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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동차도 美서 만들면 허용?…트럼프 한마디에 현대차 ‘새 변수’


“미국에 공장 짓고 미국인 고용하면 괜찮아”…수입과 현지 생산 구분
현행 커넥티드카 규제는 중국계 업체 생산·판매 제한…정책 변경이 관건
현대차·기아, 현지 생산 넘어 가격·기술·공급망 경쟁 대비해야

[아이뉴스24 홍성효 기자] 중국 자동차의 미국 진입을 막아온 높은 장벽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완성차 업체라도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현지인을 고용한다면 생산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다만 대통령의 발언이 곧바로 중국차의 미국 진출 허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국계 커넥티드카 제조사의 미국 내 생산과 판매를 제한하는 기존 규제가 유지되고 있어 실제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정책 변경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중국산 자동차의 수입과 중국 기업의 미국 현지 생산을 구분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자동차 시장의 향후 경쟁 구도에 새로운 논점을 던졌다. 현실화할 경우 미국 생산능력을 확대해온 현대차·기아에도 중장기적인 경쟁 변수가 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REUTERS/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REUTERS/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에 들어와 자동차 공장을 열고 차량을 생산하려 한다면 괜찮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일본 자동차 업체를 사례로 들며 미국 현지인을 고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 업체가 멕시코에서 저렴하게 차량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에서 만든 차량의 수입은 계속 막되 미국에 직접 투자해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는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해외 기업의 미국 투자를 끌어내 제조업과 고용을 확대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 일본과 한국 완성차 업체처럼 중국 기업도 미국 안에서 생산과 고용에 기여한다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전반적인 대중 자동차 정책은 여전히 강경하다.

션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은 지난 8일 포드가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의 기술을 활용하고 중국 기업들과 협력하는 데 대해 국가안보상 우려를 제기했다. 중국산 기술이 미국 자동차 공급망에 깊숙이 들어오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미국 주요 완성차 업체를 대변하는 자동차혁신연합도 중국 자동차의 미국 시장 진입을 막는 입법을 의회에 요구하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자동차가 낮은 가격으로 미국 시장에 들어올 경우 자국 자동차 산업과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REUTERS/연합뉴스]
중국 무역항에서 수출을 위해 선적 대기 중인 비야디(BYD) 차량. [사진=AFP/연합뉴스]

현행 규제도 중국 업체의 미국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에는 100%가 넘는 추가 관세가 적용되고 있어 완성차를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기 어렵다.

현지 생산을 택하더라도 또 다른 장벽이 남는다. 미국 상무부의 커넥티드카 규제는 중국과 연계된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뿐 아니라 중국 정부의 소유·통제·관할 아래 있는 커넥티드카 제조사의 미국 내 차량 판매를 제한한다.

이에 따라 중국 완성차 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것만으로 기존 규제를 피하기는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려면 중국계 제조사에 대한 규제 적용 범위와 중국산 부품·소프트웨어 사용 기준 등을 함께 손질해야 한다.

대통령의 발언과 행정부의 현행 규제 사이에 아직 간극이 있는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REUTERS/연합뉴스]
시장 재편은 중국 전기차 시장 1·2위인 BYD와 테슬라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BYD의 전기차 모델 [사진=BYD 페이스북]

중국 업체들은 다른 시장에서 관세와 규제 장벽을 넘기 위해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BYD는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차 상계관세에 대응해 헝가리에 승용차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현지 생산과 고용을 늘려 중국에서 차량을 수출하는 기업이 아니라 유럽 안에서 생산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진출 의사를 공개한 중국 업체도 있다. 체리는 지난 5월 미국 시장에 진출 선언과 함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100% 관세와 커넥티드카 규제 등 미국의 높은 진입 장벽을 함께 지적했다.

이 같은 현지화 전략이 미국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이 일정한 조건 아래 중국 업체의 투자를 허용한다면 자금력과 가격 경쟁력, 전기차·배터리 기술을 갖춘 중국 업체가 미국 내 생산기지 확보를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투자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공장 부지와 공급망 확보뿐 아니라 미국 정부의 승인과 커넥티드카 규제, 중국산 부품 사용 범위, 데이터 보안 문제 등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REUTERS/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전경 [사진=현대차]

중국 업체의 미국 현지 생산이 허용되면 현대차·기아도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맞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관세와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글로벌 생산능력을 127만대 늘리고, 이 가운데 북미에서 50만대를 추가할 계획이다. 미국 판매 차량에 적용하는 현지 부품 조달 비중도 2030년까지 80%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중심으로 조지아 생산거점을 키우고 기존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을 연계해 현지 생산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현지 생산은 현대차·기아가 관세 부담을 낮추고 미국 정부의 투자·고용 확대 요구에 대응하는 주요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중국 업체에도 현지 생산의 길이 열리면 '미국에서 생산한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한 차별화가 어려워질 수 있다. 중국 업체가 가격 경쟁력과 전기차·배터리 기술에 미국 생산과 현지 조달을 결합할 경우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의 경쟁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로서는 생산능력 확대를 넘어 현지 부품 공급망과 소프트웨어, 충전 서비스, 판매·정비망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의 미국 현지 생산이 현실화하면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 조달과 현지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다만 미국 내 중국 견제 여론과 기술·안보 규제가 강하기 때문에 실제 허용 범위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REUTERS/연합뉴스]
지커 중형 전기 SUV '7X' [사진=지커 코리아]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중국차를 미국 시장에 전면 허용한다는 의미보다 중국 업체가 미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경우까지 기존 수입 규제와 동일하게 묶을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논점을 던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미 유럽 등에서 관세 장벽에 대응해 현지 생산을 확대해온 중국 업체들이 미국에서도 생산기지를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미국 자동차 시장의 경쟁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

현대차·기아 역시 미국 생산능력을 늘리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중국 업체와 가격·전기차 기술·부품 현지화 경쟁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중국 업체의 실제 미국 투자 여부와 미국의 규제 완화 범위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향후 정책과 업체들의 움직임이 경쟁 구도를 가를 전망이다.

/홍성효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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