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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독주 뚫으려면 국내서 먼저 써야"…K-팹리스, NPU 수출 지원 호소


리벨리온·퓨리오사·딥엑스 "실증→글로벌 레퍼런스 연결해야"
반도체협회 "AI는 칩 아닌 생태계 비즈니스"…정부도 지원책 검토

[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리벨리온·퓨리오사AI·딥엑스 등 국내 대표 인공지능(AI) 반도체 팹리스들이 엔비디아 중심의 AI 반도체 시장을 뚫으려면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국내에서 먼저 사용해 실적을 쌓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공공 AI 인프라와 데이터센터에 대규모로 적용해 성능과 안정성을 입증해야 해외 수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개념검증(PoC)과 양산에 드는 비용을 지원하고 칩·소프트웨어·AI 모델을 묶은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산 NPU 수출 확대 및 판로 다변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증"이라며 "실증이 확산되면서 결국 글로벌 레퍼런스로 가는 부분이 저희 리벨리온을 포함해 국산 NPU 생태계가 가야 하는 일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산 NPU 수출 확대 및 판로 다변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권서아 기자]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산 NPU 수출 확대 및 판로 다변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권서아 기자]

NPU는 인공신경망 연산에 특화한 AI 가속기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AI 학습과 추론을 폭넓게 처리한다면 NPU는 특정 AI 연산에 맞춰 설계해 전력과 비용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둔다.

AI 서비스 확산으로 학습을 마친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추론’ 수요가 늘면서 국산 NPU에도 시장 기회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고객이 요구하는 대규모 실사용 이력이 부족해 기술 개발과 실제 판매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리벨리온 "외산 GPU 규격 아닌 실제 성능으로 경쟁"

리벨리온은 국산 NPU가 국내 공공 AI 인프라에서 실제 서비스를 처리할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국가 AI 컴퓨팅센터 등 공공 인프라의 조달·평가 기준을 특정 외산 GPU 규격에 맞추기보다 'AI 가속기' 단위의 실제 성능을 비교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산 NPU가 국내에서 대규모 트래픽을 처리하며 성능과 안정성을 입증해야 해외 고객에게 제시할 수 있는 실사용 이력도 쌓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산 NPU 수출 확대 및 판로 다변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권서아 기자]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산 NPU 수출 확대 및 판로 다변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권서아 기자]

리벨리온은 최근 엔비디아와도 접점을 만들었다. 박 대표는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리벨리온은 회동 사실을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영상으로 참석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실증보다 한발 더 나아가 시장 자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대표는 "AI 반도체 영역은 많은 연구·개발(R&D)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하는 곳"이라며 "더욱 속도를 내서 과감하게 우리 AI 반도체를 대규모로 배치하고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등에 국산 NPU를 대규모로 넣어 실제 사용량을 늘려야 해외 시장으로도 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산 NPU 수출 확대 및 판로 다변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권서아 기자]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산 NPU 수출 확대 및 판로 다변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정부·공공기관·학계·업계 관계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권서아 기자]

딥엑스 "해외 PoC부터 비용 장벽"

딥엑스는 제품을 개발한 뒤 해외 고객을 뚫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문제로 꼽았다.

조재홍 딥엑스 상무는 상반기 기준 1300만달러(약 174억원) 규모의 수출 실적을 올렸지만 해외 대기업들은 3~10년에 이르는 품질 보증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현지 엔지니어 채용과 해외 전시회 참가 등 고정비 부담도 크다고 했다.

이에 딥엑스는 'K-AI 반도체 수출 바우처'를 제안했다. 해외 고객과 진행하는 초기 개념검증(PoC)에 수억원이 드는 만큼 이를 지원해 수십억원대 본계약으로 이어지게 하자는 취지다.

양산도 과제로 지목됐다. 김주영 하이퍼엑셀 대표 겸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시제품을 만드는 것과 매월 1만장 규모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규모 양산 과정에서는 불량 여부와 성능을 빠르게 검사할 자동화 설비가 필요하다. 국내 팹리스가 제품 설계를 마친 뒤 실제 대량 공급 단계까지 넘어갈 수 있도록 테스트·검증 인프라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도체협회 "AI는 칩 아닌 생태계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국산 NPU의 경쟁력을 칩 성능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메모리반도체는 칩이 기준화돼 있어서 잘 만들면 팔리지만 시스템반도체는 다르다"며 "AI 영역은 칩 비즈니스가 아니라 생태계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산 NPU 수출 확대 및 판로 다변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권서아 기자]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산 NPU 수출 확대 및 판로 다변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정부·공공기관·학계·업계 관계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권서아 기자]

엔비디아가 GPU만 파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데이터센터 환경까지 생태계를 구축한 것처럼 국내 NPU도 칩만 만들어서는 시장을 넓히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안 전무는 "하드웨어와 AI 산업이 분리돼 있다"며 "이를 하나로 만들지 않으면 NPU가 국내에서 상용화돼 레퍼런스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NPU와 소프트웨어, AI 모델을 묶은 풀스택을 특정 산업에 실제 적용하고 검증할 테스트베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공공기관도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홍상균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AI반도체본부장은 GPU 기반으로 운영되는 사업 가운데 NPU를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강용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정보통신방송기술정책과장과 최우혁 산업통상부 첨단산업정책관(산업부)도 토론에 참여했다.

최 정책관은 "인센티브를 주는 부분들에 대한 제도 개선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제안된 수출 바우처 등 지원 방안을 관련 정책과 연계해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업계의 요구는 기술개발 이후 실제 시장까지 연결해 달라는 데 모인다. 국산 NPU를 국내에서 먼저 사용해 레퍼런스를 만들고 해외 PoC와 본계약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춰야 K-팹리스가 엔비디아 중심의 AI 반도체 시장에서 판로를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권서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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