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가 고객사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반도체 판매를 유지하기 위해 투자와 구매 약정까지 늘리는 방식이다. 그러나 고객사 부채 부담이 커지면서 엔비디아 역시 자금 조달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젠슨황 엔비디아 CEO.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021f42677a5066.jpg)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엔비디아가 AI 생태계 전반에 제공하기로 한 지원 약정 규모를 최대 2300억달러(약 330조원)로 추산했다. 이는 실제 집행된 투자금이 아니라 각종 지원 약정을 합산한 수치다.
엔비디아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주요 고객사들이 자금난에 빠지면 반도체 판매도 타격받기 때문이다. 문제는 AI 시장 성장에 의존하는 엔비디아가 자칫 고객사 부실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반도체 팔고, 고객사에 돈 대고⋯엔비디아 수익성 의문
대표 사례가 코어위브다. 코어위브는 엔비디아 반도체를 대량으로 구매해 데이터센터를 짓고, AI 개발사 등에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사 계약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 데이터센터를 확장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코어위브에 20억달러를 투자했다. 지난해 9월에는 2032년까지 코어위브가 판매하지 못한 컴퓨팅 용량을 최대 63억달러 규모로 구매하기로 약정했다.
고객사에 자금을 대고, 남는 서비스까지 사주기로 한 것이다. 코어위브는 이를 바탕으로 투자 부담을 덜고 데이터센터를 확장할 수 있다. 엔비디아도 반도체 수요를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거래 방식이 AI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사가 충분한 수익을 낸다면 문제가 없지만, 수익보다 투자 증가 속도가 빠르면 상황이 달라진다. 금융 지원이 설비 투자를 떠받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어위브 손실이 엔비디아 몫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길 루리아(Gil Luria) D.A.데이비슨 애널리스트는 코어위브가 AI 인프라에 투자한 467억달러 대비 연 환산 수익률이 약 1%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차입 비용인 약 9%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9% 금리로 돈을 빌려 최대 5% 수익을 낸다면 사업 규모를 아무리 키워도 기업가치를 파괴하는 셈"이라며 "차입을 늘려 데이터센터를 지을수록 금융 시스템에 더 많은 위험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코어위브를 AI 투자 시장에서 부실 위험이 큰 '서브프라임' 부문에 빗대기도 했다.
코어위브 빚 500억달러⋯대출 만기·담보 가치 '이중부담'
코어위브는 500억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다. 올해 데이터센터 등 설비 투자에 350억~390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지만 예상 매출은 약 130억달러에 그친다.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유지하려면 외부 자금 조달이 필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미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코어위브의 2031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지난주 연 16%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15.13%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부실채권 수준이다.
맥스 프룸스(Max Frumes) 나인핀(9fin) 부실채권 부문 글로벌 책임자는 "AI 투자 열풍을 떠받치는 대출의 가격과 접근성, 구조가 바뀌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I 기업들이 앞으로 더 비싼 이자를 내거나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젠슨황 엔비디아 CEO.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9297558da00f6f.jpg)
자금 조달 방식도 취약점으로 꼽힌다. 코어위브는 일부 거래에서 3년짜리 고객사 계약을 바탕으로 5년 만기 대출을 받았다. 고객사 계약이 끝난 뒤에도 2년간 빚이 남는 구조다. 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대출 상환 재원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반도체 가치 하락도 위험 요인이다. 코어위브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담보로 돈을 빌려 데이터센터를 확장해왔다. 2023년 블랙스톤과 매그니타캐피털 등 투자자들로부터 23억달러 규모 대출을 확보했고, 2024년에는 75억달러 규모로 자금 조달을 확대했다.
이런 자금 조달 위험을 줄여주는 안전장치가 엔비디아의 63억달러 규모 구매 약정이다. 다만 모든 채무를 보증하는 계약은 아니다.
수익성·자금 조달 '딜레마'⋯AI 투자 숨은 부채 경고
AI 데이터센터 사업 딜레마는 수익성 높은 계약일수록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장기 계약은 전력 용량 1메가와트(MW)당 약 1000만달러, 단기 계약은 최대 4000만달러 규모다. 은행은 매출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장기 계약을 선호하지만, 사업자는 단가가 높은 단기 계약에서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장기 계약은 차입 비용이 높아지면 수익성이 떨어지고, 단기 계약은 갱신 여부가 불확실해 대출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JP모건은 코어위브가 2030년까지 잉여현금흐름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수주 계약을 확보해도 막대한 초기 투자비를 회수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월가와 엔비디아가 평가하는 반도체 가치도 다르다. 엔비디아는 GPU가 최대 10년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보지만, 금융기관은 통상 3~4년을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한다. 신제품 출시로 기존 GPU 가치가 떨어질 수 있어 장기간 대출 담보로 인정하는 데 신중한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기관들은 GPU뿐 아니라 고객사 계약과 대형 기술기업의 지급 보장까지 함께 고려해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거래가 늘면서 어느 기업이 얼마나 많은 위험을 떠안고 있는지 파악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대형 기술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사업과 협력사 자금 조달을 보증하면서 공개된 수치보다 더 많은 채무를 떠안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크 하비브(Mark Habib) S&P글로벌 디지털인프라 부문 책임자는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부채가 더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정승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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