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컨소시엄을 배제하고 단독 시공을 요구하는 조합이 늘고 있다. 대규모 사업비와 공사 리스크를 분담하기 위해 활용되던 공동도급 방식이 브랜드 가치 저하와 하자 발생 시 책임 소재 불분명 등의 이유로 기피 대상이 된 것이다. 특히 하이엔드 브랜드를 앞세운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일 브랜드와 단독 시공을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를 비롯해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여의도 재건축 등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컨소시엄 불가 방침이 확산하고 있다.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 단계부터 공동도급을 제한하면서 대형 건설사 간 단독 수주 경쟁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목동신시가지 4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21일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내면서 입찰 자격에 '공동참여 불가'를 명시했다. 3.3㎡당 공사비는 1010만원으로 책정됐다. 목동 14개 단지 가운데 3.3㎡당 공사비가 1000만원을 넘어선 첫 사례다. 이미 단독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목동 6·8·10·12·13단지도 동일한 사례로 꼽힌다.
목동신시가지 14단지도 당초 컨소시엄 방식의 입찰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조합 측이 공동 시공을 선호하지 않으면서 건설사들이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하지 않는 분위기다. 사업 규모가 큰 정비사업에서 복수 건설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선택지였던 과거와 달리 조합의 선호가 입찰 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도 단독 시공을 요구하는 대표적인 사업지다. 성수1~4지구는 모두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마천1구역 재개발 조합 역시 공사비 약 1조8000억원 규모의 사업에서 시공사 선정 조건으로 공동도급 불가와 시공사의 최상위 브랜드 적용을 내걸었다.
조합들이 컨소시엄을 꺼리는 배경의 중심에는 브랜드 가치와 시공 품질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하나의 단지에 복수 브랜드가 적용되면 외관과 커뮤니티 등 주거상품의 통일성이 떨어질 수 있고, 시공 구간에 따라 설계와 마감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자 발생 시에도 공동 시공사 간 책임 소재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하이엔드 브랜드 선호가 강해진 점도 단독 시공 확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합 입장에서는 하나의 브랜드를 단지 전체에 적용해 상품성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향후 입주민의 주거 만족도와 자산 가치까지 높이려는 유인이 커졌다. 서로 다른 브랜드를 결합한 이른바 '하이브리드 작명'이나 복수 건설사의 공동 시공보다 단일 브랜드를 앞세운 사업 방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입찰 경쟁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조합의 단독 시공 선호가 더욱 강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공사 간 경쟁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으면 컨소시엄을 통해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기보다, 특정 건설사의 브랜드와 시공 역량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 조합들이 단순히 공사비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와 단지의 완성도까지 고려하면서 단독 시공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려는 수요가 커진 데다 하자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려는 요구도 강해져 컨소시엄을 기피하는 사업장이 느는 경향"이고 말했다.
/이한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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