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수소 자동충전 로봇 'ACR-H'가 수소전기 청소트럭 앞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봇은 비전 인공지능(AI) 기반 3차원 카메라로 차량의 충전구 위치를 파악한 뒤 커버를 스스로 열었다. 로봇 팔 끝의 텔레스코프 모듈이 안쪽 보호캡까지 개방하자 커넥터가 충전구에 체결됐다. 사람이 직접 커버를 열고 무거운 커넥터를 연결하던 과정을 로봇이 대신했다.
![수소 자동 충전 로봇(ACR-H)이 비전 AI 기반의 3D 카메라를 통해 수소전기 청소트럭의 충전구 커버를 스스로 열고 있다. [사진=설재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add04877dc1355.gif)
ACR-H는 기존 전기차 자동충전 로봇을 고압 수소 충전 환경에 맞춰 개발한 기술이다. 상용차 운전자의 충전 부담을 줄이고 향후 무인 충전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이날 개막한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 2026(WHE 2026)’에서 현대차그룹이 보여준 것은 수소차 한 대가 아니었다. 수소를 만들고 저장·운송한 뒤 자동차와 철도, 공장, 도시에서 사용하는 전 과정을 하나로 연결한 생태계였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현대로템 등 주요 계열사가 참여한 720㎡ 규모의 통합 전시관을 꾸렸다. 전시장을 따라 걸으면 수소 생산에서 모빌리티, 산업·도시 활용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수소 생산 공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 설비였다. 현대차그룹은 수전해 스택 실물과 함께 스택 12개를 묶어 5메가와트(MW)급 전해조 스택 모듈(ESM) 1기를 구성하는 방식을 처음 공개했다.
PEM 수전해는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기술이다. 재생에너지 전력을 활용하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일 수 있다. ESM 1기는 연간 약 700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으며 여러 모듈을 병렬로 배치하면 수백MW급 대형 플랜트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수소 자동 충전 로봇(ACR-H)이 비전 AI 기반의 3D 카메라를 통해 수소전기 청소트럭의 충전구 커버를 스스로 열고 있다. [사진=설재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69539deb46bd2d.jpg)
바로 옆에는 폐자원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W2H(Waste-to-Hydrogen)' 기술이 자리했다. 'HTWO 에너지 청주'를 중심으로 하수 슬러지 등 유기성 폐자원에서 발생한 바이오가스를 수소로 전환하고 이를 지역 안에서 소비하는 모델이다.
파주의 바이오가스 기반 수소 생산시설과 인도네시아 프로젝트도 소개됐다. 외부에서 생산한 수소를 장거리 운송하는 대신 지역에서 나오는 폐자원으로 수소를 만들고 인근 수요처에서 사용하는 구조다.
생산 공간을 지나자 수소전기차와 상용차가 관람객을 맞았다. 2027년형 넥쏘와 수소전기 청소트럭, 버스 등 수소를 실제 이동수단에 적용한 제품들이 전시됐다.
상용차용으로는 장거리·고중량 운행을 고려해 내구성을 높인 차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이 처음 공개됐다. 운행시간이 길고 가동률이 중요한 트럭과 버스에서 연료전지의 수명과 정비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기술이다.
'일렉시티 수소전기 저상 광역버스'도 실물로 전시됐다. 관람객들은 차량에 직접 올라 휠체어 이용자 등 교통약자의 승하차를 고려한 낮은 차체와 내부 공간을 살펴봤다. 현대차그룹은 2027년 저상 광역버스 의무 도입을 앞두고 해당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수소 자동 충전 로봇(ACR-H)이 비전 AI 기반의 3D 카메라를 통해 수소전기 청소트럭의 충전구 커버를 스스로 열고 있다. [사진=설재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aa2adde66d134.jpg)
차량을 판매한 이후의 운영을 지원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통합 관제 시스템 ‘블루링크 업타임 케어’는 실제 운행 데이터를 분석해 차량과 주요 부품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상 가능성을 미리 확인한다.
현장 관계자는 "신속한 대응과 사전 정비를 통해 차량이 멈춰 있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며 "수소 상용차의 안정적인 운행을 돕고 품질 문제로 인한 운행 지연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철도 분야에서는 현대로템이 수소전기기관차 모형과 플랫형 연료전지 모듈을 선보였다. 최대 출력 376킬로와트(kW)의 기관차용 연료전지 전력시스템 실물도 함께 전시했다.
현대로템은 울산도시철도 1호선 등에 투입할 수소전기트램을 개발하고 있다. 트램에 이어 장거리·대량 화물 운송용 기관차까지 수소 모빌리티의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전시장 끝에서 만난 대형 디오라마는 앞서 본 기술들이 실제 도시 안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줬다. 현대차그룹이 전북 새만금에 조성하려는 ‘새만금 AI 밸리’의 미래 모습이다.
디오라마 안에서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이 수전해 플랜트로 전달됐다. 여기서 생산한 수소와 암모니아 크래커, 수소추출기 등을 통해 확보한 에너지는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공장, 수소연료전지 기반 항만 무인운반차(AGV) 등에 공급됐다.
개별 기술을 진열한 모형이라기보다 수소의 생산과 소비를 한 지역 안에서 연결한 산업도시의 축소판에 가까웠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사업 브랜드 ‘HTWO’를 앞세워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과거 수소 사업이 넥쏘와 수소전기트럭 등 차량 개발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수전해 설비와 폐기물 기반 수소 생산, 자동충전, 차량 관제, 철도와 도시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다.
![수소 자동 충전 로봇(ACR-H)이 비전 AI 기반의 3D 카메라를 통해 수소전기 청소트럭의 충전구 커버를 스스로 열고 있다. [사진=설재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57dd588829fe8d.jpg)
이 같은 구상은 실제 투자로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 전북 새만금에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공장, 수전해 플랜트, 태양광발전 시설 등을 조성하는 약 9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사업 추진을 지원할 'HMG 새만금사무소'를 열었다. AI 데이터센터는 2027년 3월 착공을 목표로 관련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전시장에서 선보인 디오라마가 단순한 미래상이 아니라 실제 사업계획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도시 생활형과 항만 물류형, 제조 산업형 등 지역별 산업과 에너지 여건에 맞춘 수소 생태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모든 지역에 같은 설비를 공급하는 대신 현지에서 확보할 수 있는 폐자원과 재생에너지, 수소 수요처를 고려해 생산 방식과 활용 기술을 조합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서 수소 생산부터 모빌리티, 도시·산업 분야 활용까지 그룹의 통합 수소 솔루션을 소개했다"며 "수소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다양한 활용처를 발굴하고 밸류체인 전반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실제 사업으로 연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설재윤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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