 초 농식품부와 공동 연구한 끝에 개발한 '김치발효종균'을 2월부터 종가집 김치에 적용해 선보여 차별화 시킨 만큼 향후 국내 및 해외에서 연간 2천5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또 유대인, 무슬림 뿐 아니라 웰빙을 지향하는 약 2천500억 달러 규모의 '코셔(Kosher)’' 시장에도 김치 제품을 적극 수출할 예정이다.
대상 종가집 김치 담당 문성준 팀장은 "김치발효종균 개발과 김치유산균 연구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앞으로 국내 포장김치의 맛과 질을 끌어 올리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올해 하선정 김치와 비비고 김치를 앞세워 다양한 입맛의 포장김치 소비자층을 사로잡는 데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또 발효식품에 최적화된 특허 받은 용기에 항아리 형태의 세련된 디자인을 접목시켜 젊은층을 끌어들이고 전통 한식김치의 맛을 재현해 내기 위해 김치 R&D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 신선마케팅담당 신유진 과장은 "하선정 김치는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소비층을 주 대상으로 한다면 비비고 김치는 프리미엄 김치로 포지셔닝해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며 "앞으로 100% 천일염, 고춧가루, 국내산 배, 액젓 등 재료의 기본부터 다른 최고의 김치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마케팅 활동도 보다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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