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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발목 잡는 낡은 규제③·끝] 전문가들 "규제 완화 넘어 '판' 바꿔야" 해법 제시


인허가 단계적 완화·기술중립성 확보⋯"시장 변화 맞춰 규제체계 바꿔야"
지역채널 공적 지원·사업자 퇴출 대비 과제⋯"중장기 정책 로드맵 필요"

국내 유료방송 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과 가입자 감소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데다 수십 년 전 규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아이뉴스24는 3회에 걸쳐 유료방송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낡은 규제 실태를 살펴보고 대안을 찾아본다.[편집자]

[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국내 유료방송 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개별 규제 완화를 넘어 방송·미디어 정책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온다. 인허가와 소유 등 기존 규제를 OTT와의 경쟁 환경에 맞게 완화하고, 신기술·서비스 도입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한편, 방송통신발전기금 개편과 지역채널 지원, 사업 구조조정에 대비한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사진=챗GPT]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사진=챗GPT]

"5대 규제 대폭 풀어야"…성장기 규제체계 재검토 필요

21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료방송 규제체계는 상당 부분 케이블TV가 출범한 1990년대와 IPTV가 도입된 2000년대의 시장 환경을 토대로 형성됐다. 당시에는 제한된 사업자들이 방송서비스를 제공했던 만큼 정부가 허가·재허가와 요금·채널 규제 등을 통해 시장을 관리할 필요성이 컸다.

그러나 OTT 등 영상 플랫폼의 확산으로 방송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유료방송사업자의 시장 입지가 달라졌다. 과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케이블TV는 가입자 감소와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51억원으로 2017년(3486억원) 대비 87% 감소했다. IPTV 역시 성장세가 0%대로 둔화한 상태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유료방송 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기존 규제체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성 교수는 "최근 넷플릭스마저 분기 매출 증가율이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구조조정하는 상황에서 레거시 미디어에 속하는 유료방송은 여전히 규제 중심으로 정책이 이뤄지고 있다"며 "인허가·재허가 기간이나 요금·채널약관, 시장점유율 및 광고·소유 규제 등 우리가 흔히 말하는 5대 규제를 넷플릭스를 포함한 OTT에 맞는 수준으로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도 인허가 규제의 단계적 완화를 제안했다. 노 소장은 "단기적으로는 허가 조건에 붙는 부관을 최소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등록제나 신고제, 나아가 인허가 폐지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영향력이 약화한 사업자에게 과거 성장기와 동일한 규제 부담을 지우기보다 경쟁 여건과 사업자의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사진=챗GPT]
성동규 중앙대 교수. [사진=아이뉴스24 DB]

AI 서비스·네트워크 혁신도 과제…기술중립성 확보해야

유료방송사업자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자유롭게 도입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OTT와 경쟁하기 위해 기존 실시간 방송 중심의 사업모델에서 벗어나 AI 기반 맞춤형 서비스와 새로운 콘텐츠 유통 방식 등을 도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유료방송 사업자가 AI 서비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을 수도 있고, 향후 시장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서비스를 구성해야 할 수도 있다"며 "이용약관에 대한 규제 등이 이를 사실상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네트워크와 전송 기술에 대한 개선도 과제로 꼽힌다. 케이블TV는 전통적으로 광동축혼합망(HFC)을 기반으로 방송서비스를 제공해 왔지만, 방송·통신 융합에 따라 인터넷프로토콜(IP) 기반 네트워크로의 전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과거 HFC망이 이제는 IP 기반 네트워크로 수렴해야 하는데 사업자들도 여력이 부족해 망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더 나은 기술의 네트워크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줘야 하는데 현실이 녹록치 않다.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분야"라고 했다.

정부도 일부 규제 개선에 나선 상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방송광고 일총량을 20%로 확대하고 중간광고 허용 기준을 완화한 개정 방송법 시행령을 시행했다. 제1기 비전·업무계획에는 유료방송 재허가·재승인과 소유·가입자 점유율 규제 폐지를 위한 방송법·IPTV법 개정 방안 등이 포함됐다.

다만 재허가·재승인과 소유·가입자 점유율 규제 폐지 등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과제인 만큼 실제 개선 범위와 시행 시점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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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세미나 '지속 가능한 미디어 생태계와 규제 혁신'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효빈 기자]

방발기금 재설계·지역채널 지원…구조조정 대비책 마련해야

규제 완화와 함께 산업 전반의 재원·지원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홍종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을 '시청각미디어발전기금'으로 확대·개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존 방송사업자뿐 아니라 일정 규모 이상의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 OTT, 플랫폼 등으로 분담 대상을 확대하고 조성된 재원을 지역·중소미디어 지원과 콘텐츠 다양성 강화 등에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기존 방송사업자에게만 기금 부담을 지우고 새롭게 시청각미디어 시장에 진입한 사업자들을 제외하는 체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단순히 기금 부족을 이유로 부과 대상을 확대하는 것 역시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역매체로서 공적 역할을 고려한 지원체계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케이블TV는 지역채널을 통해 지역 뉴스와 재난정보, 생활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법적·제도적 지원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노 소장은 "재정적으로 어려운 사업자에게 공적 의무만 부과하는 방식은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사업자 경영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사업 철수에 대비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일부 케이블TV 사업자가 사전 준비 없이 시장에서 이탈할 경우 가입자의 방송서비스 이용에 차질이 발생하고, 지역채널 운영과 콘텐츠 제작·유통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노 소장은 "가입자 감소와 수익성 악화 등으로 사업 지속이 어려운 케이블TV에 대해서는 출구전략 마련과 관리형 퇴출 제도의 도입을 통해 정부의 사회적 책무 이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세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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