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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압기만 팔아선 안 된다…AI 데이터센터가 바꾼 전력기기 수주전


효성중공업, 전담 조직 신설…변압기·ESS·전력 안정화 설비 통합 대응
HD현대일렉트릭도 발전기·ESS 결합…단품 넘어 ‘전력 인프라 패키지’ 경쟁

[아이뉴스24 홍성효 기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전력기기 업체들의 수주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변압기와 차단기 등 개별 장비를 납품하던 데서 벗어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발전기, 전력 안정화 설비를 한데 묶어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전체를 공급하는 경쟁으로 확산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급증한 데다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전력 품질까지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압기 생산능력만 늘려서는 고객 요구에 대응하기 어려워지면서 전력기기 업체들도 제품·솔루션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를 넓히고 있다.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효성중공업 765kV 초고압변압기. [사진=효성중공업]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효성중공업 765kV 초고압변압기. [사진=효성중공업]

효성중공업은 지난 15일 미국 빅테크 기업 2곳과 총 3865억원 규모의 초고압변압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은 2200억원 규모의 765킬로볼트(kV) 변압기와 1665억원 규모의 345kV 변압기로, 미국 남부와 북부에 새로 건설되는 AI 데이터센터에 공급된다.

이번 수주는 AI 데이터센터가 초고압변압기의 새로운 대형 수요처로 떠올랐다는 점과 함께 전력설비 공급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흐름을 보여준다.

특히 효성중공업은 이달 초 데이터센터사업팀을 신설했다. 변압기와 차단기 등 기존 전력기기 인력뿐 아니라 ESS, 마이크로그리드, 정지형 무효전력 보상장치(STATCOM) 등 전력 안정화 솔루션 인력을 한 조직에 모았다.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여러 전력설비를 개별 제품이 아닌 하나의 사업 단위로 제안하고 공급하기 위한 조직이다.

효성중공업에 따르면, 과거 데이터센터 고객의 요구는 변압기와 차단기를 확보하는 데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전압과 전력 흐름을 관리하는 안정화 설비까지 함께 공급해달라는 요청이 늘고 있다.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효성중공업 765kV 초고압변압기. [사진=효성중공업]
효성중공업 창원공장에서 출하 대기중인 초고압변압기. [사진=효성중공업]

이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 특성과 맞닿아 있다. 서버와 냉각설비를 24시간 가동하는 데이터센터는 순간적인 전압 변동이나 전력 품질 저하도 서비스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전력을 공급하는 장비뿐 아니라 저장하고 제어하는 설비까지 중요해진 이유다.

ESS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수요가 몰리는 시점이나 비상 상황에 공급한다. STATCOM은 전압과 무효전력을 조절해 전력 품질과 계통 안정성을 높인다. 마이크로그리드는 발전·저장설비를 하나로 묶어 외부 전력망에 문제가 생겨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지원한다.

효성중공업은 ESS와 STATCOM을 비롯해 초고압직류송전(HVDC), 마이크로그리드 등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전담 조직을 중심으로 이들 설비를 변압기·차단기와 결합해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를 통합 수주한다는 전략이다.

현지 공급 기반도 넓히고 있다. 미국 멤피스 변압기 공장을 증설하는 동시에 현지 전력설비 업체 콴타와 초고압차단기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변압기부터 차단기와 전력 안정화 솔루션까지 미국 현지에서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효성중공업 765kV 초고압변압기. [사진=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의 전력 변압기. [사진=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도 데이터센터 고객들이 변압기·차단기와 함께 전력 안정화 솔루션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성중공업처럼 별도의 데이터센터 전담 조직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기존 제품군을 조합해 패키지 형태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북미 ESS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그룹사의 중형엔진과 자사의 발전 관련 설비를 데이터센터에 함께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변압기와 차단기를 넘어 전력 저장과 비상 발전까지 공급 범위를 넓히는 전략이다.

중장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차세대 전력기술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이 반도체 변압기(SST)다. SST는 전력용 반도체를 활용해 전압 변환과 전력 제어 기능을 통합한 장비로, 기존 변압기보다 데이터센터의 복잡한 전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효성중공업 765kV 초고압변압기. [사진=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공급계약을 체결한 배전 변압기(왼쪽)와 전력 변압기. [사진=HD현대일렉트릭]

이 같은 움직임은 데이터센터가 단순히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수요처를 넘어 하나의 대형 전력 인프라 프로젝트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 사용량이 큰 만큼 초고압 변압기 공급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배전, 전력변환, 저장, 계통 안정화 등을 함께 설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관련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연평균 15% 증가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신규 전력 인프라에 약 500억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전력기기 업계의 경쟁 기준도 변압기를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에서 여러 설비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설계·공급하느냐로 옮겨갈 전망이다.

향후 관건은 통합 공급 전략이 실제 대형 프로젝트 수주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될수록 개별 제품의 경쟁력뿐 아니라 변압기와 차단기, ESS, 발전기, 전력 안정화 설비를 고객 요구에 맞춰 결합할 수 있는 역량이 새로운 수주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성효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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