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닭장 넓히자는 정부…'금값' 계란, 내년 '다이아값' 되나


2027년 9월부터 마리당 사육면적 0.05㎡→0.075㎡
4번란 농가 655곳…전체 사육 마릿수의 약 70% 차지
농가 94.4% 제한구역…시설 전환 늦으면 계란값 불안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산란계 사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규제가 계란 수급을 흔들 변수로 떠올랐다. 닭 한 마리가 차지하는 공간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지만 계사를 확충하지 못한 농가는 사육 규모를 대폭 줄여야 한다. 증·개축을 막는 입지 규제가 제때 풀리지 않으면 계란 공급 감소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계란 판매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계란 판매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산란계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 9월부터 기존 케이지에서 기르는 산란계 한 마리당 최소 사육면적을 0.05㎡에서 0.075㎡로 확대한다. 2017년 살충제 계란 사태를 계기로 먹거리 안전과 동물복지를 강화하기 위해 2018년 도입한 제도다.

새 기준이 적용되면 닭 한 마리가 차지하는 공간은 50% 넓어진다. 계사를 확충하지 않으면 같은 공간에서 기를 수 있는 산란계는 기존의 3분의 2로 줄어든다. 1000㎡ 기준 사육 가능 마릿수가 2만 마리에서 약 1만3333마리로 감소하는 구조다.

영향을 받는 곳은 난각번호 끝자리가 '4'인 기존 케이지 사육 농가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4번 농가는 655곳으로 전체 산란계 농가 1685곳의 39%를 차지한다. 대규모 농가가 많아 사육 마릿수 기준 비중은 약 70%에 달하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시설을 넓히기도 쉽지 않다. 농식품부가 인용한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위한 가축사육 입지 연구'에 따르면 전국 산란계 농가의 94.4%가 가축사육 제한구역에 포함됐다. 제한구역에서는 신규 축사 건립과 기존 계사의 증·개축이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제한된다.

시설 전환도 아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4번 농가 655곳 가운데 521곳이 사육밀도 개선 계획을 제출했지만 실제 시설 개선을 추진 중인 농가는 32곳이었다. 계획대로 시설을 바꾸겠다는 농가는 많지만 인허가와 자금 조달을 거쳐 공사 단계에 들어간 사례는 일부에 그친 셈이다.

계란값은 이미 높은 수준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1~24일 특란 30개 산지가격은 평균 6764원으로 최근 5년간 7월 평균인 5324원보다 27.0% 높았다. 같은 기간 소비자가격도 7439원으로 5월 이후 석 달 연속 7400원대를 유지했다. 현재 공급 기반에 추가 충격이 발생하면 가격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계란 판매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충북 단양군 영춘면의 한 산란계 농장 내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사육 마릿수가 14%, 19.3%, 33.3% 감소하는 세 가지 상황을 가정해 계란 산지가격이 각각 24%, 33.1%, 57%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설 확충 여부에 따른 시나리오인 만큼 실제 가격 전망치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생산 기반 축소의 파급력을 보여준다.

국내 산란계는 지난 6월 1일 기준 7898만5000마리로 전년 동기보다 1.6% 증가했다. 당장 공급 기반이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현재 마릿수를 유지하려면 2027년 9월 전까지 4번 농가의 시설 확충이나 대체 생산시설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지금의 사육 마릿수 증가만으로 제도 시행 이후 수급까지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부는 계사 신축·증축·개축 비용을 지원하는 동시에 입지 규제를 손질하기로 했다. 이달 말까지 지원사업 예비사업자를 모집해 건축 인허가 여부와 사육 마릿수 증가 효과 등을 평가한 뒤 내년 예산 확정 후 지원할 계획이다. 농식품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환경오염 부하가 늘지 않는 범위에서 증·개축을 허용하도록 지방자치단체에 조례 개정도 요청하고 있다.

관건은 지원책이 실제 시설 확충으로 이어지는 속도다. 정부는 신규 계사 공급과 사육환경 개선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고려하면 공급량 급감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반면 업계는 계사 건립에 상당한 기간이 필요한 데다 지방자치단체별 인허가 기준도 달라 생산 기반을 제때 보완하기 어렵다고 우려한다.

안두영 대한산란계협회장은 앞서 "사육면적 확대가 2년간 유예됐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제도 재검토와 생산 기반 안정을 요구했다.

/송대성 기자([email protected])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닭장 넓히자는 정부…'금값' 계란, 내년 '다이아값' 되나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