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나광국 기자] 정부와 여당이 서울지역 500가구이하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 지정권한을 자치구청장에게 넘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행정절차를 줄여 주택공급을 앞당기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서울시는 사업기간 단축효과가 미미한데다 난개발을 부추길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문가들 역시 공사비 인상과 조합 내부갈등 같은 핵심변수가 남아 있어 권한이양만으로 정비사업 속도를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김민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2ff8763f11c320.jpg)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서울 500가구이하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 지정권한을 자치구청장에게 이양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정은 주택공급을 앞당기기 위해 인허가 기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보고 관련 법안을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할 방침이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추가로 완화할 필요성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번 논의는 서울시내 자치구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정비사업 권한 확대안에서 출발했다. 류삼영 동작구청장은 지난 12일 서울시구청장협의회 정기회의에서 '정비구역 지정 및 변경에 대한 자치구 권한 이양'을 안건으로 정식 제출했다.
자치구 측은 500가구미만 소규모 사업지 구역지정권을 넘겨받고 면적·건폐율·용적률 등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경미한 변경범위도 현행 10%이내에서 20%미만으로 확대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현재 서울시내 정비구역 지정권한은 서울시장이 독점하고 있다. 구청장이 정비계획을 수립해 주민설명회와 30일이상 주민공람, 구의회 의견청취를 거쳐 구역지정을 신청하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비로소 정비구역으로 확정된다.
반면 구역지정 이후 추진위원회 승인과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등 실무단계는 자치구가 맡아 왔다. 당정안이 최종 통과하면 500가구이하 사업은 초기 구역지정부터 최종 인허가까지 자치구가 전권을 행사하게 된다.
서울시를 거치는 절차가 줄어들면 사업초기 행정기간을 다소 줄일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정비구역 지정은 사업 첫 단추에 불과하다. 지정 이후에도 조합설립과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철거·착공 등 수많은 단계가 남아 있다.
서울시는 당정 발표직후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치"라며 즉각 반발했다. 재개발·재건축은 단순히 인허가권자를 바꾼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며 용적률과 높이 규제는 물론 도로·학교 같은 기반시설과 주변지역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종합 조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서울시와 사전협의 없이 기습 발표된 점을 지적하며 지역별 난개발이 자칫 도시계획 전체 일관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김민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88aaf38b545c96.jpg)
전문가들 역시 광역 도시계획 차원에서 부정적 견해를 내놓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주택공급은 단순히 아파트 건물만 올린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학교 신설 및 이전, 교통망 확충, 공원조성 등 주변 기반시설과 도시기능을 함께 고려해 통합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치구별 행정역량이나 구청장 성향에 따라 사업속도가 들쑥날쑥해지면서 지역간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구청장의 역량에 따라 재개발·재건축 편차가 커질 것"이라며 "특히 정비사업을 진행하려는 의지가 없는 구청장이 많다면 시에서 종합적으로 추진할 때보다 속도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작 정비사업 발목을 잡는 암초는 구역지정 이후 단계에 몰려 있다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조합 내부의견을 모으는 과정과 공사비, 자금조달 등은 정비구역 지정권한을 옮기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에도 정비사업에서 구청장의 권한이 적은 편이 아니다"며 "구청장에게 정비사업 인허가 권한을 주는 것만으로 절차가 유의미하게 단축된다고 체감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실제 재개발·재건축이 지연되는 큰 요인으로는 재개발 조합 동의율이나 공사비 자금조달 문제가 꼽힌다"며 "속도를 저해하는 실질적인 요인을 중점에 두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서울시는 이번주 서울 주택공급방안을 놓고 추가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정비사업 권한이양 문제를 둘러싸고 양측 입장이 팽팽히 대립하는 만큼 향후 법안 구체화 과정에서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나광국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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