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지영기자] 알파고 성장은 놀라웠다. 지난해 이세돌 9단과 맞붙어 4 대 1 압승을 거둔 알파고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커제 9단에 2연승을 거두며 인공지능(AI)의 위력을 뽐냈다.
그간 베일에 싸여 있었던 알파고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 모든 측면에서 놀라운 성장을 보이며 커제 9단을 압도했다. 예견된 결과지만 승부는 한 치의 이변을 허용치 않고 싱겁게 끝난 셈이다.
25일 중국 저장성 우전 컨벤션 센터에서 '바둑의 미래 서밋'으로 진행된 커제 9단과 알파고의 2차 대국에서 알파고는 약 3시간 만에 155수 불계승을 거뒀다.
총 3번기로 예정된 일대일 매치였지만 알파고가 2연승을 거두면서 최종 우승을 확정했다.
백돌을 잡은 알파고는 초반부터 우상귀에서 백의 우세를 잡아가며 승세를 이끌어갔다. 첫 수를 우하귀 소목으로 시작한 알파고는 3번째 수에서 지난 1대국 커제 9단이 놓았던 좌하귀 3.3에 포석을 깔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무난한 전략을 펼칠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극단적 실리를 꾀하는 전법을 사용한 것. 특히 지난 대국 커제 9단이 3.3수를 연달아 놓았다가 패배했던 포석이기 때문에 알파고의 예측할 수 없는 전략은 상상 이상이라는 게 관전평이다.
반면 커제 9단은 초반 흉내바둑에 실패하며 승세를 빼앗겼다. 알파고가 5수에 좌상귀 소목에 날일자로 걸치자 우하귀 소목에 날일자로 맞섰고, 또 7수에 알파고가 우하귀에 날일자를 날일자로 받자 다시 좌상귀를 날일자로 받았다. 하지만 이후 알파고가 우상귀 화점에 걸치면서 흉내바둑은 4수만에 끝났다.
흉내바둑은 커제 9단이 알파고에 대응할 비밀병기로 공언했던 전략. 백돌을 잡았을 때 흑이 둔 수의 천원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점대칭에 수를 둬 승률을 높여나가는 방식을 말한다.
상대의 수를 따라두며 상대의 실착에 반격 기회를 잡는 전략으로 일종의 '비겁 수'이기도 하지만, 커제 9단은 자존심을 제쳐두고 알파고로부터 승리를 이뤄내기 위해 이 같은 전략을 선택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4일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바둑의 미래 서밋-인공지능(AI)의 미래' 포럼에서 "알파고가 지난해 이세돌 9단과 대결했을 때에 비해 기력 차이가 3점 정도 난다"고 지적했던 만큼, 알파고의 기력은 커제 9단을 압도했다.
1대국 때보다 더 초조한 모습을 보인 커제 9단은 장고를 거듭하며 수를 뒀고, 턱을 괴거나 머리를 손가락으로 돌돌 마는 모습도 보이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커제 9단도 두텁게 균형을 이뤄냈지만 알파고의 백돌이 더 두터운 균형을 이뤄내며 판을 끌어갔다. 알파고는 대국 중반 변화가 일어나면서 패가 남아있는데도 정리를 하지 않고 중앙으로 행마하면서 백의 약점을 압박하기도 했다.
바둑TV 중계 해설을 맡은 송해곤 9단은 "사람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수법을 알파고가 쓰고 있다"며 "사람이라면 좌하귀에 정리를 안 해두고 중앙으로 가는 게 찝찝할 텐데 전혀 감정없이 수를 두는 것이 대단하다"고 분석했다.
국가대표인 김지석 9단은 불과 경기 2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흑(알파고)이 우세한 국면"이라며 "이 정도면 내가 지금부터 흑으로 두더라도 10판 중에 9판은 이길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오지영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