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지난 30일 저녁 서울 강남구 삼성동. 퇴근길 바람이 선선해질 무렵, 평소 조용한 한 '깐부치킨' 가게 앞 골목이 사람들로 술렁였다. "젠슨 황 언제 와?"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날 엔비디아·삼성전자·현대자동차 관련한 소셜미디어(SNS)에는 '깐부치킨'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다는 인증사진도 끊임없이 올라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치맥(치킨+맥주) 회동'이 예정된 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권서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a3c19d5691fe4e.jpg)
이날 세 사람은 오후 7시경에 모일 것으로 알려졌지만, 깐부치킨 앞에는 오후 2시부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세 사람의 만찬이 예정된 창문 맨 앞자리에 더 가까이 가기위해 일찍부터 도착한 것이다.
창문 맨 앞자리 부근에서 대기한 한 시민은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기자들이 많다. 그래도 젠슨 황, 이재용, 정의선이 잘 보이는 자리를 선점했다"며 기쁜 기색을 내비쳤다. 또 세 사람의 등장을 오래 기다린 탓에 지친 시민들은 "혹시 뒷문으로 들어오는 거 아니야?"라는 걱정도 했다.
마침내 검은 차량 여러 대가 도착한 뒤 세 사람이 등장하자 주위에서는 "너무 천천히 걷는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권서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801a8e8428f8a0.gif)
가게에 도착한 세 사람은 미리 마련된 창가 가장자리에 앉았다. 황 CEO는 두 회장에게 일본 술 등에 서명해 선물을 전달했다. 매장 안에서는 치킨과 맥주를 나누며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크리스피 순살치킨, 마늘간장 순살치킨 등 2만원대 메뉴를 선택했다.
황 CEO는 가게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오늘 모두 공짜"라고 말했고 이재용 회장은 "오늘 내가 다 살게요"라고 화답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자 현장은 일순간 축제의 분위기로 변했다.
이날 치킨집 '깐부치킨' 결제는 이 회장이 했다. 식당에 따르면 세 사람 회동자리 뿐만 아니라 옆 테이블 결제까지 전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1차 계산 이후 나머지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제가 이래 보여도 여기서 막내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황 CEO는 치맥 회동 중간중간 나오며 취재진과 시민에게 감자튀김 등을 나눠줬다. 황 CEO의 이 모습을 찍기 위한 촬영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권서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c66902fc4bc06a.gif)
황 CEO는 한국을 15년 만에 방문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서밋 참석차 한국을 방문해 한국 대기업 회장들과 캐주얼한 만남을 가진 것이다.
깐부는 친한 친구를 뜻하는 속어인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조연 이름이기도 해서 널리 알려졌다. 캐주얼한 만남의 회동 장소를 '깐부치킨'으로 선택한 것은 세 사람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은유하는 셈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권서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6aa1ee1cd728a4.gif)
황 CEO는 치맥 회동을 마치고 나오면서 "삼성의 기술력에 강한 믿음이 있다"며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이재용 회장은 "살다 보니 행복이(란 게) 뭐 이렇게 맛있는 것을 (친한 사람과 같이)먹고, 그러는 것 같다"고 회동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만남은 치킨과 맥주의 결합이라는 한국 문화가 글로벌 기술 담론과 만나 새로운 '비즈니스 회식 모델'로 자리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세 사람의 만남은 1시간 10분가량 이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권서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6d79a49a155ff8.gif)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권서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6b994abca37566.jpg)
인파는 회동이 끝난 밤 9시에도 줄지 않았다. 세 사람은 치맥 회동이 끝난 뒤 인근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25주년 게임 페스티벌인 '지포스'로 이동했다.
그럼에도 많은 시민은 '깐부치킨' 매장 주위를 맴돌며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등 아쉬움을 내비쳤다. 먼 발치서 사진을 촬영하는 이들도 많았다.
깐부치킨 내부를 들어가려다 제지당한 시민들도 많았다. 깐부치킨이 인공지능(AI)·자동차·반도체의 3대 거장의 성지가 됐다는 이야기마저 나왔다.
치킨집에 들어가려다 제지당한 한 시민은 "(왜 아직 깐부치킨 근처에 남아있냐는 질문에) 세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해서 들어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권서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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