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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우만 한 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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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홍지희 기자] 은행권에는 이른바 '5명의 형님'과 '3명의 아우'가 있다. 튼튼한 자본과 영업망, 오랜 노하우로 시장을 주도하는 '형님'인 5대 시중은행과 그 뒤를 따르는 '아우'인 인터넷은행 3사를 빗대는 말이다.

체급과 변화의 속도가 항상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비대면 잔금대출을 출시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잔금대출은 금융권 내 디지털화가 기본값이 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대면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경쟁사인 다른 인터넷은행들도 카카오뱅크의 성공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잔금대출의 비대면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미 영업점과 대출모집인을 통해 단지별로 영업하고 대출을 실행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는 만큼 이를 바꿔가면서까지 비대면으로 전환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시각이다. 편의성이 높아진다고 해서 '금리'에 민감한 잔금대출 고객이 움직이겠느냐는 얘기다.

그러나 비슷한 장면은 과거에도 있었다. 2021년 인터넷은행이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출시를 앞뒀을 당시에도 물음표가 적지 않았다. 금액이 큰 주담대를 비대면으로 처리한다는 발상은 기대보다는 불안과 의심의 대상이었다. 주담대는 사용하려는 목적이 분명한 자금인 만큼 비대면이라는 편의성이 수요를 갑자기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은행권의 예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바일에서 금리와 한도를 조회하고 주담대를 신청하는 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인터넷은행이 던진 방식이 시중은행으로 확산하면서 비대면 주담대는 은행권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비대면 주담대가 성과를 거두었다고 해서 성공 공식이 잔금대출에도 이어질 것인지는 단언할 수 없다. 잔금대출은 단지별 특성, 대출 일정 등 주담대보다 훨씬 더 개인화된 요소가 많이 개입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가 비대면이라는 장점을 살리면서 기존 은행의 단지별 영업과 금리 경쟁력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카카오뱅크의 잔금대출과 앞으로 이어질 인터넷은행의 비대면 실험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오히려 기존 영업방식의 장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만 분명한 사실 두 가지는 있다. 비대면 편의성은 이제 금융의 부차적인 요소가 아니라 상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 또 하나는 인터넷은행이 먼저 시도한 서비스 가운데 적지 않은 것들이 은행권의 표준으로 확산됐다는 점이다.

인터넷은행의 앱과 금융 서비스, 수신 상품을 시중은행이 앞다퉈 벤치마킹하면서 '인터넷은행만의 방식'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서비스도 늘었다. 아우가 형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형이 아우를 따라가는 셈이다.

혁신 없는 기업은 밀려나고 변화에 둔감한 업권은 퇴보하기 마련이다. 금융 생태계에 신선함을 꾸준히 불어넣는 인터넷은행의 도전을 성패와 상관없이 반기는 이유다. 형이 늘 앞서는 것은 아니다.

/홍지희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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