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홍성효 기자]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를 둘러싼 국내 전력기기·전선업계의 경쟁이 기술 국산화에서 본사업 수주전으로 이동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출신 우태희 대표가 이끄는 효성중공업은 한국전력의 컨버터 밸브·제어기 개발사로 선정되며 핵심 기자재 한 축을 선점했다. LS그룹은 변환설비와 변압기, 해저케이블, 시공을 연결한 밸류체인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500kV급 전압형 HVDC 변환용 변압기 개발기업으로 효성중공업·LS일렉트릭·HD현대일렉트릭·일진전기를 선정한 데 이어 밸브·제어기 사업자까지 결정되면서 경쟁 구도도 구체화됐다.
새만금~서화성 1단계 구간은 2030년 준공이 목표다. 이제 업계의 관심은 '국산화가 가능한가'보다 '누가 실증 레퍼런스를 먼저 확보해 본사업 물량을 가져가느냐'에 쏠리고 있다.
![HVDC 에너지 고속도로 국산화 추진현황 점검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 다섯번째 부터)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 김형근 한국전력공사 처장, 김성칠 전기산업진흥회 부회장, 박영삼 한국해상그리드산업협회 부회장 [사진=효성중공업]](https://image.inews24.com/v1/fe268d58463c58.jpg)
우태희 체제 효성, 밸브·제어기 선점
효성중공업은 한전의 '대용량 전압형 HVDC 국산화 및 실증사업'에서 컨버터 밸브·제어기 개발 참여기업으로 최종 선정됐다.
컨버터 밸브는 교류와 직류를 상호 변환하고 제어기는 전압과 전류를 관리한다. 변환용 변압기·케이블과 함께 HVDC 시스템의 성능과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설비다.
효성중공업이 개발한 제품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1단계인 새만금~서화성 구간에 적용돼 실제 전력망에서 성능을 검증받는다.
회사는 2012년 제주 20MW급 전압형 HVDC 실증사업을 시작으로 기술을 축적했다. 이후 200MW급 밸브와 제어시스템, 변환용 변압기를 독자 개발해 전력망에 적용했으며 현재는 2GW급 대용량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HVDC 에너지 고속도로 국산화 추진현황 점검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 다섯번째 부터)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 김형근 한국전력공사 처장, 김성칠 전기산업진흥회 부회장, 박영삼 한국해상그리드산업협회 부회장 [사진=효성중공업]](https://image.inews24.com/v1/55262e860d567a.jpg)
생산시설 투자도 병행한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경남 창원에서 HVDC 변압기 전용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공장 신축비 2540억원을 포함해 컨버터 시스템 제작시설과 연구개발 등에 2년간 총 33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지휘하는 우 대표는 산업부 통상교섭실장과 통상차관보를 거쳐 2016~2017년 제2차관을 지냈다.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을 거쳐 2024년 효성중공업 대표로 선임됐다.
효성중공업은 우 대표 체제에서 기존 주력인 초고압변압기를 넘어 밸브와 제어시스템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다만 우 대표의 관료 경력과 사업자 선정을 직접 연결할 근거는 없으며 한전은 공모와 전문가 평가를 거쳐 참여기업을 선정했다.
LS, 변압기부터 해저 시공까지 묶는다
효성이 밸브·제어기를 선점했다면 LS는 그룹 차원의 공급망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LS일렉트릭은 500kV급 전압형 HVDC 변환용 변압기 국책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기존 사업 경험과 실적에서는 한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LS일렉트릭은 500kV 동해안~동서울 HVDC 사업에서 변환용 변압기 40대를 5610억원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북당진~고덕 등을 포함한 HVDC 누적 수주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기업 최초로 500MW급 전압형 HVDC 변환용 변압기의 개발시험과 고객 검수시험도 마쳤다. 해당 제품은 한전이 추진하는 인천 신부평 HVDC 변환소에 적용될 예정이다.
