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지난해 수주절벽 여파로 인한 조선업체들의 하반기 일감 부족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주요 조선업체들이 '내부 갈등'에도 시달리며 '이중고'를 겪고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부터 지속된 노사 갈등이 노조의 상경투쟁 등으로 보다 고조됐고,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제출한 자구안에 따른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노동자협의회 쪽과 갈등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갈등 진통…노조 상경투쟁
지난해부터 불거진 현대중공업의 노사 갈등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사는 지난해 5월부터 현재까지 총 93차례의 교섭을 가졌지만 이렇다할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협상 진통만 겪었다. 양측은 협상 과정에서 서로 새로운 요구안을 제시하고, 지난해와 올해 임단협을 함께 논의하기로 하는 등 타협을 시도했지만 결국 1년 넘게 노사분규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들어 노조 측은 노보에서, 사측은 사보에서 회사의 상반기 실적 및 하반기 전망에 대해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노조 측은 "올해 2분기에도 흑자를 기록하며 6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며 "올 1월부터 5월까지 총 62척, 38억달러 규모를 수주해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배가 늘어났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노조가 주장하는 수주 규모는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을 합친 수치"라며 "현대중공업 단독으로는 17척을 수주했다"고 반박하는 등 연이은 공방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노조는 결국 지난 13일부터 1박2일 동안 조합원 상경투쟁에 나섰다. 상경투쟁에는 조합원 450여명 정도가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청와대 3보 1배 및 행진, 현대중공업 계동 사옥 앞 집회 등을 진행했다. 당초 2박3일로 예상된 일정은 1박2일로 줄었다. 노조는 상경투쟁 기간 동안 사측에 임단협 성실 교섭, 구조조정 철회, 실업 및 산업재해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더욱이 지난 5일과 6일 백형록 노조위원장과 김종훈 의원(무소속)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찾아 노조 측의 주장을 강조했다. 노조 측은 이번 노사갈등을 사회적으로 부각시켜 현 상황을 알리기 위해 정치권과의 만남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논의가 보다 확장됨에 따라 양측의 갈등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 자구안 따른 구조조정 시행…노협 측 '반발'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삼성중공업은 올해 다시 한 번 구조조정으로 인한 갈등이 시작될 조짐이다. 최근 삼성중공업 사측에서 노동자협의회(노협) 측에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전달했다. 양측에 따르면 구조조정안의 핵심 내용은 희망퇴직 검토, 1개월 이상 순환휴직, 2018년까지 전 직급에 대한 임금반납 시행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부터 사무직 과장 15%, 부장 20%, 임원 30%의 임금반납을 시행 중이며 박대영 사장은 임금 전액을 반납하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 안에는 대리와 사원급에 대한 10%의 임금반납이 포함돼 있으며 생산직도 함께 적용된다.
삼성중공업의 이번 조치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자구안의 일환이다. 지난해 주채권은행에 제출한 자구안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오는 2018년 말까지 직원 1만4천명 중 30~40%의 인원을 줄여야 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40%로 보면 총 5천600명이 되는데, 지난해 희망퇴직 등을 포함해 2천여명 정도가 퇴직했다"며 "내년 말까지 추가로 3천여명의 인력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본급 반납 역시 자구안에 있는 내용을 시행한 것으로, 삼성중공업은 향후 이 부분에 대해 노협과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그러나 노협 측은 사측의 이같은 조치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노협은 회사 측의 제안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노협 관계자는 "사측에서 전체적으로 강제적인 임금 삭감안 등을 제시했다"며 "특별히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반대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사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노협은 또 노협 측의 요구안에 대한 사측의 답변이 전혀 없었다며, 향후 논의 과정에서 사측이 이에 대한 답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직 논의 초기 단계인 만큼 향후 지속적으로 추가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자구안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대우조선해양도 마찬가지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부터 대우조선해양건설, 웰리브 등 비핵심 자회사들을 연이어 매각하고, 서울 다동 사옥의 사무 공간 축소 및 조직 재배치 등 강력한 자구안을 이행하고 있다. 노조의 경우 지난 4월 전 직원 임금 10% 추가반납에 동의하는 등 사측과 합의를 이룬 바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 2009년 풍력발전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사들인 풍력발전 계열사 '드윈드'에 대한 매각 작업도 진행 중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기존에 풍력 사업에 진출하려고 미국, 유럽 등에 각각 법인을 만들었다가 현재 매각이나 청산 쪽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현재 지분 인수를 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총 2조7천100억원(전체 5조3천억원)의 자구 목표를 세웠는데, 현재까지 자구안 이행률은 76.2%(2조650억원)다. 드윈드 등 현재 추진하고 있는 매각 건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순탄하게 자구안을 이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선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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