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6차 공판에서는 지난 8일에 이어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과 관련된 부정청탁 건이 다뤄졌다. 당시 금융위원회가 전환과 관련해 부정적 의견을 전달했음에도 삼성이 원안대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한 것과 관련된 공방이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9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부회장의 26차 공판이 속개됐다. 앞서 8일 열린 25차 공판에서 진행된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과 관련된 증인 심문이 계속됐다.
26차 공판의 증인으로는 손병두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이 자리했다. 특검의 진술조서 작성 당시인 지난 2016년 2월께 손 상임위원은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정책국장을 맡았다. 이승재 삼성 미래전략실 전무의 요청으로 인해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사전 검토를 진행했다. 손 상임위원과 이 전무는 행정고시 동기로 서로 잘 알고 있는 사이다. 이 전무는 지난 2014년께 공직생활을 그만두고 삼성으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특검은 손 상임위원을 통해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을 진행했고, 이 부회장 주도 하에 이뤄져 있음을 밝히는데 주력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부정청탁 여부에 대해 주목했다.
손 상임위원은 지난 2월 8일 특검 조사 과정에서 "2016년 1월 초순경으로 생각되는데 이승재 삼성 미래전략실 전무에게 유선으로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을 위해 승인신청을 하려고 하는데 어떤 절차를 밟아서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사전 검토 좀 해 줄 수 없느냐는 요청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기업들의 사전 검토 또는 협의 신청은 그간 공공연하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손 상임위원은 "금융지주회사 인가를 위해 검토해야 하는 사항들이 많고 전문적인 내용들이 많아 정식 신청 이후 인가 여부를 결정해줘야 하는 법정기일 내 모두 검토가 어려워 기업들이 사전에 인가 요건 충족 여부에 대해 사전 검토 또는 협의 신청을 한다"고 답했다.
삼성생명 금융지주사전환 사전 검토 문건은 약 1개월이 지난 같은해 2월 14일 완성됐다. 그 사이 1월 28일을 전후로 언론에 의해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이 상황에 대해 손 상임위원은 "우리가 보안을 철저히 한 상태에서 검토 중이었는데, 언론에 나와 이 전무와 얘기를 했다. 많이 당황한 상태였다. 청와대 행정 쪽에서도 전화가 오고 높은 사람들에게도 어떻게 설명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고 회상했다.
당시 손 상임위원은 언론에 공개된 시점에 이 전무가 통화로 "언론보도에 대해 삼성에서 대응을 하겠다. 그런 사실이 없다고 대응할 것이다.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청와대(안종범 수석)에 상황을 설명할 계획이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정확하게 언급 됐는지에 대해 특검이 물었으나 확실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검은 금융위가 직접 청와대에 보고하면 되는 사안을 왜 삼성이 나서서 했는지에 대해 지적했다. 손 상임위원은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삼성이 직접 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특검 조사 때도 "삼성의 전환 계획이므로 삼성이 취지와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금융위는 자료도 불충분하고 삼성 측 계획을 전부 이해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금융위는 사전 검토를 마치고 같은해 2월 16일 이 전무에게 삼성생명 금융지주사전환에 대한 보수적 결론을 내린 검토 문건을 전달했다. 문건에는 삼성그룹이 최근 수년간 계열사간 합병과 자회사 지분 매입 등을 통해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이재용 등 특수관계인을 중심축으로 하는 지배구조가 형성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손 상임위원은 "저희가 주요 쟁점사항을 10가지 이상 나열했다. 금융위 유권해석과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야 하고, 대기업에 편의를 제공하는 것처럼 비췰 수도 있다는 점 등이 부담스러웠다"며, "(삼성이) 끝까지 해쳐나갈 수 없다고 판단해서 내부적으로 어려울 것이라 봤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보수적인 사전 검토안을 내놓긴 했으나 삼성은 원안대로 지주사전환을 시행했다. 손 상임위원은 "3월 중순께 이 전무가 전화로 저에게 금융위 입장이 부정적이라도 삼성으로서는 관련 쟁점을 해소해가면서 최대한 추진을 하겠다라고 했다"며 ,"왜 무리하게 추진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물었는데 이 전무가 윗분들의 의지가 강한 것 같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손 상임위원의 '윗분' 발언으로 특검과 변호인단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특검은 '윗분=이재용'을, 변호인단은 '이재용'이라는 이름 자체가 언급되지 않았다는데 날을 세웠다. 변호인단은 금융지주사전환과 이 부회장의 의지가 강한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손 상임위원은 "삼성 그룹으로서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이재용 부회장이 관심이 없는채 이뤄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부정적 의견을 전달했는데도 그대로 추진하면 의지가 강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금융위의 사전 검토 문건에 대한 실랑이도 이어졌다.
특검은 "자사주를 이용해 대주주들이 추가 자금 투입없이 지배력을 강화해왔는데, 이러한 내용이 삼성 계획에 포함돼 있었다. 자본확충을 해야 되는 상황인데 현금 3조원을 지주회사로 넘기는 것은 당시 상황에 역행하는 내용이다. 또한 3조원을 지주사에 필요최소비용이 아니라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상임위원은 특검의 말에 동의하면서 "사실 법적으로는 허용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법률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유권 해석이 필요할 때는 외부 영향을 최소화해서 판단하려고 했다"고 답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삼성의 금융지주사 전환 단행은) 삼성의 법률사무소에서는 (금융위와) 의견이 달라 설득해가면서 추진하고 보완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변호인단은 금융위가 사전 검토 문건을 작성할 때 내외부에서 특정한 방향으로 검토를 하라고 지시를 받은 적이 있는가와 지주사전환과 관련해 특정한 검토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해 손 상임위원에게 물었으나 "아니다"라고 말해 청탁이나 외압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문기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조성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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