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최순실 씨 국정농단과 관련돼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의 9차 공판을 끝으로 서류증거 조사가 일단락됐다. 특검은 아직까지 이 부회장이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전달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꺼내놓지 못하고 있어, 이어질 증인 심문에서 반전을 꾀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28일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한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 부회장, 장충기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차장 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의 9차 공판이 속개됐다.
9차 공판에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된 순환출자 과정에서 삼성의 로비 의혹에 대해 다뤄졌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순환출자 문제 해결에 대해 의논했으며, 삼성 미래전략실 차원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게 밀착 로비를 단행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다수의 증거물을 제출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각각 지난 2015년 5월 26일 이사회를 통해 합병을 결정했다. 이후 같은해 7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친후 같은해 9월 1일 합병됐다.
순환출자란 3개 이상의 계열출자로 연결된 계열회사가 모두 계열 출자회사 및 계열 출자대상회사가 되는 계열 출자 관계로 고리 형태의 출자관계를 가리킨다. 공정거래법에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순환출자를 형성하는 계열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기존 순환출자 회사집단은 인정한다. 추가적인 계열출자만 금지한다.
특검은 순환출자 문제와 관련해 공정위가 이미 2015년 10월 합병관련 신규 순환줄자 금지제도 법집행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는데도 불구하고 삼성의 로비로 인해 2개월 지연된 12월 삼성에게 유리하게 수정된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애꿋은 현대차가 손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지난 2015년 6월 공정위가 제작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관련 이슈 및 입장검토’ 자료를 살펴보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지배력이 강화된다는 내용이 나온다. 6월 11일 삼성측이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것도 명시돼 있다. 삼성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만든 순환출자 해소 문서도 공정위에 전달한다"라며, "삼성은 이미 6월 11일경부터 이미 공정거래법에 저촉돼 합병시 순환출자가 주요 현안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결론이 나기 전인 10월까지 몇 차례에 걸쳐 공정위에 관련 문건을 전달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은 "2차 독대 말씀자료에도 삼성의 지배구조가 조속히 안정돼야 한다. 현재 법령상 제한적이지만 해결해야하지 않겠는가라는 등의 내용이 기재돼 있다. 대통령도 이를 알고 충분히 도와주겠다고 했으며, 이 부회장 및 삼성과의 이해관계를 통해 나중에 (가이드라인이) 수정됐다"고 지목했다.
특검은 2015년 11월 17일 당시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과 김종중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이 만나 순환출자 문제와 관련해 의논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결과로 3일후인 20일 김 전 부위원장이 김 전 팀장에게 보낸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메시지에는 "전기쪽 단 쉽지는 않으니 기대하지는 마시고 그건만 놓고 보면 어려운데 다른사례와 형평성차원에서. 양사가 인접회사인 순환고리는 동 합병으로 고리형태가 바뀌어도 법취지를 살려 문제삼지 않았는데 양사가 떨어져 있는 고리는 형태가 바뀌었다고 문제 삼은 것"이라고 적혀 있다.
