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예진 기자] 부산광역시가 10년 가까이 공들여 조성한 자갈치아지매시장 개장이 또다시 좌초 위기에 놓였다. 상인들이 시설 미비와 과도한 사용료를 이유로 집단 입점을 거부하면서, 부산시가 예정했던 점포 배정 추첨이 결국 무산됐다.
18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6~17일 이틀간 자갈치아지매시장 점포 배정 추첨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전체 입점 대상자 215명 중 단 2명만 신청서를 제출했다. 시는 추첨 참여를 독려했지만 상인 대다수가 외면하며 사실상 배정 절차는 성립되지 않았다.
상인들은 “시장으로서의 기본적인 여건조차 갖춰지지 않았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상인회 측은 “화장실은 부족하고, 화물용 승강기도 없어 냉동창고까지 물건을 옮기기 어렵다”며 “수압도 약해 정작 장사는커녕 생선 손질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점포 사용료 문제도 불만 요인이다. 시장은 2개의 동으로 구성돼 있는데, 1동은 준공업지역, 2동은 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이 달라 같은 면적임에도 사용료가 큰 차이를 보인다. 상인들은 “상업지역이라 요금이 비싸다는 이유만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현실적인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상인들은 무조건적인 입점 거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상인회는 “수압 문제만이라도 우선 해결된다면, 나머지 사항들은 점차 보완해 나가면서 입점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도 상인들과 협의를 통해 해법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상인들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파악해 우선적으로 개선 가능한 부분부터 조치할 것”이라며 “입점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갈치아지매시장은 자갈치 일대 노점상 현대화를 목표로 지난 2014년부터 약 235억원을 투입해 조성된 시설로, 지상 3층 규모 건물 2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상인들의 입점 거부로 인해 개장이 지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과거 노량진수산시장 갈등처럼 상인과 행정기관 간의 충돌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자갈치아지매시장이 언제쯤 제 기능을 다할 수 있을지, 부산시와 상인 간 협의가 그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부산=정예진 기자([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