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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SUV 룰'이 바뀐다…현대차, 규제 완화 속 새 변수


2030년형부터 SUV 분류 변경…경트럭 인정 요건 강화
투싼·싼타페 美 판매 40%…주력 차종 연비 셈법 달라져
업체 간 크레디트 거래도 축소…하이브리드가 대응 카드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미국이 자동차 연비규제를 완화했지만 현대자동차의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략에는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전체 연비 목표는 낮아진 반면 SUV를 승용차와 경트럭으로 구분하는 기준은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현대차 미국 판매에서 투싼과 싼타페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하는 만큼 일부 SUV가 상대적으로 엄격한 승용차 기준을 적용받으면 회사가 맞춰야 할 평균 연비는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규제 완화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차종별 제원과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3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최근 기업평균연비(CAFE) 개편 최종 규정을 발표했다. 새 규정을 적용한 2031년형 차량의 업계 평균 요구 연비는 갤런당 34.9마일(mpg)로 추산됐다.

이는 완성차업체가 시장 수요에 맞춰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등을 생산할 수 있도록 기존보다 규제 부담을 낮추려는 조치다.

다만 CAFE 기준은 모든 차량에 똑같은 연비를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다. 차량의 크기와 승용차·경트럭 구분, 업체별 판매 구성에 따라 실제 목표가 달라진다.

규제는 완화했는데…SUV 분류 문턱은 높였다

현대차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2030년형부터 달라지는 차종 분류다. 미국은 승용차와 경트럭에 서로 다른 평균 연비 기준을 적용하며, 경트럭에는 승용차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기준을 부여한다.

그동안 일부 크로스오버 SUV는 오프로드 성능이나 적재·견인 능력 등을 인정받아 경트럭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새 규정이 적용되면 같은 SUV라도 제원에 따라 승용차로 편입될 가능성이 커진다.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는 시민. [사진=EPA/연합뉴스]

미 교통부는 분류 기준 개편으로 규제상 차량 구성비가 기존 승용차 약 30%, 경트럭 약 70%에서 반대로 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SUV 판매가 감소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동안 경트럭으로 계산되던 일부 차량이 승용차로 재분류된다는 뜻이다.

오프로드 성능을 근거로 경트럭으로 인정받는 조건도 까다로워진다. 사륜구동 또는 일정 차량총중량 요건을 갖춘 데 더해 접근각과 이탈각, 최저지상고 등 네 가지 세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기존에는 지상고 관련 다섯 가지 조건 가운데 네 가지만 충족하면 됐다. 적재·견인 능력 등을 통한 별도 분류 경로도 남아 있어 SUV라는 이름이나 외형만으로 승용차와 경트럭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연비 부족분을 보완하는 크레디트 제도도 바뀐다. 2028년형부터 새로 발생하는 CAFE 크레디트는 업체 간 거래가 금지된다. 다른 업체가 확보한 크레디트를 사들여 연비 부족분을 메우는 방식이 단계적으로 제한되는 것이다.

다만 2027년형까지 발생한 크레디트는 기존 유효기간 안에서 거래하고 사용할 수 있다. 2027년형에서 발생한 크레디트는 2032년형까지 활용할 수 있어 거래가 곧바로 전면 중단되는 구조는 아니다.

투싼·싼타페가 판매 40%…현대차 요구치는 '점프'

현대차에는 주력 SUV의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다. 현대차의 8월 미국 판매량 8만6977대 가운데 투싼은 2만1197대, 싼타페는 1만3512대였다. 두 모델이 전체의 39.9%를 차지했다.

올해 1~8월 누적으로도 두 차종은 24만9411대로 전체 판매량 62만25대의 40.2%에 달했다. 특정 월에만 나타난 쏠림이 아니라 미국 사업을 떠받치는 판매 구조다.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디 올 뉴 투싼 외장 [사진=현대차]

미 정부의 업체별 분석에서도 분류 변경 시점의 변화가 드러난다. NHTSA는 새 규정을 반영한 현대차의 평균 요구 연비를 2029년형 34.9mpg, 2030년형 38.5mpg, 2031년형 38.9mpg로 추산했다. 기아도 같은 기간 34.8mpg에서 38.9mpg, 39.3mpg로 높아진다.

전체적인 규제는 완화됐는데 현대차·기아의 요구 연비가 2030년형부터 뛰는 것은 SUV 분류 변경에 따른 승용차 비중 확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이 수치는 NHTSA가 예상한 미래 판매 구성과 분류 체계를 적용해 산출한 모형 값이다. 현대차·기아에 확정적으로 통보된 단일 목표가 아니며 실제 요구 연비는 향후 차종별 판매량과 차량 제원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벌금은 '0달러'…하이브리드로 연비·판매 동시 관리

하이브리드는 현대차가 SUV 판매를 유지하면서 평균 연비를 높일 수 있는 주요 대응 수단이다. 현대차의 지난 8월 미국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전년 동월보다 33% 증가했고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9%에 달했다.

투싼과 싼타페 등 인기 SUV의 하이브리드 판매가 늘면 소비자가 원하는 차급을 유지하면서도 업체 평균 연비를 개선할 수 있다. 향후 일부 SUV가 승용차로 분류되더라도 하이브리드 비중을 높여 목표 연비 상승에 대응할 여지가 생긴다.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 '더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 엔진룸. [사진=김종성 기자]

당장 규제 위반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은 아니다. 미국은 법 개정에 따라 CAFE 기준 미달 시 부과하는 벌금 단가를 0달러로 반영했다. 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도 과거처럼 차량별 벌금이 누적되는 구조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셈이다.

그렇다고 연비 기준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업체별 실적 산정과 크레디트 관리는 계속되고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온실가스·배출가스 규제는 CAFE와 별도로 적용된다. 향후 정권이나 법률 변화에 따라 벌금 체계가 다시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기아 등이 가입한 미국 자동차혁신연합의 존 보젤라 회장은 이번 개편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업계에 필요한 것은 균형 잡히고 지속성 있으며 달성 가능한 연비 기준을 포함한 장기적인 규제 안정성"이라고 밝혔다.

/송대성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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