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20일 오후 2시 50분 시청역 인근 스타벅스 매장에 갑자기 손님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삼삼오오 매장 안에서 주문을 하지 않고 멀뚱멀뚱 서 있던 사람들은 3시 정각에 "해피아워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직원이 안내하자 갑자기 카운터 앞에 긴 줄을 섰다. 스타벅스의 제조 음료를 5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오는 27일 한국매장 오픈 18주년을 맞는 스타벅스는 이날부터 3일간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 동안 전국 1천50여개 매장에서 해피아워 이벤트를 실시한다. 지난 2011년부터 창립기념일을 전후해 고객들에게 사은행사로 매년 '해피아워'를 진행하고 있는 스타벅스는 이 기간만 되면 본사와 점포 모두 고객을 맞을 준비로 분주해진다. 이벤트 시간에 주문이 몰릴 것을 예상해 캐리어와 쇼핑백 등도 미리 마련해 놓지만 몰려드는 손님들로 매장 안은 북새통을 이룬다.
스타벅스는 이 시간에 고객 응대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매장당 평균 2~3명의 추가 인력을 투입시켰다. 스타벅스 소공동점 역시 평소 3~4명의 직원이 일을 하고 있지만 이날 오후 3시에는 본사 파견직원까지 총 7명이 고객들을 맞이했다. 이 매장에 지원을 나온 스타벅스 본사 직원 역시 '파트너'로 불리는 매장 직원들과 같은 유니폼을 차려 입고 얼음통에 얼음을 채워 넣거나 주문고객 응대를 맡으며 구슬땀을 흘렸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처음 이 행사를 시작할 때 많은 직원들이 몰려드는 고객들로 일이 많아져 힘들어한 적이 있었다"며 "행사를 거듭하면서 고객들의 호응을 얻자 지금은 직원들도 행사 때마다 힘들어 하지 않고 자부심을 가지고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직원들은 얼굴에 지친 기색 없이 일사 분란하게 각자 맡은 일을 했다. 이날 '망고 바나나 블렌디드'를 주문하자 동시에 한 직원은 망고퓨레와 바나나를 믹서기에 넣어 갈고 다른 직원은 다른 손님의 커피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음료가 나오자 "A-83번 고객님,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이번 행사에서는 스타벅스 리저브, 리저브 콜드 브루, 피지오, 청담스타점 전용음료, 아포가토, 병음료 등 일부 제품이 할인 품목에서 제외됐지만 대부분의 음료가 할인 대상에 포함돼 고객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고객들은 기나긴 줄에서 평균 10~20여분, 길게는 30분 이상 대기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의 제조 음료를 반값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보였다. 여의도에서는 매장 밖까지 고객들이 줄 서 있는 광경도 목격됐다. 또 많은 이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증명하듯 한 검색사이트의 실시간 검색 순위에는 '스타벅스 해피아워'가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이날은 행사가 시작된 첫날인데다 긴 장마 끝에 찾아온 '폭염경보'까지 겹치면서 많은 이들이 차가운 음료를 반값에 즐기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행사가 인기를 끌면서 밀려드는 고객들을 제대로 응대할 수 없을 것이란 염려 때문인지 스타벅스는 이날 구매잔 수를 1인당 최대 3잔까지로 제한하기도 했다. 또 매장이 아닌 곳에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료를 주문할 수 있는 '사이렌 오더'도 해피아워 시간에는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스타벅스 소공동점에서 만난 50대 손님은 "목이 말라 음료를 구입하러 왔다가 사람들의 줄이 길어 당황스러웠다"면서도 "우연히 들렀다가 반값에 음료를 살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해피아워 기간에 처음으로 음료를 사 먹어봤다는 한 고객은 "스타벅스에서 해피아워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해서 호기심에 들렀다"며 "직원들도 친절한 데다 평상 시 가격이 비싸 시도하기 어려웠던 메뉴들도 다양하게 먹어 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고객들은 해피아워 시간 동안 사이렌 오더를 이용할 수 없는 데다 행사로 인해 매장이 너무 소란스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평소 스타벅스 매장을 자주 찾는다는 한 고객은 "할인카드를 잘 적용하면 반값으로 구매할 방법이 많은데 굳이 이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려 음료를 마셔야 하는 지 모르겠다"며 "해피아워를 잘 모르고 그냥 방문한 사람들에게는 이 행사가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고객들의 성원에 감사하는 의미로 매년 7월 27일 창립기념일을 전후해 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매출 증대차원으로 진행하는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고객들이 많이 몰려도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이 심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스타벅스 해피아워처럼 일정 기간 동안 진행되는 할인행사에 대해 더 열광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이러한 소비자 심리와 값 비싼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해 소비자들의 지갑을 공략하는 행사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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