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지난해 국내와 해외 건설시장이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국내는 이미 끝난 공사 실적(기성액)이 줄었지만 새로 따낸 일감(계약액)은 늘어난 반면, 해외는 기성액과 계약액이 동시에 큰 폭으로 감소했다.
국가데이터처가 28일 발표한 '2025년 건설업조사 결과(잠정) 공사실적 부문'을 보면, 지난해 국내 건설공사액은 297조원으로 전년 대비 19조원(-6.0%) 줄었다. 반면 국내 건설계약액은 277조원으로 11조원(4.0%) 늘었다. 계약이 공사보다 통상 1~1.5년 앞서는 선행지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건설경기는 바닥을 지나 회복 국면에 들어섰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해외는 정반대다. 해외 건설공사액은 38조원으로 전년 대비 10조원(-20.8%) 줄었는데, 해외 건설계약액은 30조원으로 12조원(-28.1%) 더 크게 감소했다. 후행지표인 공사액보다 선행지표인 계약액이 더 나쁘다는 것은, 해외건설 부진이 아직 바닥을 찍지 않았을 가능성을 뜻한다.
해외 계약액 감소는 지역별로 편차가 컸다. 중동이 전년 대비 52.0% 감소해 전체 해외 계약액 감소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도 11.7% 줄었다.
2024년 중동 대형 수주의 기저효과로 해외 계약액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종별로 보면 국내 산업설비 부문의 건설계약액은 21조원으로 전년 대비 10.2% 감소해, 건축(7.1%)·조경(17.0%) 증가와 대조를 이뤘다. 산업설비는 플랜트·발전소 등 해외 수주 비중이 높은 업종으로 꼽힌다. 해외건설업계 통계에서도 최근 산업설비(플랜트) 수주 감소분이 전체 해외 수주 감소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돼, 국내 조사에서 나타난 산업설비 부진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해외건설 부진의 충격은 사실상 상위 100대 건설기업에 집중됐다. 이번 조사에서 100대 기업이 전체 해외 건설공사액의 92.1%, 해외 건설계약액의 90.7%를 차지했다. 중소·중견 건설사는 해외건설 시장에서 사실상 존재감이 미미한 구조다.
100대 기업은 국내에서 계약액을 8.9% 늘리며 해외 부진을 일부 상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100대 기업의 전체 건설계약액(국내+해외)은 142조원으로 전년보다 1.7% 줄었다. 국내 수주 확대만으로는 해외 수주 급감(-30.3%)의 충격을 다 메우지 못했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해외 수주 시장의 축이 중동 플랜트 중심에서 아시아 지역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반도체 공장 등 첨단산업 인프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런 신규 시장이 아직 중동발 감소분을 상쇄할 만큼 규모를 키우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현동 기자([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