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침체하고 있지만 케이블TV(SO)와 인터넷TV(IPTV) 사업자들은 여전히 요금과 채널 구성 등에서 제약을 받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가 요금과 콘텐츠 구성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제한적인 방송시장 경쟁을 전제로 설계된 규제체계가 유료방송의 투자와 서비스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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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는 자유로운데…요금·채널 구성 막힌 유료방송
15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료방송사업자는 방송법과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IPTV법) 등에 따라 이용약관 신고와 일부 요금 승인, 채널 구성·변경에 관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와 티빙 등 OTT 사업자는 유료방송과 같은 이용약관 신고·승인 의무를 적용받지 않는다.
유료방송 이용요금 규제는 2022년 관련 법 개정으로 기존 승인제에서 신고제 중심으로 완화됐다. 일반 유료방송 상품의 요금 변경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신고 이후에도 방미통위의 수리를 거쳐야 한다.
이와 별개로 가장 저렴한 채널 묶음인 최소채널상품과 TV·인터넷 등을 묶은 방송·통신 결합상품의 요금은 여전히 승인 대상이다. 일반 상품은 정부의 '수리'를 받아야 하고 특수 상품은 별도 '승인'을 거쳐야 하는 만큼 사업자가 요금제를 자유롭게 개편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과거 승인제에서 일부 개정됐다고는 하지만 신고제가 현재 수리를 요하는 신고라 크게 달라진 건 아니다"며 "OTT는 약관 신고 대상도 아니어서 상품의 요금 설정이 자유로운 반면, 케이블TV나 IPTV는 현실적으로 요금을 바꾸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가 요금뿐 아니라 채널 구성과 서비스 경쟁력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OTT는 이용자 수요에 따라 콘텐츠를 추가하거나 노출 순서를 조정하는 등 서비스를 유연하게 운영한다. 반면 유료방송은 채널 개편 과정에서 절차와 채널공급사업자(PP) 보호를 위한 제도적 제약 등을 고려해야 한다.
지역별 시청 수요에 맞춰 인기 채널을 전진 배치하거나 시청률이 낮은 채널을 다른 서비스로 대체하려 해도 이해관계 조정과 관련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TV(FAST)나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서비스 등 새로운 사업모델을 도입하는 데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유료방송 외에 소비자가 선택할 대안이 많지 않아 규제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OTT, 대체 플랫폼 등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며 "그럼에도 과거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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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규제 완화 법안 국회 계류…통합미디어법도 진척 더뎌
규제 완화를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행 방송법 제77조에는 유료방송 이용약관의 신고수리 의무가 명시돼 있다. IPTV 역시 이용약관 신고와 일부 요금 승인 규정을 두고 있다. 행정적 결정만으로 관련 규제를 모두 폐지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국회에서는 규제 완화를 위한 개정이 시도된 바 있다.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최소채널상품과 방송·통신 결합상품 요금 승인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사업자가 시장환경에 맞춰 요금제와 결합상품을 보다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올해 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상정된 이후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부 요금에 대한 승인제를 신고제로 완화하는 방안조차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김우영 의원실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여러 상품을 개발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여전히 과거 규제가 유지되고 있다"며 "방미통위는 일부 승인제를 신고제로 전환할 경우 요금 인상에 따른 보편적 시청권 침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향후 법안 심사 과정에서 방미통위의 개정안 수용 여부를 확인하고 협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방송과 OTT를 아우르는 통합미디어법 제정 논의 역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통합미디어법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 간 이견도 있는 사안"이라며 단기간 내 제정이 쉽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통합법 제정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개별 법률 개정과 규제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SO 업계에서는 요금 규제와 시장 경쟁 심화가 맞물리면서 수익구조 개선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케이블TV 관계자는 "콘텐츠 사용료 재원 중 하나인 유료방송 수신료가 10년째 제자리"라며 "이제는 OTT와의 시장 경쟁으로 인해 요금을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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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완결적 신고제'로 전환…사전규제 줄이고 자율성 확대해야
전문가들은 이용자 보호와 공정거래를 위한 규제는 유지하되, 사업자의 요금·채널 구성과 서비스 운영에 관한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일부 상품에 남아 있는 요금 승인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는 동시에 기존 신고수리 절차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실적인 대안은 현행 신고수리제를 '자기완결적 신고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자기완결적 신고제는 사업자가 법령상 요건을 갖춰 신고하면 정부의 별도 수리 처분 없이 신고의 효력이 발생하는 방식이다. 사전 심사 부담을 줄이는 대신 불공정 거래나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면 사후적으로 개입하자는 취지다.
이는 김 의원이 발의한 일부 요금 승인제의 신고제 전환과는 별개 개선 과제다. 김 의원 개정안이 특정 상품의 요금 승인 절차를 완화하는 것이라면, 자기완결적 신고제 도입은 일반 상품에 적용되는 신고수리 절차까지 간소화하는 것이다.
김용희 교수는 "수리를 요하는 신고는 실질적인 승인제와 다름없다"며 "완전한 신고제로 전환하고 편성에 대한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약관에 대한 정부 개입은 소비자와 플랫폼 사업자, 콘텐츠 사업자 사이의 불공정 거래를 막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규제 완화는 사업자 부담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 편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OTT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유료방송에 대한 규제를 낮춰야 한다"며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시청자들도 양질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세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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