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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웃었던 석화업계, 하반기엔 '역래깅' 직격탄…고가 원료 발목


2분기 래깅 효과 끝나고 수익성 악화 우려
에틸렌 스프레드 100달러선까지 급락 손익분기점 밑돌아

[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2분기 흑자로 돌아선 석유화학업계가 하반기에는 다시 수익성 시험대에 오른다. 중동 전쟁으로 원료 가격이 급등하기 전에 사둔 저렴한 원료가 2분기 실적을 끌어올렸지만, 하반기에는 당시 비싸게 확보한 원료가 생산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제품 가격이 원료 가격을 따라가지 못하면 '래깅 효과'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되는 '역래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G화학 여수공장 전경

25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업계는 올해 2분기 주요 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됐지만, 하반기에는 원료 가격과 제품 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실적이 다시 악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제품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가 손익분기점을 크게 밑돌고 있어 업황 자체가 회복됐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 등을 원료로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이후 이를 활용해 플라스틱과 합성수지 등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원료 가격과 제품 가격의 차이가 클수록 석유화학업체의 수익성이 좋아진다.

올해 2분기에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원료 가격이 급등했다. 하지만 석유화학업체들은 가격이 오르기 전에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사둔 원료를 재고로 보유하고 있었다.

저렴하게 사둔 원료로 제품을 만들어 높은 가격에 판매하면서 수익성이 좋아진 것이다. 업계에서 이를 '래깅 효과'라고 부른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NCC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실제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의 2분기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LG화학은 2분기 전체 영업이익 5996억원 가운데 석유화학 부문에서 426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롯데케미칼도 110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고,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역시 87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금호석유화학은 33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배 이상 실적이 개선됐다.

겉으로 보면 석유화학업계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2분기 실적 개선을 업황 회복의 신호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남지역 주력 산업인 여수 석유화학단지 전경 [사진=전남도]

문제는 하반기다. 2분기 실적을 끌어올린 저가 원료 재고가 소진되는 가운데 중동 전쟁 당시 높은 가격에 확보한 나프타가 생산에 본격적으로 투입될 전망이다.

반면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료는 비싸게 샀는데 제품은 제값을 받지 못하면 석유화학업체의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원료 가격이 떨어진 뒤 과거에 비싸게 사둔 원료를 생산에 투입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현상을 '역래깅'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2분기에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효과를 봤다면, 하반기에는 '비싸게 사서 제값 못 받고 파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LG화학 여수공장 전경
25일 오전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LG화학과 롯데케미칼에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공장 가동이 멈춘 가운데 생산공정에 투입된 원료를 태우는 작업이 진행되면서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실적 악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에틸렌 스프레드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에틸렌 가격에서 주요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값으로, 석유화학업체가 제품을 생산해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지난달 말 에틸렌 스프레드는 톤당 10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서 손익분기점으로 거론되는 톤당 250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전쟁 직전인 지난 2월 에틸렌 스프레드는 톤당 55.15달러에 그쳤다. 이후 4월 중동 지역의 전쟁으로 원료 공급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스프레드가 급격히 확대됐다.

4월 평균 에틸렌 스프레드는 톤당 314.86달러까지 올랐고, 일부 기간에는 500달러를 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석유화학업체들의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이후 나프타 가격 상승세와 달리 에틸렌 가격은 약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스프레드도 다시 축소됐다.

결국 2분기에는 래깅 효과로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하반기에는 스프레드 축소와 고가 원료 투입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LG화학 여수공장 전경
금호석유화학 사업장 [사진=금호석유화학 ]

구조적인 문제도 남아 있다. 석유화학 시장에서는 공급 과잉이 이어지고 있고 중국 업체들의 대규모 증설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품 공급은 충분한데 수요 회복은 더디다 보니 제품 가격을 크게 올리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원료 가격이 조금만 올라가도 석유화학업체들의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결국 하반기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나프타 등 원료 가격 안정과 함께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살아나야 한다.

업계에서는 2분기 호실적이 본격적인 업황 회복보다는 원료 가격 변동에 따른 일시적인 래깅 효과에 상당 부분 기댄 결과인 만큼, 하반기에는 업체들의 실적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에틸렌 스프레드가 손익분기점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가 원료가 본격적으로 투입될 경우 2분기와 정반대의 역래깅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이한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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