특검은 이후 김 전 위원장이 담당자에게 12월 16일 전원회의를 개최할테니 안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삼성에게 전달받은 문건을 건내줬다고 지적했다. 또한 21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과 이 건에 대한 통화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후 김 전 부위원장이 삼성에게 유리한 안건을 가이드라인에 추가하는 한편, 당시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까지 설득해 결국 결제까지 받아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특검 수사팀장은 "증거의 기본요지는 2015년 10월에 공정위원장이 최종 결정해서 삼성에 통보한 가이드라인은 행정효력이 발생한 것이다. 효력발생한 것을 (로비를 통해) 다시 뒤짚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검의 주장에 대해 변호인단은 증거에 직접적인 로비의 정황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한 공정위의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은 합법적인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음을 분명히했다. 공정위의 가이드라인 변동은 순환출자에 대한 법리적 해석이 그만큼 어려움을 반증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삼성의 순환출자에 3가지 쟁점에 대해서 우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순환출자회사집단에 속하는 계열회사 간 합병에 의한 계열출자를 적용 제외하는 것은 순환출자를 단순화시키기 때문이다. 합병 등에 의한 계열출자의 경우 금지되는 것은 아니나 6개월 이내 처분의 의무가 있다. 또한 기존 순환출자고리 내 소멸법인이 있는 경우 그것을 새로운 형성으로 봐야할지 강화로 봐야 할지 굉장히 헷갈린다. 규정 해석상의 쟁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했을 시에 어느 쪽이 존속이고 어느 쪽이 소멸인지 명확하게 구분지을 수 없다면 바뀐 순환출자 구조 또한 형성인지 강화인지가 경계가 모호해지게 된다. 또한 서로 다른 복수의 고리가 있었지만 합병으로 인해 동일한 고리 결과가 나오면, 결과에 따라 이를 봐야 할지, 과정을 통해 봐야 할지 해석이 나뉘게 된다. 그만큼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사항이라는 게 변호인단의 설명이다.
변호인단은 "2015년 6월 공정위가 기업집단과 내부분석을 통한 보고서에서는 처분대상 주식이 명시돼 있지 않고 형성 1개, 강화 2개의 순환출자구조 변화를 짚었는데, 10월 14일 내부결제된 보고서에서는 형성과 강화를 각각 1개씩 바라봐 처분대상 주식을 1000만주로 봤다. 그런데 12월 20일에는 강화와 형성을 다른 케이스에서 바라보고, 같은달 24일에는 강화가 1개만 있다고 판단했다. 초기 혼란이 이은 법령 검토 판단에 혼란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라고 지목했다.
또한 변호인단은 특검이 10월 공정위가 가이드라인을 최종 결정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2015년 11월 14일 삼성 순환출자 관련 대응방향 문건을 살펴보면 "신규순환출자 금지 적용여부에 대한 위원회 입장을 정리(10.14)하고 삼성측에 비공식 통보(10.15)했다. 위원회 입장을 금주 중 공식 통보하되, 삼성 측이 해소계획 발표시까지 통보 내용은 비공개한다"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11월 16일 기업집단 삼성의 순환출자 관련 공정위 입장에 대해 변호인단은 "검토가 마무리단계에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 최종적으로 확정 통보되지는 않았음. 또한 현행법에 따르면 합병 결과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 형성 또는 기존 순환출자 강화는 예외사유에 해당되므로 설사 신규 순환출자형성 등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곧바로 법위반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쓰여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중 전 팀장이 김학현 전 부위원장을 만나 준 문건도 "설명자료는 로펌의 의견을 요약한 것"이라며, 정당한 행위였음을 주장했다.
특검도 즉각 반박했다. 윤 수사팀장은 "공정위 순환출자 가이드라인 통보가 내부적으로만, 삼성에게는 비공식으로 통보했다고 하는데, 통보에 공식과 비공식 이런것은 없다. 6월부터 10월까지 4개월동안 나름 연구해서 위원장까지 결재 통과해서 통보한 것이다"라며, "공정위가 동네 가게도 아니고 중요한 국가기관으로 자존심이 강하다. 공정위 결정이 바뀌어 가는 과정을 보면 삼성의 로비를 생각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단도 지지않고 맞섰다. 변호인단은 "특검의 검소장을 보면 이재용 부회장이 장충기로 하여금 삼성측 법률대리인을 통해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삼성물산 합병을 공정위에 관철시켜줄 것을 원했다고 적시했다"라며,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관철시켜줄 것을 지시했다라는 내용은 이번 증거에도 찾을 수가 없다. 장충기 사장이 법률대리인에게 이래라저래라 지시하는 사례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재판부는 9차 공판에서도 특검과 변호인단이 쟁점에 대한 의견만을 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오는 5월 2일부터 증인심문을 시작할 계획이며, 오전과 오후 각각 1명의 증인심문을 이어간다.
김문기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조성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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