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9de16eeb1593e5.jpg)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민주당의 이념적 가치가 '중도·보수'라고 주장하자, 여야에선 "우클릭 갈지자 행보를 하더니 급기야 정체성까지 부인하고 있다"고 비판이 쏟아졌다. 당내에선 발언을 수습하기 위해 총력을 쏟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주 이야기하는데,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며 "오히려 국민의힘이 극우 보수 또는 거의 범죄 정당이 돼가고 있기 때문에 제 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18일) 야권 성향의 유튜브 '새날'에 출연해 "우리는 진보가 아니라,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실제로 갖고 있다"며 "진보 진영은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우클릭' 행보에 나서고 있다. 중도층, 나아가 일부 보수층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지만, 비명(비이재명)계 일부에선 우려를 보내고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지난 13일 이 대표와의 회동에서 "당 정체성과 노선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은 민주적인 토론과 숙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2d7324c0383770.jpg)
그러나 이 대표가 민주당의 이념적 가치를 '중도·보수'라고 지칭하며 우클릭 행보를 본격화하자, 여야 일부에선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검사 사칭'에 이은 '보수 사칭', 지지율을 위해 정체성마저 내던지는 이 대표의 진심은 무엇인가"라면서 "실용주의를 내세워 우클릭 갈지자 행보를 하던 이 대표가 급기야 자신의 정체성까지 부인하기에 이르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이 대표가 최근에 보인 행동들은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정치 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면서 "족쇄인 사법리스크가 점점 더 짙어지고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히자 보이는 '악어의 눈물'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임승호 개혁신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가증스러운 가면극이 절정에 다다르고 있다"며 "허경영씨도 이러지는 않았다"고 꼬집었다. 또한 "오늘의 이 대표가 과거의 이 대표를 저격하는 것이 하루이틀 일은 아니지만, 대권 탐욕 가면극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다"며 "대선 때마다 등장해 기행을 보여주던 허씨도 이 정도는 아니었고, 허씨도 이 대표의 기행을 보면 입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중도·보수' 발언 논란이 확산되자, 당내에선 "사실 민주당의 스탠스는 중도·보수"라며 방어에 나섰다.
김성회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발언과 상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흐름으로 가겠다는 것이 대표의 의지"라고 밝혔다.
백혜련 의원도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민주당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다양하다"며 "보수적인 분부터 진보적인 분까지 모두 담고 있는 정당이 민주당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극우 정당이 됐기 때문에 민주당이 그런 스탠스가 된 것 같다"며 "보수는 옛것을 지킨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데, 현재 헌정 질서 파괴 세력들과 함께하는 정당이 늘어났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공권력을 지키는 세력이 민주당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c537fe4956e41.jpg)
반면 당내 일부에선 이 대표 발언에 일부 공감을 표하면서도, 민주당의 지향점은 '진보'라고 반박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민주당의 정치적인 이념 성향을 규정하자면 '중도·보수'적인 스탠스가 맞다"며 "당은 진보적인 지향을 갖고 있지만, 정치 지형이 보수에 치우쳐 있고 국민의힘이 극우적인 성향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고 평가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진보적인 입장을 가진 조국혁신당·진보당·정의당과 비교하면 민주당은 중도 정당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진보적인 지향을 가지고 있다"며 "진보적인 대중정당으로 발전해나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엄중한 시기에 왜 진보-보수 논쟁을 끌어들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자,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강령에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강령은 당의 역사이자 정신인 만큼, 충분한 토론과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진보의 가치를 존중하며 민주당을 이끌고 지지해온 우리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마음은 어떻겠나"고 덧붙였다.
박지현 전 선거대책위원장도 "실용을 강조하더니 이제는 민주당이 보수 정당이 되겠다는 것이냐"며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헌정주의,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행복을 향유하기를 바라는 상식적인 진보의 가치가 이 대표에 의해 소각될 순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실언이라고 인정하고 민주당 지지자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민주당의 정체성을 바꿀 권한이 4년짜리 대표에게 있지 않다"고 촉구했다.
/김주훈 기자([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