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혜경기자]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정치적 혼란으로 발목 잡혀있던 우리 경제가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확정에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나 소비심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여전히 쉽지 않은 여건이 도사리고 있어 한국 경제의 갈 길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통령 탄핵 결정이 경제주체들의 심리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KB증권의 문정희 애널리스트는 "한국은행의 소비심리지수는 지난 2016년 11월 95.8를 기록해 전월에 비해 6.1p 급락하며 기준치를 하회했는데, 이는 11월3일 발표된 부동산 대책에 따른 심리 위축과 10월부터 쏟아진 국정농단 이슈(대통령 탄핵소추 사유) 등에 따른 것이었다"며 "부동산 대책은 여전히 유효하나, 대통령 관련 국정농단 이슈가 이번 탄핵 결정으로 일부 해소돼 소비심리는 다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실제 소비지출이 증가할 것인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 애널리스트는 "지난 1월 소매판매, 내구재 판매가 다소 개선됐지만 가계의 소비지출 전망은 빠르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금리 상승, 가계부채 부담, 건설경기 둔화, 정치적 불확실성 상존 등이 해소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불확실성 해소라는 점에서 이번 헌재 결정이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높다.
하지만 국내 시장금리와 원/달러 환율 등의 흐름은 국내보단 대외적인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융당국의 수장들은 이날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이 발표되자 잇달아 이 같은 부분에 대한 대응을 주문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헌재 발표 후 긴급 상황점검회의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 한-중 갈등 고조, 3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대내외 불안요인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국내외 상황이 매우 엄중한 만큼 긴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시장 움직임이 안정적이었으나 미 연준의 금리 인상, 미 신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의 한국 정책변화 등 대외리스크의 파급영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다음주 중 예정돼 있는데, 이번 FOMC에서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가계부채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한국 경제로서는 부담스러운 환경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보호 무역주의가 확산하는 분위기인 만큼 최근 호조세인 수출이 지속될 지의 여부도 불투명하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점을 인식하고 "향후 경제여건이 악화될 수도 있는 만큼 선제적 기업구조조정을 차질 없이 추진하라"고 금융당국 실무진들에게 주문했다.
KB증권의 문 애널리스트는 "이번 대통령 파면 결정이 '불확실성 해소'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인식돼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겠으나, 시장은 결국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할 것이라는 점에서 영향력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더욱이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여전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도 시장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혜경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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