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건설사들이 주택 중심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비주거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사업전환 속도와 성과에 따라 실적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대형건설사는 반도체·데이터센터·원전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잇달아 확보하며 새 먹거리를 키우는 반면 주택의존도가 높은 건설사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미분양 부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하이테크사업을 앞세워 비주거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파운드리공장 등 반도체 생산시설을 비롯해 국내 대형 데이터센터와 플랜트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며 비주거분야 경쟁력을 확보했다.
반면 주택브랜드 래미안에 대한 매출의존도는 상대적으로 낮아 주택경기 변동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삼성물산이 공을 들이는 분야다. 하남 데이터센터와 삼성전자 슈퍼컴센터, 화성 HPC센터 등을 시공하며 국내외 시공경험을 쌓았다. 2024년에는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약 4000억원 규모 안산 글로벌 클라우드센터 개발사업에도 참여했다.
단순시공에 머물지 않고 데이터빈과 차세대 액침냉각 시스템을 개발하고 관련 특허를 확보하며 핵심 인프라기술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대건설은 원전과 SMR(소형모듈원자로)을 중심으로 비주거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 상반기 수주잔고는 103조9831억원으로 창사이후 처음 100조원을 넘어섰다. 원전·플랜트·해외 인프라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면서 주택경기 변동에 대응할 수익기반을 확보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신한울 3·4호기 주설비공사를 약 3조1196억원에 수주했고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신규 원전사업에서도 입찰자격사전심사를 단독 통과하며 해외 원전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SMR사업도 키우고 있다. 미국 원자력기업 홀텍 인터내셔널과 협력해 SMR-160 첫 상용화를 위한 표준모델 상세설계와 사업화에 착수했다. 미국 팰리세이즈 원전부지에서는 SMR-300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대형원전부터 SMR까지 설계·시공경험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반면 IPARK현대산업개발과 호반건설 등 주택 중심 건설사는 여전히 높은 주택사업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비주거·신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주택사업을 대체할 대규모 수주나 안정적인 매출원으로 이어진 사례는 아직 제한적이다.
실제 IPARK현대산업개발은 외주주택이 전체 매출에서 약 60%를 차지한다. 광운대역세권 등 자체 개발사업까지 포함하면 주택 관련 매출비중은 약 84%에 달한다.
호반건설도 상황은 비슷하다. 자체 아파트 분양수익이 줄고 있지만 본업 매출 95%이상이 아파트 분양과 주택 도급공사에서 나오는 구조다.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힌 건설사들도 신사업이 기존 주택사업을 대체할 매출원으로 자리잡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SK에코플랜트와 코오롱글로벌 등이 해상풍력사업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대규모 발전사업은 인허가와 계통연계, 금융조달 등을 거쳐야 한다.
사업권 확보부터 실제 착공과 상업운전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사업진출이 곧바로 EPC(설계·조달·시공) 매출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비중을 줄이고 비주거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것 자체는 대부분 건설사가 추진하고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실제 수주와 매출로 연결할 수 있는 경쟁력"이라며 "데이터센터나 원전, SMR, 신재생에너지 등 고부가사업은 기술력과 레퍼런스, 글로벌 발주처 신뢰가 필요한 만큼 단기간에 큰 사업 성과를 내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한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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