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다운기자] 한국은행이 미국의 금리 인상이 국내 가계대출, 내수경기에 부담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속도가 완만할 경우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앞으로도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할 뜻을 전했다.
한은은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를 통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은 한국 경제에 어려움을 줄 소지가 있으나 금리 인상이 점진적으로 이뤄질 경우 그 정도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은 자본유출 압력 증대,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 증가, 실물경제 회복 제약 등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은은 "금리 인상의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는 향후 인상속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 채권투자의 경우 장기투자 행태를 보이는 공공자금의 비중이 높아 내외금리차 변화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기 때문에 자본유출 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신흥시장국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에는 그 전염효과로 한국에서도 자본유출 압력이 커질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리가 상승할 경우에는 가계의 이자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 금리 인상으로 미국 장기시장금리가 100bp 상승할 경우 우리나라 장기금리는 29~47bp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대출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가계가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은 연간 약 9조원으로 추산된다.
한은은 가계부문 전체의 채무상환 능력은 대체로 양호하지만, 취약차주의 경우에는 금리 상승에 따른 추가 이자부담으로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미국 금리 인상은 국내 금리의 상승압력으로 작용해 소비, 투자 등 내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가계 및 기업의 이자부담 증가, 자금조달여건 악화 등이 소비와 투자를 제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은은 완만한 경제성장세, 보험사와 연기금의 견조한 국내채권 수요 등을 고려할 때 국내 금리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미국 경제의 회복을 배경으로 한 것인 만큼, 세계교역 및 한국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한은은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하고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통화정책 운용시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도 주요 고려사항 중 하나지만, 기본적으로는 국내 거시경제 및 금융안정 상황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단 자본유출 등으로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에는 한은이 시장안정화 조치를 실시하기로 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장기금리가 급등하면서 시장불안이 커짐에 따라 한은은 국고채 매입, 통안증권 발행물량 축소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올해 성장경로 불확실성 커져
한편 한은은 국내 경제성장률이 올해 2%대 중반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으나,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세계경제 회복세, 보호무역주의 확산, 미국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한중 교역여건 변화 등이 주요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힌다.
소비자물가는 올 들어 2% 내외로 상승했는데, 당분간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취업자수는 내수부진, 기업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제조업의 감소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서비스업의 증가세도 꺾이는 상황이다.
한은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 인력수급 미스매치 등으로 청년층 실업률이 9~10%의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고용상황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김다운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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