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채나기자]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증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과세표준 2천억원 초과 대기업 법인세와 5억원 초과 고소득자 소득세 인상이라는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가운데, 이르면 8월 발표될 내년도 세법개정안에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정치권이 증세 논란에 급속히 빨려드는 모양새다.
◆"표 걱정한다고 증세 이야기 안할 수 없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 20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표 걱정한다고 증세 문제 이야기는 안 하고 복지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언제까지 펼 수는 없다"며 증세론을 수면 위에 올렸다.
이는 100대 국정과제 발표 때 밝힌 증세 없는 공약 이행 의지와 상반된 주장이다. 국정과제 이행에 필요한 178조원의 재원을 자연세수 증가 등을 통해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정부가 받아들인 셈이다.
김 장관은 "국민에게 우리 경제 현실을 정확히 알리고 좀 더 나은 복지를 하려면 형편이 되는 쪽에서 소득세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정직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인세에 대해서도 "이명박 정부 시절 인하했지만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은 만큼 최저한세 도입에서 나아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2천억원 이하까지는 현행 법인세율 22%를 유지하되 2천억원 초과 대기업에 대해서는 25%를 적용하자. 소득 재분배를 위해 현행 40%로 돼 있는 5억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도 42%로 높여야 한다"며 한층 구체적인 안을 내놨다.
추 대표의 발언은 '돌출 발언'이 아닌 사전에 충분한 교감을 거친 의도된 발언이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추 대표가 말씀하신 것은 우리 당 안에서 이렇게 정리해 가고 있는 것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바른정당 긍정적…한국당은 "날림 공약 자인"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당은 증세 논의에 일단 긍정적이다. 갈수록 증가하는 복지 수요 등에 맞춰 정책을 실현하려면 부족한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다.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은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박근혜 정부에서 허구로 드러났다. 결국 담뱃세 인상이라는 꼼수로 서민들의 얇은 지갑을 털어가고 있지 않느냐"라며 "대통령은 솔직해져야 한다. 증세의 필요성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른정당도 법인세·소득세 인상에 원론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지난 대선 때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올리고, '중부담-중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소득세·재산세 인상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이현재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소요 예산 178조원을 증세 없이 추진한다고 했는데 불과 하루 만에 증세 없이는 도저히 안 되는 날림 공약임을 스스로 자인했다"고 비판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추 대표가 증세 카드를 꺼내들며 거드는 모습을 연출한 것은 지출만 가득한 문재인 정부의 공약에 여당이 총대를 메는 사전에 조율된 잘 짜여진 각본"이라며 "김 부총리는 증세는 아주 신중해야 한다고 했는데 허언이 됐다"고 꼬집었다.
여당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상민 의원은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 인터뷰에서 "국민 공감 없이 곧바로 증세를 시작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본다"며 "지지율이 높으니까 이때 밀어붙이자고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올바른 자세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윤채나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조성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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