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홍성효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체결한 콜옵션 계약의 가격 산정 방식과 변경 시점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초 고려아연 공개매수가격이 오르면 콜옵션 행사가격도 함께 상승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계약이 공개매수가 인상 하루 전 변경됐기 때문이다. 변경 후 콜옵션 기준가격은 주당 70만원으로 고정됐고, 이후 공개매수 가격은 75만원과 83만원으로 잇달아 올랐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 [사진=영풍]](https://image.inews24.com/v1/283a9a7a58ec8b.jpg)
27일 법조계와 자본시장업계에 따르면 이번 계약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영풍이 공개매수가격 상승에 따라 얻을 수 있었던 계약상 이익을 포기했는지, 계약 변경 과정에서 합리적인 반대급부를 확보했는지다.
특히 계약 변경 바로 다음 날 공개매수가격이 인상된 만큼 당시 영풍의 의사결정권자들이 가격 인상 계획을 알고 있었는지도 쟁점으로 거론된다.
다만 영풍·MBK 측은 콜옵션과 같은 가격 조건의 풋옵션이 영풍에도 부여됐으며, 가산금과 배당을 포함한 계약 전체를 기준으로 경제적 효과를 판단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콜옵션은 현재 행사되지 않았고 MBK가 고려아연 투자금을 회수하기 전에는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풍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영풍과 장형진 고문, MBK 측 특수목적법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2024년 9월 체결한 경영협력계약에 콜옵션 조항을 포함했다.
콜옵션은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MBK 측이 영풍 측에 고려아연 주식을 약정가격으로 매도하도록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최초 계약에서는 콜옵션 가격을 '공개매수신고서에 기재된 매수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했다. 공개매수신고서가 정정되면 최종 가격을 반영하고 이후 취득 주식의 가격 등을 고려한 금액에 연 5%를 가산하는 구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산식이 유지됐다면 공개매수가격이 오를 경우 MBK가 영풍 측 주식을 취득하면서 지급해야 하는 가격도 함께 상승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양측은 2024년 9월25일 후속 계약을 통해 가격 산식을 변경했다. 변경된 계약에서는 콜옵션 기준가격을 주당 70만원으로 정하고, 매년 기준가격의 5%인 주당 3만5000원을 가산하도록 했다.
가격 산식이 바뀐 다음 날인 9월26일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 공개매수가격을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올렸다. 같은 해 10월4일에는 다시 83만원으로 인상했다.
최초 계약이 유지됐다면 최종 공개매수가격이 콜옵션 가격 산정에 반영될 여지가 있었지만, 변경계약에서는 공개매수가격이 83만원까지 올라도 콜옵션의 기준가격은 70만원으로 유지됐다.
가산금과 배당, 행사 조건을 제외한 두 가격의 단순 차이는 주당 13만원이다. 다만 이를 옵션 대상 주식 수에 곱한 금액을 영풍의 실제 손실로 볼 수는 없다. 콜옵션이 아직 행사되지 않았고 영풍이 확보한 풋옵션과 배당, 계약의 다른 반대급부와 실제 행사 시점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 [사진=영풍]](https://image.inews24.com/v1/1a09273607475b.jpg)
계약 변경 시점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공개매수가격 인상은 필요한 자금과 조달계획, 공개매수신고서 정정 등을 검토해야 하는 의사결정이다. 이에 따라 인상 발표 전에 양측 내부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영풍 측 의사결정권자들이 9월25일 계약을 변경할 당시 다음 날 예정된 공개매수가격 인상 계획을 알고 있었다면, 기존의 가격 연동 구조를 바꾼 이유와 그 대가로 무엇을 확보했는지가 중요해진다.
가격 인상 계획을 인지하면서도 별다른 반대급부 없이 가격 연동 구조를 포기했다면 MBK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기 위해 영풍의 계약상 이익을 희생했는지 따져볼 여지가 생긴다는 게 법조계 일각의 시각이다.
반대로 영풍이 계약 변경을 통해 주가 하락 위험을 줄이는 풋옵션이나 경영권 확보 지원, 위험 분담 등 다른 경제적 이익을 확보했다면 기준가격만 비교해 계약이 영풍에 불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영풍·MBK 측은 지난 19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콜옵션과 풋옵션 모두 주당 70만원을 기준으로 매년 3만5000원이 가산된다고 설명했다. 계약 체결 후 2년이 지난 시점을 기준으로 한 약정가격은 주당 77만원이다.
영풍은 같은 가격 조건으로 MBK 측에 보유 주식의 매수를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을 확보했다. 고려아연 주가가 약정가격 아래로 떨어질 경우 영풍이 하락 위험을 방어할 수 있는 장치라는 게 양측의 설명이다.
옵션 행사 전까지 발생하는 고려아연의 배당금도 영풍에 귀속된다. 영풍·MBK 측은 콜옵션 기준가격과 최종 공개매수가격만 비교해 영풍의 손실이나 주주 피해를 산정하는 것은 계약의 전체 구조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 [사진=영풍]](https://image.inews24.com/v1/069655871fb3c0.jpg)
MBK의 콜옵션은 아직 행사되지 않았다. 영풍·MBK 측은 계약상 일정 기간이 지났더라도 투자금 회수 등 다른 요건이 충족돼야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준일이 도래한 것과 실제 행사 조건이 갖춰진 것은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약 변경이 결과적으로 영풍에 불리해 보인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배임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계약 전체의 경제적 효과와 반대급부, 당시의 경영상 판단 근거, 회사에 대한 손해나 구체적인 손해 위험, 의사결정권자의 고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법원의 문서제출명령 역시 계약 자료를 제출하도록 한 절차적 결정이다. 해당 계약이 위법하거나 영풍 경영진의 배임이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결국 쟁점은 영풍이 공개매수가격 연동 구조를 변경한 이유와 주당 70만원을 기준가격으로 정한 근거다. 2024년 9월25일 당시 공개매수가격 인상 계획을 누가 언제 인지했는지, 영풍 내부에서 변경 전후의 손익을 검토했는지, 계약 변경으로 확보한 구체적인 반대급부가 무엇인지에 관한 추가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홍성효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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