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기자]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 정부의 보복이 게임에까지 미쳤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게임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게임사들은 아직까지 이러한 소문에 대해 '확인된 바 없다'면서도 향후 있을지 모를 판도 변화에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소문이 무리하게 확산되면서 업계 전반에 불필요한 불안감을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지난 3일을 기해 한국 모바일 게임은 물론 한국 게임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들 역시 '판호' 발급을 구두로 금지했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류 콘텐츠 등 전방위적 보복 조치를 암묵적으로 취해온 중국 정부가 결국 게임에까지 손을 뻗었다는 것이다. 판호는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 반드시 사전에 취득해야 하는 권한이다.
◆우려 확대 중이지만 진위 여부 공식 확인 안돼
해당 소문의 진위 여부는 아직까지 명확히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실제 이 시기를 기해 중국 업체와의 계약이 불발됐다는 게임사가 있는가 하면,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해당 소식을 전달받은 바 없다는 게임사도 있는 등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진출을 앞둔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의 경우 아직까지 판호 중단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텐센트와 '리니지2 레볼루션'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넷마블게임즈 측은 "현재 텐센트를 통해 '리니지2 레볼루션'의 판호 신청이 이미 들어간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관련해 통보받은 것이 없으나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중국 알파게임즈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엔씨소프트 역시 "현재 '리니지 레드나이츠'에 대한 판호를 진행 중"이라며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중단 소문에 대해서는 확인된 내용이 없다"고 알렸다.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해당 소문의 진위 여부를 파악 중이다.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는 "현지에 진출한 업체 등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중국의 한국 등 외산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은 2016년부터 눈에 띄게 감소했는데, 이러한 변화가 사드 이슈와 연계해 드러난 차별 조치인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중국에서는 지난해부터 한국 등 외산 게임을 배척하고 자국 게임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드러난 만큼, 판호 금지와 사드 보복을 연계짓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케이프투자증권에 따르면 중국 광전총국은 2016년 총 3천851종의 판호를 내줬는데, 이중 외산 판호는 228종이고, 한국 게임은 13종에 불과했다.
한국 게임의 판호 금지 소문이 사실에 기반한 것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게임에 앞서 '도깨비'와 같은 한국 드라마와 롯데마트 영업정지 역시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보복 지시를 내린 적은 없었던 만큼 한국 게임의 판호 금지 역시 암암리에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일부 큰 게임 기업들에게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금지와 관련해 언질했고 이것이 전파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판호 금지에 대해) 얘기가 엇갈리는 것도 이 같은 점에서 비롯되는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불필요할 만큼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감이 없잖아 있다"면서 "실제로는 문제되지 않는 판호 발급 문제가 이러한 과잉 양상으로 인해 정말로 문제시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만일 판호 금지 사실이라면 장기화될 경우엔 우려
이처럼 판호 논란이 단시간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가운데, 중국 정부의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금지 조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향후 국내 게임업계에 미칠 여파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문제가 이어질 경우 산업에 미칠 여파는 적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2016년에만 20조원 중반대로 추산되는 대규모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잠재력 자체를 제한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상장 게임업체들의 경우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그러나 사드 보복 일환에 따른 중국 정부의 한국 게임 판호 금지 이슈가 1년 이상 장기화된다면 주요 상장 게임업체는 물론 한국 게임산업 전체적으로 상당한 영향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태가 악화될 경우 종국에는 마치 한국 게임이 아닌 것처럼 이름을 바꿔 현지 업체를 통해 중국에 진출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이라며 "이 경우 계약 조건도 매우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문영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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