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군 지휘부 5명에게 1심에서 모두 중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내란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기소돼 21일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계엄군 지휘관들. 왼쪽부터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박안수 전 육구참모총장,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7411d71dfa712b.jpg)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이현경)는 21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징역 15년,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은 징역 10년,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은 징역 9년,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징역 1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보석으로 풀려나 있던 이 전 사령관과 박 전 총장, 곽 전 사령관은 실형 선고와 함께 보석이 취소돼 다시 구금됐다.
재판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위헌·위법한 포고령과 군 병력을 이용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막고, 주요 정치인과 선관위 관계자를 체포·구금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영장 없이 선관위 시설을 수색해 전산자료를 확보하려 한 행위도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그 기능을 소멸시키는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며 "내란죄는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를 직접 침해하는 범죄로, 그 중대성을 다른 범죄와 비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곽 전 사령관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국헌 문란 목적이나 내란 가담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장 무거운 형을 선고받은 여 전 사령관에 대해서는 비상계엄 선포 전부터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과 여러 차례 만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여 전 사령관이 작성한 메모에는 포고령 위반자 검거와 군·검·경 합동수사본부 구성, 주요 인사 14명 체포, 구금시설 운영, 선관위 서버 확보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재판부는 실제 계엄 실행 과정이 메모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며 여 전 사령관이 내란을 장기간 준비하고 주도적으로 실행했다고 봤다.
선관위 서버를 떼어오거나 복사하라고 지시한 사실과 경찰청장에게 선관위 병력 투입 사실을 알린 적이 없다고 국회 등에서 증언한 혐의도 위증으로 판단했다.
이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하루 전 국회에 대테러 부대를 투입해 봉쇄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적은 메모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계엄 선포 직후 실제 수방사 병력을 국회로 출동시켰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본회의장에 들어가 한 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는 지시를 받은 뒤 부하에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취지의 명령을 전달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 전 사령관이 부대원들에게 비무장을 지시하고 현장에서 직접적인 물리력 행사가 발생하지 않은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했다. 다만 이는 현장 지휘관과 장병들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시민들의 저항 등에 따른 결과일 뿐 내란 가담 책임을 없앨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일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뒤 정치활동을 전면 금지한 포고령을 발령하고, 조지호 당시 경찰청장에게 국회 출입을 차단하도록 요청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실제 경찰은 포고령을 확인한 뒤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출입을 막는 2차 봉쇄에 나섰다.
다만 재판부는 박 전 총장이 계엄 선포 전 사전 모의나 준비에 참여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특전사와 수방사 병력의 국회 출동을 직접 지시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도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박 전 총장이 특전사의 테이저건과 공포탄 사용을 금지해 더 큰 피해를 막은 점도 양형에 반영했다.
곽 전 사령관은 특전사 병력을 국회에 투입하고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막는 과정에서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됐다. 다만 수사 초기부터 자술서를 제출하고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수사·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진술해 내란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협조한 점이 고려됐다. 내란특검법상 형의 필요적 감면 규정도 적용됐다.
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과 함께 선관위 직원 체포·감금과 서버 확보 계획을 세우고 정보사 병력을 투입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정보사는 평시 수사권이 없는데도 선관위 직원들을 체포·신문하고 전산자료를 확보하려 한 만큼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군 지휘부가 특정 정치세력의 이익을 위해 병력을 동원하면서 군의 정치적 중립성과 국민의 신뢰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을 입혔다고 질타했다.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동원된 장병들까지 내란 가담 의혹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된 책임도 무겁다고 했다.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은 선고 직후 "군 핵심 지휘관들이 헌법 수호 책무를 저버리고 윤 전 대통령 등과 비상계엄을 수단으로 내란을 모의한 책임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피고인별 형량이 예상과 달리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은 아쉽다"며 "판결문의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와 범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특검은 여 전 사령관과 이 전 사령관에게 각각 징역 30년씩을, 박 전 총장에게는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곽 전 사령관과 문 전 사령관도 각각 징역 20년씩을 구형받았다.
/최기철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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