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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논란] ②보편 요금제는 보편적일까


데이터 기본권? "이미 해외보다 저렴"…국회 논의 진통 예고

[아이뉴스24 양태훈기자] 보편 요금제는 정부가 중장기 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확정한 정책 중 하나다. 기존 3만원대 요금제에 해당하는 음성(200분)과 데이터(1GB) 제공량을 2만원에 제공, 데이터이월하기 등 서비스 추가 지원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보편 요금제 시행을 위해 연내 전기통신사업법 등 관련법 개정을 통해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보편 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국회, 사업자,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사회적 논의기구를 마련, 보편 요금제의 요금이나 제공량, 트래픽과 이용패턴 등을 반영해 정기적으로 이를 조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법 개정 및 시행까지 진통이 만만찮을 조짐이다. 통신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선택약정할인율 상향과 함께 법 개정을 통한 보편 요금제 출시를 놓고 그 절차 및 정부 개입 등을 문제삼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해당사자인 SK텔레콤은 이에 반발, 내부적으로 법적대응 등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더욱이 자유한국당 등 야당 측은 보편 요금제 등 정부의 인위적인 요금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완전자급제 등 시장자율적인 통신비 인하 방안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향후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한 의견조율 등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보편 요금제, 과연 보편적일까?

정부는 사업자간 경쟁혜택이 고가요금제에만 집중, 저가요금제 이용자가 차별을 받고 있어 이들의 기본권을 보장한 보편 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가와 저가 요금제 가격차는 3배 가량인 반면, 데이터 제공량은 최소 119배에 달한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일정량의 데이터 사용 등 국민의 네트워크 접근권을 기본권으로, 사실상 데이터 요금제를 '보편 서비스'로 규정한 셈이다.

정부는 보편 요금제 출시로 현재 유사 데이터를 제공하는 3만원대 요금제 대비 1만1천원의 통신비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또 현재 데이터중심 요금제 이용자가 2천570만 명임을 감안할 때 이들이 보편 요금제에 가입하면 총 2조2천억원의 통신비 인하 효과를 거둘 것으로 추산했다.

아울러 '데이터 이월하기' 등을 기존 요금제의 데이터 활용도 확대, 요금체계 전반의 데이터 제공량 증가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반면 업계는 데이터무제한 등 국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고가와 저가 요금제간 단순 비교를 근거로 저가 요금제 이용자가 소외되고 있다는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맞서고 있다.

이를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정부가 나서 특정 요금제 출시를 강제하는 것은 잘못된 시장 개입이라는 것. 또 이미 보편 요금제에 해당하는 유사 요금제가 있어 이의 선택권 제한을 비롯한 실효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해외 역시 고가 및 저가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 통상 40배 가량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의 경우 가격차이는 5.4배, 제공량 차이는 150배 수준이고, 영국도 가격은 4배 가량, 제공량은 133배 가량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 데이터무제한 등과 같은 요금제로 사용량이 급증, 이용자간 격차가 커진 것을 차별로 보기 보다 오히려 경쟁에 따른 소비자 혜택 강화로 봐야 하다는 지적도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저가와 고가요금제 제공량 차이가 100배 이상 나는 것은 통신시장의 일반적 경쟁형태인 데이터무제한 서비스 도입에 따른 것"이라며, "이는 오히려 이용자편익이 확대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정부가 이를 비정상적인 시장으로 규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월 2만원(부가세포함)에 음성 200분, 데이터 1GB 제공을 보편 요금제 기준으로 제시했지만 이는 물가 등을 감안하더라도 각국 최저요금제에도 못미치는 수준.

실제로 1GB 수준의 데이터 제공을 기준으로 해외 7개국의 SIM-Only 등과 같은 최저요금제의 평균 요금수준은 월 3만3천원(시장환율)·2만8천원(물가 등을 감안한 PPP환율)대다.

심지어 캐나다의 경우 200MB 데이터 제공에 요금은 월 6만5천990원(시장환율)·5만4천669원(PPP환율)에 달한다. 국내보다 제공량은 적고, 요금은 비싼 것.

더욱이 정부 취지대로 기본 사용이 보장된 유사 요금제가 이미 있다는 점도 법 개정을 통한 의무화 등에 대한 실효성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령 SK텔레콤의 'T끼리 맞춤형 요금제'는 1.5GB 데이터 제공에 월 2만7천544원이면 이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밴드데이터세이브(월 2만6천312원·데이터제공량 300MB) 등 최저구간 요금제 제공량이 낮다고 분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미 해외보다 데이터 소량 이용자를 위한 더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 기본권 보장? 정부 기금 활용 목소리도

정부는 보편 요금제 출시와 관련 통신서비스를 일상에 필요한 필수재로, 사업자간 경쟁의 혜택이 공평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그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저가요금제를 이용하는 취약계층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국민의 네트워크 접근권을 보장하는 취지에서 보편 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하겠다는 것.

