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지난해부터 계속 오르기만 하는 물가가 올 들어 더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작년 말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시국이 어지러운 틈을 타 외국계 기업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가격 인상 행렬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이후 계란부터 채소·과일류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야말로 '고삐 풀린 망아지' 같다.
설 명절은 18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계란·무·당근·양배추 등 농축수산물 가격은 평년의 2~3배 수준까지 뛰었다. 정부 눈치를 보느라 10원 올리는데도 안절부절 하던 업체들도 작년 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태도를 바꿔 경쟁하듯 앞 다퉈 가격 인상에 나서며 물가 대란을 조장하고 있다. "원가 인상 부담이 크지만 가격을 못 올리고 있다"며 앓던 소리를 하던 업체들은 이제 "다른 곳도 올리는데…"라는 이유를 들어 가격 인상 행렬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특히 서민 술인 '소주'와 '맥주' 가격은 더 하다. 지난 2015년 말 하이트진로 '참이슬'을 시작으로 소주·맥주업체들은 작년 말까지 연이어 제품 가격을 올렸다. 여기에 편의점과 대형마트는 올해부터 빈병 보증금이 인상되자 이를 빌미로 제품 가격을 또 인상했다. 빈병 보증금은 소주병이 40원에서 100원, 맥주병이 50원에서 130원으로 인상됐으나 유통업체들은 가격을 보증금 인상분보다 더 높게 올렸다. 한 마디로 마진을 더 남기기 위한 '꼼수'다.
콩나물 가격도 마찬가지다. 제조사들은 원료 공급지인 제주도의 콩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며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제주농협 등 농가들은 동의하지 않고 있다. 콩 생산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2012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콩나물 대란을 염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풀무원은 지난달 30일부터 콩나물 가격을 기존가 보다 250~320원 올렸고 CJ제일제당은 두부 가격을 3.4% 인상했다. 이 외에도 대형마트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계란 가격을 올리고 있고 주요 식재료나 생활용품 가격도 연일 폭등하고 있다.
그동안 물가 개입 논란 속에서도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정부는 박 대통령 탄핵 이후 속수무책으로 변하는 물가를 '넋 놓고' 바라보고 있다. 부처 간의 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식물 정부'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계란 등 일부 품목의 경우 '사재기'까지 등장하고 유통업체들은 어지러운 시국을 틈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꼼수' 인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구체적인 처방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땜질식 행정에 치우쳐 있다. 귀하게 모셔온 뉴질랜드산 계란이 검역 절차 합의가 없단 이유로 폐기된 것만 봐도 정부의 일처리 방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정부가 오는 10일 '설 민생안정 대책'을 발표한다고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얇아진 지갑에 한숨 쉬고 있는 서민들이 1만원 한 장들고 마트에 가도 계란 한 판 구입하기 힘든 상황 속에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대안은 미봉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일시적인 현상을 빌미로 가격을 올리고 수익을 높이려는 업체들이 있는지 철저히 감시하고 면밀한 조사와 대응을 통해 하루 빨리 물가가 안정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고 수수방관하다가는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장유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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