![HVDC 에너지 고속도로 국산화 추진현황 점검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 다섯번째 부터)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 김형근 한국전력공사 처장, 김성칠 전기산업진흥회 부회장, 박영삼 한국해상그리드산업협회 부회장 [사진=효성중공업]](https://image.inews24.com/v1/a8a2368183dbc7.jpg)
지난 8월에는 GE버노바와 전압형 HVDC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국내에서 핵심 기자재 공급과 프로젝트 공동 수행에 나서고 향후 해외시장 진출도 추진한다.
그룹 내에서는 LS전선이 HVDC 케이블을 생산하고 LS마린솔루션이 해저 시공을 담당한다. LS전선은 지난해 강원 동해 사업장에 해저케이블 5공장을 준공해 HVDC 케이블 생산능력을 기존보다 4배 이상 확대했다.
LS마린솔루션은 지난 18일 한화오션과 1569억원 규모의 신안우이 해상풍력 해저케이블 시공 계약을 체결했다. 창사 이후 최대 규모로 지난해 별도 매출 722억원의 약 2.2배에 해당한다.
회사는 올해 하반기부터 2028년까지 케이블 운송과 포설, 매설 등 전 공정을 수행한다. 신안우이 사업은 총 8.2GW 규모로 계획된 신안 해상풍력 벨트의 첫 프로젝트다. LS마린솔루션은 이번 수주를 교두보로 후속 해상풍력과 서해안 HVDC 사업 참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효성이 밸브·제어기와 변압기를 중심으로 변환시스템을 공략한다면 LS는 변압기·케이블·시공을 묶어 사업 전체를 수주하는 전략인 셈이다.
HD현대·일진도 2027년 실증 채비
HD현대일렉트릭과 일진전기도 효성중공업·LS일렉트릭과 함께 500kV급 전압형 HVDC 변환용 변압기를 개발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울산 사업장에 HVDC 전용 설비를 포함한 제2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이달 말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2027년 기술개발과 실증시험 완료가 목표다.
일진전기도 초고압변압기 생산 기반을 활용해 국책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기존 초고압변압기 제작 역량을 HVDC용 제품으로 확장해 후속 발주에 대비하고 있다.
변환용 변압기 개발에 참여한 네 회사는 시험과 실계통 검증을 통과해야 새만금~서화성 등 본사업 수주 경쟁에 참여할 수 있다. 2027년 전후로 나올 실증 결과가 승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해저케이블은 LS 선두, 대한전선 추격
해저케이블에서는 LS전선이 기술 검증과 생산설비에서 앞서 있다. 525kV급 HVDC 해저케이블의 장기 신뢰성 시험을 거쳤으며 수요 발생 시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현재 동해 사업장에 6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약 1조원을 투자해 HVDC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HVDC 에너지 고속도로 국산화 추진현황 점검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 다섯번째 부터)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 김형근 한국전력공사 처장, 김성칠 전기산업진흥회 부회장, 박영삼 한국해상그리드산업협회 부회장 [사진=효성중공업]](https://image.inews24.com/v1/d35f9bbf8ce2cd.jpg)
대한전선은 2025년 9월 착공한 당진 해저케이블 2공장을 2027년 준공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640kV급 HVDC와 400kV급 HVAC 해저케이블을 생산한다. 완공 후 전체 해저케이블 생산능력은 기존 1공장 대비 약 5배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는 LS전선이 앞서 있지만 대한전선 2공장이 가동되면 대용량 HVDC 케이블에서도 본격적인 수주 경쟁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새만금~서화성 실증사업을 국내 HVDC 기술의 신뢰성을 입증할 첫 시험대로 보고 있다. 여기서 확보한 운전 실적은 국내 후속 사업뿐 아니라 해외 전력망 시장 진출을 위한 핵심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
효성중공업이 밸브·제어기를 선점한 가운데 LS는 그룹 밸류체인으로 맞서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과 일진전기는 변압기, 대한전선은 대용량 해저케이블 생산시설을 앞세워 추격 중이다.
2030년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1단계 준공을 앞두고 국내 업체들의 경쟁도 이제 ‘국산화 성공’에서 ‘실증을 통과해 누가 본사업을 수주하느냐’로 넘어가고 있다.
/홍성효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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