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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구 시스코코리아 "韓 투자 유치 늘려 함께 혁신"


"DNA 바꾸는 시스코, 한국지사도 기본부터 다 고쳐"

[아이뉴스24 김국배기자] "벤더(vendor)로만 포지셔닝하면 비즈니스가 재미없어요."

조범구 시스코코리아 대표의 사업관이다. 시스코는 세계 1위 네트워크 장비 회사다. 조 대표는 시스코에 두 번 입사했다.

2009년부터 약 2년 반 가량 시스코코리아에 몸담다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다시 돌아온 건 5년여 만인 지난해 8월. 이번엔 시스코 본사 부사장도 함께 맡았다.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에 있는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그동안) 시스코코리아는 너무 소극적으로 벤더 입장에서 (제품을) 팔려고 했지 본사의 돈을 한국에 유치해서 뭔가를 만들어 보려는 큰 그림이 적었어요. 우리도 고객에게 줄 게 있으면 동등한 입장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단지 세일즈만이 아니라 국내 정부나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한국에 대한 투자 유치를 확대하는 방법을 찾겠다는 뜻이다.

시스코의 연 매출은 무려 50조 원에 달한다. 또 매년 30% 가량을 혁신 관련 부문에 투자하고 있기도 하다.

"시스코는 마치 벤처캐피털처럼 1년에 20억 달러 정도를 기업에 투자하고 함께 혁신하고 싶어합니다. 국내 기업으로 투자를 끌어와 성과를 만들고 해외에 수출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에도, 그 기업에도, 시스코코리아에도 기여할 수 있으니까요."

이같은 목표는 시스코로 돌아와 그가 만든 '성장 기본 구축(building the foundation for growth)' 계획의 13개 과제 중 하나다. 본사 자체가 거대한 변화 속에 있는 상황에서 그도 조직·파트너 체계, 영업 방법 등 시스코코리아를 기본부터 완전히 고쳐놓고 있다.

"외국계 회사 사장이긴 하지만 시스코가 가진 혁신, 글로벌 투자들을 한국에 가져와 경제에 기여하고 고객과 동등한 위치에서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더 이상 시스코는 스위치, 라우터 같은 네트워크 장비만을 공급하는 회사가 아닌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DNA를 바꾸는 중이다. 2020년까지 매출의 40%를 SW, 보안에서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걸었다. 이미 본사 기준으론 스위치, 라우터 매출이 60%가 안 된다.

"시스코코리아는 티어-1 파트너사가 20개나 있는 파트너 체계가 굉장히 좋은 회사입니다. 그러나 사업 전선이 넓어진 만큼 예전에는 싸워보지 않았던 회사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기존 파트너는 적합한 지, 새로운 파트너가 필요한 건 아닌지 등 새로운 파트너 에코시스템에 대한 기본적인 고민부터 하고 있습니다.

HW 장비, SW 라이선스 영업 두 가지를 하면서 혼돈을 겪는 부분도 있어 필요하다면 SW 영업을 따로 분리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본사에 맞춰 움직이지만 현지화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현지화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마케팅의 경우 디지털 마케팅으로 많이 전환하고, 링크드인을 적극 활용하자는 게 본사 지침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기업 임원들은 링크드인 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링크드인을 쓰는 순간 퇴사 후보자로 인사에서 관리되기까지 하죠. 페이스북도 '눈팅'만 할뿐 별로 활동하지 않습니다. 아직은 전통적인 마케팅이 함께 필요하죠."

보안 사업의 경우 네트워크 보안 뿐 아니라 이메일·웹 보안, 클라우드 보안까지 노리고 있다. 본사가 최근 1년간 인수한 16개 회사 중 9개가 보안 회사였다.

"최근 굵직한 대기업 내지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 회사에서 우리 보안 솔루션을 채택하는 비율이 굉장히 높아졌어요. 이미 성능검증(PoC)도 많아 올해는 도입 사례가 많이 생길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는 사업 전선 확대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시스코코리아는 최근 3년 이상 계속 성장하지 못했어요. 2년 가량 성장하다가 출렁이고 다시 성장하길 반복했죠. 꾸준한 성장 모멘텀를 마련하는 게 올해 숙제이기도 합니다."

보안 회사 인수에서 보듯 시스코에 대해 빼놓을 없는 이야기가 인수합병(M&A)이다. 글로벌 기업 중에서도 시스코처럼 많은 회사를 사들인 사례는 드물다.

"M&A의 성공은 '인수 후 통합(PMI)'에 있습니다. 시스코는 200개에 가까운 회사를 M&A했기 때문에 PMI 프로세스가 굉장히 잘 정립돼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떤 회사를 샀다면, 승인이 나서 결합되는 순간부터 이메일이 오기 시작해요.

'일주일 후 사장은 그 회사에 가서 회사 소개를 해라', '해당 회사 임원들을 초대해 저녁을 같이 해라' 등의 내용이죠. 어떤 방법과 순서로 프로세스·시스템·조직적 결합을 해야 하는지 경험적으로 잘 압니다."

"시스코 직원이 7만 5천 명 정도인데 이중 5분의 1 정도가 M&A 돼 온 직원들입니다. 외부에서 왔다고 '굴러온 돌'이라거나 하는 개념은 전혀 없고 자연스럽게 섞이는 게 시스코가 가진 큰 문화적 장점 같습니다."

김국배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이영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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