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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기온·모래 먼지 '달'⋯우리 기술로 달 표면 누빈다 [지금은 우주]


KERI 연구팀, ‘시스템-부품’ 융합 생태계 구축

KERI가 무인탐사연구소와 협업 개발하고 있는 달 탐사 로버. [사진=KERI]
KERI가 무인탐사연구소와 협업 개발하고 있는 달 탐사 로버. [사진=KERI]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125℃에 달하는 달 표면의 극한 고온과 고진공, 모래 먼지가 날리는 악조건을 견뎌야 한다. 달은 극한 환경으로 악명이 높다. 낮엔 영상 120~130도에 이르고 밤엔 영하 130~180도까지 떨어진다.

대기가 거의 없어 운석이 그대로 떨어진다. 곳곳이 상처투성이다. 모래 먼지가 날리는 최악의 환경이다. 이런 달에 착륙선을 보내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대한민국의 독자 기술로 개발한 탐사 로버(Rover)가 달과 화성의 표면을 누비는 시대를 향해 국내 연구팀이 우주 모빌리티 핵심 기술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 항공모빌리티추진연구팀 이지영 박사팀은 국내 우주 로봇 스타트업 무인탐사연구소(UEL)와 손잡고 극한의 우주 환경을 견디는 ‘탐사 로버용 구동 기술’ 연구를 본격화했다. 국산 부품의 실전 이력인 ‘우주 헤리티지(Space Heritage)’ 확보에 시동을 걸었다.

우주 해리티지는 부품이나 시스템이 실제 우주 환경(발사체, 인공위성, 탐사선 등)에 탑재돼 성공적으로 운용되고 검증된 실전 이력을 뜻한다.

정부의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보면 우리나라는 2032년 달 탐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계획의 핵심은 단순히 달에 도달하는 것을 넘어 ‘달 표면에서의 실질적 활동 능력’을 입증하는 데 있다. 이를 수행할 탐사 로버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현재 국내 우주 시스템의 핵심 부품, 로버를 움직이는 ‘우주급 액추에이터(구동기)’는 전량 외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관련 기초 기술 연구와 자립 기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KERI 이지영 박사팀은 이러한 미개척 분야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 기술 자립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 우주 산업은 시스템(로버) 개발자와 핵심 부품 개발자가 단절돼 자체 역량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부품 전문기관인 KERI의 설계 역량과 우주 로봇 시스템 전문기업인 UEL의 현장 노하우를 결합하는 선구적 협력 모델을 구축했다. 글로벌 우주 패권 경쟁 속에서 ‘독자적 우주 탐사 운용 능력’이라는 국가 안보적 가치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장기적 비전이다.

현재 연구팀은 125℃에 달하는 달 표면의 극한 고온과 고진공, 모래 먼지가 날리는 악조건에서도 총중량 25kg 이하의 로버가 10도의 경사로를 오르고 시속 4m로 이동할 수 있는 전동기(모터), 전력변환장치 기술을 선행 연구​하고 있다.

KERI가 무인탐사연구소와 협업 개발하고 있는 달 탐사 로버. [사진=KERI]
미국 항공우주청(NASA)의 케네디 우주 센터(플로리다주) 발사대 39B에 거치된 SLS(우주 발사 시스템)와 오리온 우주선. 보름달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사진=NASA]

최근에는 기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컴퓨터로 가상의 우주 환경을 구현하고 부품의 성능을 상시 검증할 수 있는 ‘실시간 성능 검증 시스템(HILS)’을 구축했다. 다양한 운용 조건에 대한 검증과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그 완성도를 단계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연구팀은 지상에서의 성능 검증과 기술 고도화를 지속하고 실제 우주 환경에서의 실증을 병행하며 본격적 ‘우주 헤리티지(Space Heritage)’ 축적 단계에 들어선다. KERI는 UEL과 협력해 올해 10월로 예정된 누리호 5차 발사에서 UEL이 추진하는 제어보드 등 일부 부품의 우주 환경 실증을 기술적으로 지원한다.

이 과정에서 확보되는 결과와 기술 데이터를 상호 공유해 지상 연구에 다시 반영함으로써 기술의 신뢰성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앞으로 대상 모터를 포함한 전기구동 시스템 전체로 실증 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러한 협력 과정에서 KERI의 정밀 분석과 검증 역량도 핵심 역할을 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우주에 사용될 대상 모터와 인버터의 입·출력 특성과 구동 성능을 실제 측정 데이터 기반으로 자세히 분석했다. 추가 기술 검토가 필요한 특성을 확인했다.

이후 약 5개월 동안 관련 분야의 선도 제작사와 지속적 기술 협의를 진행한 끝에 해당 특성을 정확히 규명하고 기술적 확인을 끌어냈다. 이는 특정 부품의 성능에 맹목적으로 의존하기보다, 대상 부품을 독립적으로 분석·검증해 내는 KERI의 전문 역량과 UEL의 현장 기술력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성공적인 협력 사례로 평가받는다.

연구팀은 이번 누리호 탑재 실증을 시작으로 2032년 이전에 KERI의 기술이 적용된 탐사 로버가 달 표면에 착륙하는 미래 청사진을 그려나가고 있다.

KERI가 무인탐사연구소와 협업 개발하고 있는 달 탐사 로버. [사진=KERI]
KERI 이지영 박사가 로버용 모터와 전력변환장치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KERI]

연구책임자인 이지영 박사는 “국내 우주 부품 생태계가 전무했던 시절, 맨주먹으로 시작해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각오로 뛰어들었다”며 “연구 초기만 해도 참고할 사례조차 없어 이방인 취급을 받기도 했는데 국 각지의 우주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가며 네트워크를 구축한 끝에 현재는 우주급 모터 기술 연구의 핵심 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2032년 달 표면에 KERI의 독자 기술이 담긴 로버를 반드시 보내 대한민국의 진정한 우주 모빌리티 시대를 열겠다”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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