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 절차가 당분간 지연된다. 웨스턴디지털(WD)과의 갈등양상이 깊어짐에 따른 결과다. 일본 욧카이치 공장 내 WD 강제 철수를 진행하겠다는 도시바와 독점교섭권과 함께 ICC에 중재를 요청한 WD의 알력 싸움이 더욱 치열해진 모양새다.
1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매체들은 웨스턴디지털(WD)이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 금지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지난 14일(현지시간)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법원에 중재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WD 측은 "도시바의 추가 계약 위반을 금지하는 취지의 금지 명령 구제를 요구하는 것"이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지난 2006년 인수한 미국 원천업체 웨스팅하우스에서 발생한 사업손실을 메우기 위해 메모리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3월말 1차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업계에 따르면 1차 예비입찰에는 10여곳 이상이 참여했으며, 그 중 5개 곳으로 좁혀진 상태다.
예비인수 후보자들은 WD를 포함해 SK하이닉스, 브로드컴, 홍하이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1차 예비입찰에는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본 정부 주도의 3자 컨소시엄이 형성되면서 2차 예비입찰에 뛰어들 가능성이 상당하다. 3자 컨소시엄에는 일본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투자펀드 KKR로 구성됐다.
하지만 오는 19일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2차 예비입찰에 제동이 걸렸다. 앞서 WD는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경쟁업체의 주주 참여를 반대하는 의미로 도시바에게 독점 교섭권을 요구했다. 스티브 밀리건 WD CEO는 도시바가 합작사의 의견을 배제한 채 매각에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WD는 도시바의 기술협력 업체이자 일본 욧카이치 공장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도시바는 즉각 반박했다.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을 계속해서 방해한다면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도시바는 지난 3일 WD로 서한을 보내 메모리 사업부 매각을 방해하면 공동 운영하고 있는 욧카이치 공장에서 WD가 시설과 네트워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15일까지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WD 기술자들도 내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시바가 최후통첩을 보냈음에도 WD는 요지부동이다. 스티브 밀리건 CEO는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도시바와의 파트너십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적인 행동으로 ICC에 중재를 요청한 셈이다.
WD가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과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킴에 따라 당장 15일 도시바가 욧카이치 공장 내 WD 사용권과 관련 직원들을 내보낼 수 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여파로 2차 예비입찰은 오는 19일이 아닌 빠르면 이달말, 또는 내달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4월 24일 일본을 방문해 도시바 경영진에 메모리 사업부 인수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다만, 일본 정부가 일찍부터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중국과 대만, 한국 업체들을 꺼리는 상황이어서 일본 3자 컨소시엄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김문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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