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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산보다 수요가 더 빨리 줄었다…PE 재고율 6년 만에 최고


3분기 생산 19.7% 줄였지만 출하도 19.9% 감소
9월 재고율 117.9%…한 달 출하량보다 많은 재고
“2분기 선주문 빠지고 관망세”⋯여천NCC 통합법인 협의도 시간 걸려

[아이뉴스24 홍성효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폴리에틸렌(PE) 생산을 큰 폭으로 줄였지만 재고 부담은 오히려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보다 출하, 특히 수출이 더 빠르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PE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9.7% 줄었지만 출하도 19.9%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PE 재고율은 117.9%로 2020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달 동안 시장에 내보낸 물량보다 월말에 쌓아둔 제품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설비 가동률을 낮추는 감산만으로는 수요 위축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롯데케미칼이 여수 및 대산공장의 에틸렌 생산 원료인 납사 비중을 줄이고 액화석유가스사용량을 늘리는 원료 설비 효율화에 약 1천400억원을 투자한다.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이 여수 및 대산공장의 에틸렌 생산 원료인 납사 비중을 줄이고 액화석유가스사용량을 늘리는 원료 설비 효율화에 약 1천400억원을 투자한다. [사진=롯데케미칼]

2일 국가데이터처 광업제조업동향조사에 따르면 3분기(7~9월) 국내 PE 생산량은 111만7943톤으로 전년 동기(139만2284톤)보다 19.7% 줄었다. 같은 기간 출하량도 112만6705톤으로 19.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출하량은 112만6705톤으로 19.9% 줄었다. 생산을 약 27만4000톤 줄였지만 시장으로 나간 물량도 약 28만1000톤 감소한 것이다.

출하 감소는 수출에서 두드러졌다. 3분기 PE 수출량은 64만7142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24.5% 줄었다. 내수 출하량은 47만9563톤으로 12.7% 감소했다. 수출 감소율이 내수의 두 배에 가까웠다.

특히 9월 수출량은 18만3466톤에 그쳤다. 국가데이터처 통계에서 PE 물량을 확인할 수 있는 2020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적었다.

롯데케미칼이 여수 및 대산공장의 에틸렌 생산 원료인 납사 비중을 줄이고 액화석유가스사용량을 늘리는 원료 설비 효율화에 약 1천400억원을 투자한다. [사진=롯데케미칼]
한 플라스틱 필름 제조 공장 내 폴리에틸렌 등 원료가 쌓여 있는 원료창고.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자급률 상승과 수출 확대, 유럽을 비롯한 주요 시장의 수요 부진이 동시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업체가 중국에 판매할 물량이 줄어든 데다 저가 중국산 제품이 제3국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수출 경쟁도 심해졌다.

중국의 올해 1~8월 PE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210% 넘게 증가했다. 과거 대규모 PE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생산설비를 확충하면서 수입을 줄이고 수출을 늘리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생산량 감축에도 재고는 출하만큼 줄지 않았다. 지난 9월 말 국내 PE 재고량은 39만7411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6.1% 감소하는 데 그쳤다.

반면 9월 출하량은 더 큰 폭으로 줄면서 월말 재고를 월간 출하량으로 나눈 재고율은 117.9%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9월 90.1%보다 27.8%포인트 높고 202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재고율이 100%를 넘었다는 것은 9월 말 쌓여 있던 재고가 9월 한 달 동안 출하한 전체 물량보다 많았다는 의미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추석 연휴가 9월에 있어 조업과 출하일수가 감소한 영향도 있다. 그러나 연휴 효과만으로 재고율 상승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추석 연휴가 없었던 지난 6월에도 PE 재고율은 112.3%로 당시 202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9월에는 이보다 5.6%포인트 더 상승했다. 일시적인 조업일수 감소가 아니라 수요 부진에 따른 재고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롯데케미칼이 여수 및 대산공장의 에틸렌 생산 원료인 납사 비중을 줄이고 액화석유가스사용량을 늘리는 원료 설비 효율화에 약 1천400억원을 투자한다. [사진=롯데케미칼]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사진=연합뉴스]

PE의 기초원료인 에틸렌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에틸렌 생산량은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7개월 연속 전년 같은 달보다 감소했다.

올해 1~9월 누적 생산량은 632만3212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14.6% 줄었다. 같은 기간 수출은 74만4165톤으로 38.2% 급감했다. 내수 감소율은 5.0%로 상대적으로 작았다.

생산 감축이 국내 수요 감소보다는 수출 부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2분기에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가 오르고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어 가격도 올랐는데 구매자들이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고 선주문을 많이 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리스크 프리미엄이 축소되고 구매자들도 다시 관망세로 돌아서 글로벌 수요가 줄었고, 그러다 보니 수출 물량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이슈로 고객사들의 수급 변동성이 커졌고 유럽과 중국 수요가 급감하면서 수출이 줄었다"며 "시황이 당분간 개선될 기미가 없어 글로벌 고객사 수요에 맞춰 생산과 수출 물량을 유연하게 조절하고 있고 수요가 회복되면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제품가격과 원료가격의 차이인 스프레드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중동발 공급 불안이 커진 지난 3~4월에는 PE 가격이 원료인 나프타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스프레드가 일시적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공급 불안이 완화된 5월부터 제품가격이 하락하며 스프레드는 사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최근 일부 PE 가격이 원료비 상승을 반영해 오르고 있지만 수요가 강해져 가격이 상승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재고가 많은 상황에서는 원료비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온전히 반영하기도 어렵다.

실적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3분기 4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90억원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국제유가와 원료가격이 높을 때 매입한 재료가 생산에 투입되는 동안 제품가격이 하락하는 역래깅 효과가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롯데케미칼이 여수 및 대산공장의 에틸렌 생산 원료인 납사 비중을 줄이고 액화석유가스사용량을 늘리는 원료 설비 효율화에 약 1천400억원을 투자한다. [사진=롯데케미칼]
석유화학 로고. [사진=각사]

4분기에도 업체들은 주문과 재고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할 전망이다. 다만 수출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추가 감산만으로 재고 부담을 빠르게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별로 경영 효율화와 탄력적인 설비 운영을 추진하고 있지만 글로벌 수요 부진은 개별 업체가 대응하기 어려운 거시적 변수"라고 말했다.

정부 주도의 설비 재편도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승인된 나프타분해설비(NCC) 감축 규모는 대산 110만톤과 여수 139만톤을 합친 연간 249만톤이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인 270만~370만톤 가운데 최소치까지 21만톤이 남았다. 여수에서는 여천NCC 2·3공장을 폐쇄하고 남은 1공장과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을 통합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설비 감축은 중장기적인 공급과잉 완화책이다. 당장 쌓인 PE 재고를 줄이려면 생산 조절과 함께 수출 물량이 회복돼야 한다.

결국 석유화학 수급 정상화의 관건은 공장을 얼마나 더 멈추느냐뿐 아니라 중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의 수요가 언제 돌아오느냐다. 감산보다 빠른 수요 감소가 이어지는 한 업체들의 재고와 수익성 부담도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홍성효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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