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기자]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시장은 한국 게임사에게는 '난공불락'으로 불렸다. 아시아권과는 상이하게 다른 심미관과 이용자 성향, 문화적 차이로 인해 한국에서 흥행한 게임이라도 서구 시장에서는 참패하기 일쑤였다.
이 같은 서구 시장에서 괄목할 성과를 낸 게임이 홀연히 나타나 게임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컴투스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이하 서머너즈워)'다.
지난 2014년 6월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이 게임은 이후 미국과 유럽은 물론 전 세계 주요 국가 오픈마켓에서 매출 순위 '톱10'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두며 게임 한류의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퍼즐과 소설카지노, 캐주얼 게임이 득세하는 서구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역할수행게임(RPG) 장르가 이처럼 성공한 것은 '서머너즈워'가 처음이다.
올해로 출시 4년차를 맞이한 '서머너즈워'는 여전히 인기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신규 업데이트를 진행할 때마다 매출과 이용자가 늘어나는 등 변함없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컴투스에 따르면 현재 '서머너즈워'의 글로벌 일일이용자(DAU)는 100만명에 육박한다.
2013년 813억원 규모였던 컴투스의 연매출은 '서머너즈워'의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5천130억원 규모까지 성장했다. 3년새 매출이 6배 이상 뛴 것이다.
◆'서머너즈워' 차별화 포인트는
'서머너즈워' 흥행의 핵심은 무엇보다 완성도 높은 콘텐츠에 있다. 이 게임은 초기 개발 단계부터 진두지휘했던 정민영 프로듀서를 중심으로 50여명의 개발진이 맡고 있는 프로젝트다.
게임이 출시되면 개발을 진두지휘한 PD가 다른 프로젝트로 넘어가는 여타 회사와 달리, '서머너즈워'는 초기 개발 단계부터 참여한 핵심 PD가 라이브 서비스까지 맡는 구조다. 게임을 가장 잘 이해하는 핵심 개발자가 참여하니 게임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서머너즈워'는 각양각색의 몬스터를 수집하고 육성하는 과정을 담았다는 점에서 기존 수집류 게임들과 장르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캐릭터 육성에 깊이를 더하고 콘텐츠마다 쓰임새를 달리해 버려지는 캐릭터가 없도록 노력을 기울여 차별화를 꾀했다.
모든 콘텐츠에서 통용되는 고급 캐릭터 위주로 게임을 설계하는 대신, 4대4, 3대3 대전에서 사용시 유리한 캐릭터를 각기 기획해, 이용자에게 지속적인 캐릭터 수집 및 육성의 필요성을 부여했다는 의미다. '서머너즈워'가 출시 4년째를 맞는 지금까지도 장기 흥행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 같은 개발 철학에 따라 '서머너즈워'의 콘텐츠 업데이트 주기 역시 잦은 편이 아니다. 대신 연간 한두 회 진행하는 메이저 업데이트에 공을 들인다. 이때도 신규 몬스터를 추가하기보다는 기존의 소외된 몬스터를 재조명하는 쪽에 방점을 둔다.
이상훈 게임사업 1팀장은 "콘텐츠 업데이트에서 신규 상품을 대거 추가해 과금을 유도하는 대신 이용자가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지갑을 열도록 했다"면서 "이 같은 설계가 '서머너즈워'가 오랫동안 인기를 끈 요인"이라고 말했다.
컴투스의 운영 역량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컴투스는 국가마다 각기 다른 문화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글로벌라이제이션팀 및 고객서비스팀을 운영하고 있다. 10개국 이상 30여명의 외국인으로 구성된 이 조직은 '서머너즈워'를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는 게임의 번역 및 현지화 콘텐츠, 커뮤니티 관리, 고객서비스(CS)를 전담한다. 과거에는 외주를 줬던 현지화 콘텐츠를 지금은 컴투스 본사 차원에서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의미다.
서구 이용자에게 인지도를 확산시키기 위한 차별화된 마케팅에도 공들였다. 컴투스는 유명 할리우드 배우를 홍보모델로 기용하고 뉴욕 타임스퀘어에 광고를 펼치는 등 대규모 브랜드 마케팅을 전개했다. 한편으로는 페이스북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옥외 광고, 벽화 및 인터넷 상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서머너즈워' 브랜드를 전방위적으로 알리는 노력을 펼쳤다.
◆'서머너즈워' 만든 컴투스 개발 체계는
'서머너즈워'를 흥행시킨 컴투스의 개발 체계도 관심거리다. 컴투스는 자체 개발작 비중이 높은 게임사다. 현재 컴투스는 신작을 개발할 때 특정 국가에 국한된 게임은 지양하고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을 기획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불어 이 회사는 글로벌 서비스 지표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내부 통합 관리 시스템인 '하이브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각기 다른 게임의 콘텐츠는 개별팀단위로 개발하되, 기본 토대가 되는 뼈대는 통일된 규격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툴은 각종 지표 확인 및 이용자 관리 등의 편의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오직 콘텐츠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게임의 재미를 저해하는 외부 해킹 및 어뷰징(게임의 시스템을 이용해 불법적인 이익을 취하는 행위)에 대한 차단 효과도 크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컴투스는 "'서머너즈워'를 서비스하며 축적한 노하우들이 자체적으로 프로세스화돼 신규 사원이 합류해도 이미 정해진 프로세스대로 하면 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진이 게임 개발 방향을 지시하지 않고 프로듀서(PD)에게 권한을 일임하는 형태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각 팀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오랜 내부 토론을 거쳐 일단 개발이 시작된 게임은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개발을 중단하지 않는 구조다.
회사 측은 "게임은 흥행 사업이라서 한 명의 천재가 모든 이들의 입맛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며 "컴투스에는 액티브한 구성원이 많아 사원들도 적극 아이디어를 내고 피드백을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한편 컴투스는 '서머너즈워'의 뒤를 이을 글로벌 흥행작 발굴에 사력을 모으고 있다. 모바일 게임 사업 전반을 책임지는 사업 전략실을 만들어 총체적인 사업 및 마케팅을 총괄하도록 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지식재산권(IP) 전략실을 신설해 '서머너즈워'를 비롯한 핵심 IP의 가치를 끌어올리도록 했다.
최근 회사 측이 발표한 '서머너즈워' IP를 활용한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개발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IP 관리의 일환이다.
문영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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