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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맥주가 한국산으로"⋯한국서 만든 '기린 이치방' 맛보니 [현장]


하이트진로 전주공장서 이달부터 국내 제품 유통
기린 효모·품질기준 그대로…일본서 시험제품 검증
관세·물류 부담 낮췄지만 가격 인하 여부는 미정

[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두 번째 맥즙부터 드셔보세요. 첫 번째 맥즙과 맛이 다릅니다."

지난 8일 하이트진로가 마련한 '기린 이치방시보리' 국내 생산 기념 기자간담회. 테이블 위에는 생김새가 비슷한 두 잔의 맥즙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하나는 맥아에서 처음 뽑아낸 첫 번째 맥즙, 다른 하나는 같은 맥아에서 다시 추출한 두 번째 맥즙이었다.

하이트진로 임원들이 국내 생산 기린 이찌방시보리 맥주 출시를 기념하고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
하이트진로 임원들이 국내 생산 기린 이찌방시보리 맥주 출시를 기념하고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
하이트진로 임원들이 국내 생산 기린 이찌방시보리 맥주 출시를 기념하고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
하이트진로 시음회에서 제공된 맥즙과 기린 이찌방시보리. [사진=설래온 기자 ]

안내에 따라 두 번째 맥즙을 먼저 입에 머금었다. 알코올이 들어가지 않은 맥즙에서는 예상보다 선명한 단맛이 느껴졌다. 단호박을 삶았을 때의 달큰함에 식혜를 연상시키는 구수한 곡물 맛이 섞여 있었다.

이어 첫 번째 맥즙을 맛보자 차이가 분명해졌다. 단맛은 더욱 진했고 입안에 남는 맥아의 풍미도 한층 묵직했다. 두 번째 맥즙이 가볍고 맑게 흘러갔다면 첫 번째 맥즙은 맛이 입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었다.

두 잔을 비교한 이유는 제품 이름에 담겨 있었다. '이치방시보리'는 일본어로 처음 짜낸 맥즙을 뜻한다. 기린 이치방시보리는 맥아를 100% 사용하면서 처음 추출한 맥즙만으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일반적인 맥주는 첫 번째 맥즙과 두 번째 맥즙을 함께 사용한다. 기린 이치방시보리는 상대적으로 풍미가 진한 첫 맥즙만 사용해 부드러우면서도 맥아의 맛이 또렷하게 남도록 설계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판매된 기린 이치방시보리는 일본에서 완제품으로 생산해 들여왔다. 앞으로는 하이트진로 전주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 소비자를 만난다. 기린 이치방시보리가 일본 이외의 아시아 국가에서 생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이트진로와 기린맥주는 국내 생산을 위해 1년 넘게 기술 교류를 진행했다. 약 20년 동안 이어온 수입·판매 관계를 생산 협력으로 확대한 것이다.

하이트진로 임원들이 국내 생산 기린 이찌방시보리 맥주 출시를 기념하고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
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이사가 기린맥주와의 국내 생산 협력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

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이사는 "이번 기술협정은 단순한 생산기지의 이동이 아닌 전략적 동반관계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에게 보다 가까이에서 하이트진로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일본 현지 제품의 맛을 재현하기 위해 기린맥주의 제조법과 품질기준을 전주공장에 적용했다. 핵심 원료인 '기린효모'는 일본에서 직접 들여와 국내에서 배양하며 맥아, 홉 등 다른 원재료도 기린이 정한 규격에 맞춰 사용한다.

정식 생산에 앞서 여러 차례 시험생산도 진행했다. 전주공장에서 만든 맥주를 일본으로 보내 성분 수치 등을 분석하고 기린 측 품질기준을 충족하는지 검증했다. 이 과정을 거쳐 지난 7월 국내 생산 승인을 받았으며 생산 이후에도 정기적인 품질검사를 받는다.

하이트진로 임원들이 국내 생산 기린 이찌방시보리 맥주 출시를 기념하고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
권광조 하이트진로 프리미엄권역장이 기린사와의 협업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

권광조 하이트진로 프리미엄권역장은 "기린 고유의 제조법을 그대로 전수받아 일본 현지의 맛을 구현했다"며 "국내 생산으로 보다 신선한 제품을 공급하고 물량 변동과 관세, 국제 물류 위험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생산 제품은 이달 첫째 주부터 유통되기 시작했다. 기존 일본산 제품의 재고 소진 시점에 따라 매장별 판매 시기는 달라질 전망이다. 하이트진로는 우선 캔 제품의 공급을 안정화한 뒤 병 제품으로 생산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생산을 해외 수출로 확대하는 방안은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 하이트진로는 우선 국내 시장에 집중하면서 기린맥주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국내 생산의 가장 큰 목적은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다. 수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관세와 국제 물류 부담을 줄이고 수요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국내 생산에 따른 가격 인하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으며 소비자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임원들이 국내 생산 기린 이찌방시보리 맥주 출시를 기념하고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
하이트진로 임원들이 국내 생산 기린 이찌방시보리를 맛보고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

행사 막바지 장 대표가 "기린과 하이트진로의 더 큰 미래를 위하여"라고 선창하며 잔을 들어 올렸다. 국내에서 생산한 기린 이치방시보리 캔을 처음 개봉하는 순간이었다. 일본에서 완제품을 들여오던 20년간의 협력이 국내 생산이라는 새로운 결실로 이어졌다.

이날 맛본 한 잔에는 익숙한 맛을 국내에서 그대로 재현하려 한 시간과 수입 맥주를 국내 생산품으로 바꾼 두 회사의 계산이 함께 담겨 있었다.

/설래온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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