하지만, 일정 수준의 데이터 사용이 국민의 기본권, 즉 정부가 보장해야하는 '보편 서비스'라면 이에 따른 정부 역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취약지역 유선서비스 등은 KT를 의무사업자로 '보편적 역무'로 지정,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른 적자는 각 사업자가 보전해 주는 형태다.

보편 요금제의 경우 이통 3사 등 기간통신사업자가 주파수 할당대가 및 전파사용료 등으로 연간 1조원대 각종 기금을 내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하는 등 다각적인 해법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현재 이통 3사는 해마다 1조원대 수준의 주파수 할당대가를 내고 있다. 2017년도 주파수 할당대가는 총 8천442억원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전파사용료로 가입자당 분기별 2천원씩, 연간 약 2천400억원대를 추가로 내고 있다.

이중 주파수 할당대가는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으로 편입돼 활용되고, 전파사용료는 아예 기획재정부 일반 회계 재원에 편입돼 운용된다.

문제는 연간 1조원이 넘는 이들 기금들이 정작 통신시장 발전 등에는 크게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 이중 70% 가까이가 정부 연구 지원이나 방송 콘텐츠 육성 등에 활용되고 있다. 정작 농어촌 광대역망 구축 등 소외계층 통신접근권 보장 등에는 전체의 1% 대 수준이 쓰이고 있다. 기업에서 거둬 들여 정부 일반 예산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말 그대로 '눈먼 돈'인 셈이다.

통신업계가 보편 요금제 등 재원으로 사업자가 낸 주파수 할당대가 및 전파사용료를 활용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올해 방발기금 및 진흥기금 지출예산 1조3천797억원 중 이용자를 위한 직접 사업에 배당한 금액은 260억원,전체의 1.8% 수준"이라며 "정부가 그간 수조원대의 주파수 할당대가와 전파사용료를 사업자로부터 징수했지만, 정작 이를 이용자 후생을 위한 정책 등에는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이통사로부터 약 1조원에 달하는 준조세를 거둬들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입자 1회선 당 연평균 1만 6천600원 이상을 정부에 납부하는 것"이라며 "이것만 내리거나 활용해도 통신비 인하 효과나 보편 서비스와 같은 기본권 보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야 이견, 국회 처리 등 진통 이어질 듯

보편 요금제는 현재 법적근거가 없는 만큼 시행을 위해서는 국회 입법 동의 등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국회·통신사업자·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해 의견을 조율, 올 하반기까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지만, 당사자 간 입장차로 이 역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 소수 야당인 정의당이 보편 요금제 출시를 위한 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특별소위원회를 통해 국회 미방위 차원의 본격적인 논의를 촉구하고 있지만, 여야 대결국면 속 갈등 확산 등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인 것.

이미 6월 임시회에서 처리하려던 문재인 정부의 공약 중 하나인 '단통법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는 여야 갈등으로 미방위 내 법안심사소위조차 열지 못했다.

당장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정부의 인위적인 보편 요금제 시행보다는 완전 자급제 도입이나 제4 이통사 선정을 통한 시장자율적인 인하 방향이 더 합리적이라 판단하고 있다.

야당 관계자는 "정부가 통신사를 압박해 요금인하를 강요하는 것은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고, 통신시장의 경쟁 패러다임 전환 등 취지에도 어긋난다"며, "보편 요금제 출시를 강요하기보다 당장 자급제를 도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 국회 차원의 논의과정에서도 이를 분명히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야당 내에서는 유영민 미래부 장관 후보를 비롯해 이후 방송통신위원장이 결정되면 이에 대한 철저한 인사검증을 벼르고 있어 미방위 일정 등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조짐이다.

정부도 더불어민주당과 통신비 인하 방안을 마련했지만, 야당 동의 없이는 법 개정이 불가능한 만큼 당분간은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보편 요금제 출시를 위해 올 하반기 관련법 개정 및 예산 편성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지만, 여야 갈등국면이 깊어지고 있어 국회 주도의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 및 의견조율이 언제 이뤄질 수 있을지 예측이 어렵다"며, "사업자 반발도 심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사회적 논의를 거쳐 보편 요금제 수준을 정기적으로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만큼 이에 대한 논란도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소비자단체를 포함, 협의체를 구성해 보편 요금제의 요금 및 제공량을 정기적으로 조정하겠다는 계획인데 정부의 요금 개입 등 과도한 결정권 등 또다른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태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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