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기자] 60대 초반의 내 아버지는 트럭운전수로 일한다. 건설현장에 철근, 시멘트, 배관재 같은 건설자재를 운송한다. 아버지는 저학력이고 별다른 기술이 없는 형편이다. 그나마 정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직종이다.
인공지능(AI)와 결합한 자율주행차가 보급되면 이런 운수 직종은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사업자들 입장에선 해고 '0순위'라는 뜻이다. 아버지가 외국어를 배우거나 대학원을 들어가 AI 시대의 새로운 미래에 도전할 수 있을까. 청년 구직자들도 감당하기 힘든 취업과 교육 비용, 그 수많은 압박을 아버지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한국고용정보원이 AI·로봇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경 국내 전체 고용인구의 61.3%에 해당하는 1천600만명이 AI와 로봇에 의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한다. 건설 노동자, 청소부, 경비원, 운송업자, 생산직, 판매원, 안내원 등 2차 산업과 서비스업 전 분야를 아우른다.
지금도 국내 전체 취업자의 12.5%는 AI와 로봇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한다. 아버지 같은 사람들이 지금도 수두룩하다는 뜻이다. 반세기를 믿고 의지해온 한국이라는 사회가, 더 이상 당신은 필요 없다고 말하고 있다.
기억하는가. 미국 디트로이트를 중심으로 이른바 '러스트벨트' 중공업지대 노동자들은 공화당 트럼프 후보를 지지했다. 이들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로 알려져 있지만 돌아섰다. 마찬가지 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월스트리트, 실리콘밸리가 열광한 AI발 '4차 산업혁명'의 화려한 기술들이 이 늙은 노동자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일자리는 삶 자체다. 비록 정책 연구자들과 엔지니어들, 기업가들 입장에선 통계지표와 비용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우리는 살아야 한다.
탄핵 심판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미 대선판이다. 이번에 선출된 대통령은 개헌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현행 헌법 내에서 2022년까지 한국을 이끌어야 한다. AI 시대로 접어드는 중대기로다. 세계적인 AI 기술경쟁과 신산업 추진이 돌이킬 수 없는 대세라고 해도 수많은 정책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일은 여전히 정부의 몫이다.
지금 각 정당들은 대선 고지를 둘러싼 수싸움에 여념이 없는 듯하다. 시시각각 대선 일정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후보들마다 AI를 필두로 어떤 ICT 산업, 일자리 공약들을 내놓을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때다. 평생 '1번'을 찍어온 내 아버지에게 정치가 이처럼 절박한 시절은 없었다.
조석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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