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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구글에 과징금 폭탄…본질은 밀린 세금걷기?


조세 회피 등 문제삼아 유럽 IT패권 찾기··국내 영향 '촉각'

[아이뉴스24 민혜정기자] 최근 유럽연합(EU)은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24억2천만 유로(약 2조 8천억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과징금 판결을 내렸다. 미국 IT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29일 업계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번 결정에서 구글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검색 결과를 조작했다는 표면적인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나 핵심은 각국에서 조사 중인 다국적 기업에 대한 탈세 문제와 함께 오랫동안 이어져온 유럽의 IT 산업 패권 찾기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구글세(Google tax)'라는 신조까지 만들어낸 구글의 조세 회피 방법은 '더블 아이리시 앤드 더치 샌드위치(Double Irish with a Dutch Sandwich)'라 불린다. 아일랜드에서 네덜란드, 다시 아일랜드 자회사를 거쳐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가 없는 버뮤다로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을 이전하는 합법적인 탈세다.

지난 1월 영국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구글이 납부하지 않은 세금을 징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조세당국의 공개 감사 후 1억 3천만 파운드(약 1천900억 원)의 체납 세금을 납부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구글의 영국에서의 실제 매출을 고려할 때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구글이 해당 금액은 우회된 이익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영국의 6년에 걸친 엄격한 세무조사에도 구글에 밀린 세금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 확인됐다.

프랑스는 구글세 문제에 있어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 당국은 수년째 구글이 10억 유로(약 1조 3천억원) 이상의 세금을 체납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100여 명의 수사관을 동원해 구글 파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세무조사를 펼치는 등 적극적으로 구글의 프랑스 내 매출에 대한 기본 근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최근 프랑스 행정법원이 독립 법원 고문으로부터 구글이 고정사업장 없고 과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프랑스 당국이 주장하는 세금을 납부해야 할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전하면서 세금 추징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EU가 구글의 조세 회피에 맞서, 반독점법 위반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과 과징금을 부과가 현실적인 밀린 세금 받기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선 EU의 규제 행보가 검색, SNS, 동영상, 전자상거래 등 모든 인터넷 분야를 압도적인 점유율로 지배하고 있는 미국 IT 기업들을 견제하고, 유럽의 자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이라는 분석도 있다.

1990년 대 이후 1차 산업인 농산물, 2차 산업인 제조업 분야에서 극렬한 무역 분쟁을 벌여왔던 미국과 유럽이 미래 산업의 먹거리로 불리는 IT 기술 분야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0년 대에 들어서면서 미국 IT 기업들이 전 세계로 급팽창해 나가기 시작했고, 주도권을 빼앗긴 유럽은 반독점, 개인 정보, 세금 등 다양한 명목으로 이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2015년 처음으로 제안돼 내년에 본격적인 실행을 앞두고 있는 EU의 '디지털 단일 시장(Single Digitlal Market)'을 앞두고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단일 시장은 EU 28개 회원국이 디지털 상품·콘텐츠·서비스 시장을 통합해 단일 IT 경제 시장을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을 비롯한 미국의 IT 기업들이 네트워크 인프라와 상거래, 자동차 등 유럽의 핵심 산업까지 잠식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최근 국내에서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글로벌 IT 기업들의 정보 독점과 지배력 남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면밀히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유럽을 중심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통한 자사 앱 선탑재, 소득 이전을 통한 조세 회피 논란 등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국민의당 오세정 국회의원이 유한회사 등록을 통해 매출이나 수익 공시 의무를 회피했던 외국계 인터넷 사업자들이 매출과 영업이익 등의 경영 활동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실제 이번 EU의 대규모 과징금 판결 이후 국내 공정위에서도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EU 집행위원회의 이번 대규모 과징금 판결은 유럽 시장에서 매년 수십조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유럽연합 입장에서 다른 명목으로 밀린 세금 받기에 나선 셈"이라며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유럽을 포함한 세계 각지에서 미국 IT 기업들을 견제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민혜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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