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 정책에 IT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에 본거지를 둔 IT 기업 CEO들은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우려를 표명하는가 하면 임직원이 반대 집회까지 열고 있다.
31일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구글 임직원은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구글 본사 등지에서 반 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인도 출신인 순다 피차이 구글 CEO도 참석했다.
구글 임직원은 '#GooglersUnite'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트위터에서도 집회 현장을 알리고 있다. 구글은 400만달러(약 46억원) 규모의 난민 구호기금도 조성했다.
'구글러'가 이같이 반발하고 있는 건 트럼프의 반 이민 행정명령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잠재적 테러 위험이 있는 7개 무슬림 국가(이라크, 시리아, 이란,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예맨) 국민의 미국 입국 및 비자발급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같은 조치 탓에 이민자 출신이 많은 실리콘밸리 인터넷·소프트웨어 업계까지 들썩이고 있는 것. 실리콘밸리의 이른 바 멜팅팟(melting pot, 인종, 문화 등 여러 요소가 융합된 현상이나 장소)이라 불리우는 다원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수장들은 트럼프 대통령 정책에 우려를 나타내고, 직원들의 조기 입국을 촉구하고 있다.
피차이 구글 CEO는 27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현재 외국에 있는 직원은 즉시 귀국하라"며 "구글 직원과 가족들을 제한하고 미국에 재능을 불어넣는데 장애가 되는 행정명령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구글은 이번 행정명령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직원만 180명이 넘는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페이스북을 통해 "반 이민 정책을 우려한다"며 "나라의 안전을 지켜야 하지만 실제로 위협을 가하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 출신인 나델라 MS CEO도 "이민자이자 CEO로서 이민이 회사와 국가, 그리고 세계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자국 인터넷 기업의 경영 전략에도 빗장을 걸면서 국내 인터넷 기업의 미국 시장 공략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 포털, 게입 엄체들은 웹툰, 게임 등 콘텐츠 자체는 미국 시장에 출시하고 있지만 검색 사이트, 모바일 메신저 등은 확산시키지 못했다. 구글이 미국 검색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콘텐츠가 아닌 플랫폼을 확대하기는 어려웠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이 자국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국내 기업들 역시 설 자리가 더 좁아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포털 1위 네이버가 미국이나 중국 대신 대신 유럽 진출에 힘을 쏟는 것도 이같은 정책과 무관치 않다. 카카오도 중국이나 미국에선 카카오톡 플랫폼을 확대하기보다는 웹툰, 게임 등 콘텐츠를 현지 유통업체를 끼고 선보이고 있다.
중국은 인터넷, 통신 서비스의 규제가 강해 구글마저도 이 나라에선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 미국은 원래 구글 입김이 강한데다 트럼프의 일종의 신 쇄국주의까지 더해져 더욱 넘보기 어려운 산이 됐다.
국내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권 전에도 미국엔 구글, 애플 등에 힘을 실어주는 보호주의 기조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예 이를 명문화하고 있다"며 "현재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시름하고 있는데 국내 업체들은 아예 설 자리 자체가 없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민혜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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