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기자수첩] 편리한 대출 뒤에 가려진 '빚의 무게'


[아이뉴스24 임우섭 기자] 20대 후반 직장인 A씨는 첫 직장을 구한 뒤 생활비가 부족할 때마다 신용대출을 이용했다. 수백만원으로 시작했지만 생활비를 대출에 기대는 일이 잦아졌다.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다시 대출을 받으면서 채무도 늘었다. 대출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A씨는 신용회복위원회 상담을 거쳐 채무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A씨가 돈을 빌리기까지는 어렵지 않았다. 휴대전화로 한도를 확인하고 몇 차례 인증을 거치면 됐다.

은행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은행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예전에는 대출을 받으려면 영업점을 찾아 재직과 소득을 증명하고 직원과 마주 앉아야 했다. 신용과 소득, 부채가 대출 심사의 기본이었지만 상담에서는 돈이 필요한 이유와 상환 계획도 자연스럽게 오갔다.

은행원들은 이런 대면 상담에서 차주의 태도도 적잖이 본다고 한다. 자신의 부채를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 얼마가 필요하고 어떻게 갚을 생각인지는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 보면 드러나기 때문이다. 차주 역시 그 과정에서 자신의 형편과 앞으로 감당해야 할 빚을 한 번쯤 되짚게 된다.

지금은 이 과정 대부분이 휴대전화 안으로 옮겨갔다. 몇 번의 인증으로 한도와 금리를 확인하고 한 곳에서 조건이 맞지 않으면 다른 금융회사의 대출을 바로 비교한다. 은행에서 저축은행, 카드·캐피털까지 선택지가 이어진다.

생활비가 부족해 돈을 빌리는 일은 과거에도 많았다. 빚을 내 소비하거나 투자하는 것도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달라진 것은 대출의 접근성이다.

지난해 1분기 5대 은행에서 새로 취급한 신용대출의 81%가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인터넷은행 3사의 비상금대출 잔액도 2021년 1조5513억원에서 2025년 7월 3조3245억원으로 2배 넘게 늘었다.

5대 은행의 20대 이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과 올해 6월 말 모두 3조6000억원 수준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같은 기간 연체액은 210억원에서 240억원으로 늘었다. 20대 이하 연체율은 0.67%로 전체 평균 0.35%의 2배에 육박했다.

대출의 문턱을 낮춘 것은 금융의 진보다. 그러나 그 문턱에 있던 모든 절차가 불필요한 장벽이었던 것은 아니다.

대출이 간편해질수록 금융회사의 책임까지 가벼워져서는 안 된다. 특히 비대면으로 반복해서 돈을 빌리는 차주에게는 추가 대출 이후 전체 빚이 얼마가 되는지,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단순한 경고 문구를 띄우는 데 그치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 부채가 늘어난 차주에게는 한 번 더 상환 능력을 확인하거나 상담을 거치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할 만하다.

정부와 금융권은 채무조정과 재기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빚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불어나기 전에 제동을 거는 것이 먼저다. 대출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만큼 과도한 차입을 막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벼운 빚은 없다.

/임우섭 기자([email protected])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기자수첩] 편리한 대출 뒤에 가려진 '빚의 무게'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