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현대자동차가 첫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SUV) '아이오닉 9'을 출시했다. 전동화 플래그십 모델로, 각종 첨단 기술이 적용돼 성능과 안전, 편의성을 높였다. 특히 널찍하면서도 활용성을 극대화한 실내 공간과 높은 정숙성, 안정적인 주행감까지 잡으며 '패밀리카'로써 손색없는 면면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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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 9 시승은 지난 12일 최상위 트림인 '캘리그래피' 7인승 모델로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경기도 양평 일대를 오가는 왕복 약 96km 구간에서 진행했다. 혼잡한 도심 구간을 지나 강일 IC에서 경기광주IC의 고속도로, 곡선 구간이 많은 국도 등을 지나는 코스였다. 출퇴근은 물론, 가족 단위로 서울 근교 여행을 즐기는 운전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코스다.
아이오닉 9은 보트의 꼬리 부분을 연상시키는 유려한 디자인이 독창적이면서도 세련된 인상을 준다. 아이오닉 9은 달릴 때 차량이 받는 공기 흐름을 최적화해 전비효율을 높이면서도,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이 같은 외형 디자인을 선택했다. 박스형의 네모나고 각진 형태의 기아 'EV9', 최근 현대차가 출시한 '디 올뉴 팰리세이드'와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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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의 주요 코너부분과 루프 라인을 매끄러운 곡선 형태로 처리했고,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보트 테일(Boat Tail)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측면 공기 흐름을 원활히 했다. 현대차는 이를 '공기 역학의 미학'이라는 의미로 '에어로스테틱(Aerosthetic)'이라고 표현했다. 아이오닉 9은 이러한 외관 디자인을 통해 대형 SUV로서는 최고 수준인 공기저항 계수 0.259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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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널찍한 공간감과 함께 편안한 집 거실에 있는 듯한 아늑함이 느껴졌다. 아이오닉 9은 긴 휠베이스(축간거리)와 3열까지 확장된 플랫 플로어(평평한 바닥)로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했다. 디자인 곳곳에 타원 모양의 요소가 적용돼 차량 탑승자가 아늑한 라운지에서 앉아 쉬는 듯한 인상을 준다.
6인승 모델의 경우, 180도 회전할 수 있는 '스위블 시트'가 적용돼 2열과 3열이 마주 볼 수 있어 가족 단위 탑승객이 보다 친밀함을 느끼면서도 보다 넓은 공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2열 측면 도어(문) 쪽으로도 90도 회전시킬 수 있어 승하차나 어린이용 카시트 탈부착 시 편의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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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 9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중 가장 큰 용량인 110.3킬로와트시(kWh) 배터리가 탑재됐다. 1회 충전 시 최대 532km 주행이 가능한 성능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추가적인 충전 없이도 넉넉히 갈 수 있다.
특히 아이오닉 9에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회생제동 시스템을 적용해 주행거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회생제동은 주행 중 제동이 걸리면, 이를 전기 에너지로 다시 회수하는 것이다. 아이페달(i-Pedal) 모드로 가속 페달로만 주행과 정차까지 가능한 원페달 주행이 가능하다. 아이오닉 9은 0~3단계로 회생제동을 운전자가 조정해 선택할 수 있고, 또 '자동(auto) 모드'로 선택할 수도 있다. 특히 '자동 모드'로 주행할 때, 곡선, 요철 구간을 만나거나 전방 차량과의 거리가 가까워질 때는 회생제동 강도를 차량이 알아서 높였다. 회생제동 시스템이 기존에 효율의 장점에 안전까지 더하며 더욱 똑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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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 진입해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자 미끄러지는 앞으로 밀고 나가는 느낌에 인상적이었다. 전기차 특유의 초반 가속 성능으로 시속 100km까지 금세 도달했고, 전기차 특유의 낮은 무게 중심과 묵직하면서도 민첩한 핸들링으로 곡선 구간에서도 주행감이 안정적이다.
시승 차량은 사륜구동(AWD) 차량이었는데, 여기에 적용된 'DAS(Disconnect Actuator System) 시스템도 눈에 띈다. 주행 상황에 따라 구동력을 최적으로 배분하는 기술이다. 고속도로나 일반적인 도로 주행 시 후륜구동에 집중해 효율을 높이지만, 눈길이나 빗길 등 필요시 차량이 알아서 전륜과 후륜에 구동력을 배분했다. 특히 시승할 때 눈이 많이 내리는 날씨였는데, 급경사 구간에서 차량이 알아서 구동력을 배분해 주행 안정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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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성도 아이오닉 9의 큰 장점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과 달리 엔진 소음이 없다. 시동을 걸어도 눈을 감고 있으면 이를 인지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엔진 소음이 적은 대신, 주행 중 노면 소음이나 외부 풍절음(바람 소리)가 상대적으로 더욱 크게 들리는 것이 전기차의 일부 단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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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 9은 실내 전기차 가상 사운드를 끈 상태로 주행했음에도 고속 주행, 일부 고르지 못한 노면 주행 시에도 놀랄 만큼 조용했다. 아이오닉은 풍절음 차단을 위해서 이중 접합 차음 유리와 강성 발포제, 휠 하우스의 삼중 구조 패드,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을 적용해 차량의 정숙성을 최대한 높였다.
아이오닉 9은 현대차의 전동화 기술이 집약된 모델로, 실제 시승에서 각 기술의 효용이 더욱 두드러졌다. '패밀리카'로 전기차를 찾는 운전자라면, 매력적인 선택지임에는 분명하다.
/김종성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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