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그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고 기술의 사춘기로부터 살아남았느냐."
최기영 서울대 명예교수가 22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아이포럼 2026' 기조연설 말미에 소개한 영화 '콘택트'의 대사다. 외계인을 만나면 무엇을 묻고 싶으냐는 질문에 주인공 엘리 애로웨이 박사가 내놓은 답이다.
최 교수는 이 대사를 인용한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공동창업자의 글도 함께 소개했다. "인류는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얻게 될 것인데, 우리의 사회, 정치, 기술 체계가 충분히 성숙한지 불분명하다"는 내용이다. AI 기술을 확보하는 일과 함께 그 힘을 감당할 사회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최기영 서울대 명예교수가 22일 용산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아이포럼 2026 기조연설을 마무리하며 영화 '콘택트'의 한 장면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지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9b9d936aaf563f.jpg)
이날 'AI시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연설한 최 교수는 독자 AI 모델과 반도체 개발, 데이터센터 구축 등 기술 경쟁력 확보 방안을 폭넓게 제시했다. AI가 가져올 일자리 변화와 부의 양극화, 통제 불능 가능성에 대한 대응도 주문했다.
최 교수는 2019~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금성사 중앙연구소와 미국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기업 케이던스를 거쳐 1991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다.
최 교수는 AI 발전에 따른 사회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에 의존해 인간의 능력이 감퇴할지, 반대로 AI를 활용해 능력을 키울지 고민해야 하며, 인간을 뛰어넘는 AI가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대응 시스템을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고민하고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과 연구소를 연결하는 '미래인공지능연구 허브'를 만들어 기술 연구와 함께 인간성, AI와 공존하는 삶 등 인문·철학적 연구를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최기영 서울대 명예교수가 22일 용산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아이포럼 2026 기조연설을 마무리하며 영화 '콘택트'의 한 장면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지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66aa3a658fa9a4.jpg)
AI가 창출하는 이익의 배분도 과제로 꼽았다. 부유층이 AI를 더 많이 소유하고 활용하면서 소득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최 교수는 "생산성 향상으로 발생하는 초과이익을 재분배하지 않으면 굉장히 어려운 사회가 될 것"이라며 국부펀드 투자와 로봇세, 기본소득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주문했다.
논의를 시작할 시점도 중요하다고 봤다. 이해관계가 굳어진 뒤에는 반발로 제도 구축이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AI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초과이익에 대한 지분도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I 진흥과 규제는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진흥과 규제가 서로 반대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규제가 문제가 아니라 불확실한 규제, 규제가 없어서 기업들이 눈치 보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규모로 모아 쓸 기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GPU를 2030년까지 26만개 도입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문제는 이게 분산돼 있으면 큰 모델을 개발하는 데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클러스터링을 잘할 수 있도록 모아서 쓸 수 있는 데이터센터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를 운영할 전문인력 양성을 주문했다. 클러스터링은 여러 GPU를 연결해 대규모 연산을 함께 수행하도록 구성하는 것을 뜻한다.
![최기영 서울대 명예교수가 22일 용산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아이포럼 2026 기조연설을 마무리하며 영화 '콘택트'의 한 장면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지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7bbde78d28ff0c.jpg)
독자 AI 모델의 성능 개선이 더딘 원인으로는 연산 자원과 학습 데이터 부족을 짚었다. 미국 빅테크가 모델 개발에 GPU 10만~20만개를 사용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1000~2000개 수준을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학습 데이터도 드물게 나타나는 예외적인 사례까지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악마가 디테일에 있듯이 첨단 인공지능도 디테일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한국의 강점으로 메모리 반도체와 정보기술(IT), 제조업을 꼽으며 "우리나라는 기술로 먹고사는 나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 선도 국가가 되려면 기술 경쟁력과 함께 세계 시민이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사회를 구현하는 데 가치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기영 서울대 명예교수가 22일 용산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아이포럼 2026 기조연설을 마무리하며 영화 '콘택트'의 한 장면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지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d2ba4925d641b.jpg)
아이뉴스24가 주최하는 '아이포럼 2026'은 'AI 패권 전쟁, 새로운 질서: AI 3대 강국,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열렸다. 최 교수의 기조연설에 이어 '반도체 최강국', 'AI 데이터센터 고도화', '피지컬 AI 주도국' 등 3개 세션에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된다.
명석주 SK하이닉스 팀장과 강경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위원, 조정민 SK텔레콤 사업담당, 류준석 네이버클라우드 기술리더, 진하영 리얼월드 이사, 이시행 LG AI연구원 테크 리더, 황정훈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센터장 등이 연사로 나선다.
/박지은 기자([email protected]),사진=곽영래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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