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31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국회 대책위원회'와 '국정협의체'를 공동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국정 불안정이 계속되고 참사까지 겹치면서, 헌법재판관 임명과 국무위원 탄핵 등 전면전을 벌이던 양당이 일단 한 발씩 뒤로 물러난 모양새다.
신동욱·조승래 양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 양당 대표 회동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합의 사항을 전했다.
여객기 참사 국회 대책위는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권영진 국민의힘 항공기 사고 TF 위원장·주철현 민주당 참사대책위원장 3인이 공동 위원장을 맡고, 비교섭단체를 포함한 각 당의 실무위원이 1인씩 참여한다. 신 수석대변인은 공동 위원회 운영 배경에 대해 "현장 상황이 굉장히 혼란스럽기 때문에, 여야가 따로 대책을 내놓으면 혼선이 벌어질 수 있어 가급적이면 여야가 함께 한 목소리로 사고 수습을 하고, 피해자 가족 지원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 수석대변인도 "현재 희생자 신원 확인과 이를 위한 검시·검안이 너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핵심 이유가 매뉴얼을 꼼꼼히 지키지 않으면 나중에 행정적 불이익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인데, 신속 처리를 위해 민간을 활용하고 책임자 면책도 국회가 검토해 정부가 협의하는 게 필요하겠다는 내용도 (위원회 논의에)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통과에 따른 여야 대치로 지난 26일 출범이 무산된 바 있는 국정안정협의체(여야 원내대표 참여)는, 이번에 국회의장과 각 당 대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까지 참여하는 방식으로 재개하기로 양당은 합의했다. 신 수석대변인은 "연말연시 경제가 어렵고, 최근 혼란으로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국회-정부 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하기로 했다"며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포함해 큰 줄기의 갈래를 펴고, 세부적 내용은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 수석대변인도 "우선 각 당 정책위의장과 대표 비서실장, 의장실에서는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정부에서는 국무조정실장이 참여하는 실무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거기서 민생경제, 안보, 외교 관련 안건을 정리하고 이를 통해 국정협의체를 출범시킬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추경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며 "(협의체에서) 큰 틀 내 검토하는 것으로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우 의장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경제와 민생, 외교통상과 안보에 국회와 정부가 국정협의체를 통해 초당적으로 힘을 모야야 한다"며 "국민들이 너무 힘든 심정으로 연말을 보내고 새해를 맞고 있다.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송구하고 면목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해서도 "가용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을 다 동원하고, 정부 중심으로 총력 지원하되 유가족과 생존자 입장에서 상황을 점검 및 보완하고, 지원하는 일을 국회가 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올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날이지만 마음이 참으로 무겁다"며 "국민 생명을 책임지는 일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회 차원의 대책을 만드는 데 비록 소수당이지만, 여당으로서 주도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급박한 국제 정세와 어려운 민생을 챙기는 일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국회가 여야 협의를 잘 해 이런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데 큰 도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대한 신속하게 정치적 불안이 완화될 수 있도록 모두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또 "국정안정을 위한 제정당 협의 기구가 필요하다"며 "가능하면 정쟁적 요소보단 민생, 경제, 외교안보 등 꼭 필요하고 당장 해야할 일에 집중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우 의장과 양당 지도부는 회의에 앞서 국회 정문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유범열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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